“이거 하고 나면은 땀도 쫙 나고, 배구가 너무 좋더라고 해 보니까. 더 돈독해졌지. 아무래도 더 재밌고. 내가 안가려고 하면 ‘언니 빨리 가, 가야 돼. 가서 하고 와야 돼’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지.” -호호체육관 참여자 전창헌 씨, 문화연대 유튜브 영상 “호호체육관 여성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실현하다” 중에서
그 사연을 알기 위해선 호호체육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문화연대에서 진행한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올해의 계획을 세우며 스포츠인권과 노동권을 함께 고민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총 5회차로 계획 중인 이 워크숍은 대학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과 스포츠권에 관심있는 학생, 2024년도 1학기 호호체육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픈 퍼실리테이터, 호호체육관을 애정하는 시민 모두를 환영한다.
2월 7일 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워크숍 1회차에선 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가 호호체육관의 시작부터 미래 계획을 들려줬고, 서강대학교 한울 씨, 연세대학교 태현 씨, 고려대학교 아량 씨가 학생으로서 함께 호호체육관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보탰다.
배구하는 청소노동자, ‘호호체육관’에 있다
문화연대 내엔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인권침해 없는 스포츠 현장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대안체육회가 있다. 대안체육회는 “체육계 내 대한체육회 중심의 구조와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 그리고 체육계의 낮은 인권감수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 시민운동을 확장”하는 여러 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박이현 활동가는 “모두의 스포츠”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3년 한해 동안 웹진 움-직 발행, 모두의 운동회 개최, 그리고 호호체육관 운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호호체육관은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 육성 중심의 시스템과 유명 선수들의 극복과 승리의 서사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의 스포츠권에 주목”하며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스포츠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을 스포츠의 현장으로 초대하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스포츠권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참여자들은 대학교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삶에 운동을 더하고자 처음 시도한 건 요가였다. 대학교 내 체육관에서, 노동자들의 점심 시간에 진행한 요가클래스 1기(2022년 11월~12월)와 요가클래스 2기(2023년 3월~6월)엔 25명이 참여하며 호응을 얻었다. “정원 25명으로 모집했는데 꽉 찬 신청”이었다. 박이현 활동가는 “점심 시간에 하는 거기도 하고, 중년 여성들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던 이 프로젝트는 “청소노동자들이 요가 강사 동작을 따라 하며 웃는 모습에서 호호체육관이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요가에 대한 호응은 좋았지만, 문화연대 활동가들은 참여자들이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조금 더 상호작용이 있는 운동을 시도해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팀 스포츠를 하자”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건 배구였다. “청소노동자들은 늘 바닥을 쓸고 닦으니까 바닥을 자주 보잖아요. 그렇다면 하늘을 볼 수 있는 스포츠를 하자, 배구를 하자고요.” 그렇지만 막상 모집을 하려고 보니 걱정됐다. 어쩌면 낯설지 모르는 이 종목에 선뜻 참여하는 노동자가 있을까? 신청자가 없으면 어떡하지 염려했지만 “다행히 9명이 신청”한 덕에 배구 클래스가 시작됐다.
꾸준히 참여하는 청소노동자들(언니들) 덕분에 배구 또한 2기(2023년 10월~12월)까지 열렸다. 박이현 활동가는 “참여한 청소노동자들이 (배구하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어했다”고 했다. “점심 시간에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운동장을 도는 걷기를 늘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운동 프로그램을 해 봐야겠다 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걷기만 하는 건 재미 없잖아요. 근데 배구는 재미있는 거죠.”
학교 청소노동자와 함께 운동할 학생들 모여라!
호호체육관 배구클래스는 문화연대뿐 아니라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가 공동 주최했다. 박이현 활동가는 “문화연대가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내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학생들이 이 연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노고지리와 연이 닿았고, 학생들이 프로젝트 퍼실레이터도 맡게 됐다. 학생들은 참여자들의 꾸준한 참여를 독려하고,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소통 역할을 담당했다.
박이현 활동가는 “사실 작년 서강대에서 진행한 호호체육관의 경우 조금 특이한 사정이 있어서 체육관 사용이 원활히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이와 관련된 부분이 어떤 ‘논쟁’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기에 “학생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거다 보니 학생들의 체육관 사용 시간과도 조율이 잘 되어야 하고, 사용 승인/대관 절차도 진행해야 하는데 호호체육관과 함께하는 학생들이 없다면 상황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것.
“대학에서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대놓고 공격하는 일이 있었던가 싶어요. 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의 연대 관계를 복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죠.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만 어떤 관계 맺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호호체육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어요.”
‘연세대학교 비정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태현 씨도 이야기도 보탰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과 그에 동조했던 학생들을 보며,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이들이 내 옆에 있다는 감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의 일이 나와 상관 없는 일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일이라는 걸 깨닫는 일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스포츠가 접근하기 쉬운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태현 씨는 실제로 청소노동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일이 그리 많지 않다며, 호호체육관이 그런 상황을 바꿔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는 방법은) 직접 휴게실에 찾아가거나 집회 때 만나거나. 그 외엔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같이 스포츠를 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2024년, 같이 운동할 ‘언니들’도 더 많아질 것!
박이현 활동가는 올해 호호체육관 활동을 더 늘릴 예정이라 밝혔다. 이제 곧 다가오는 상반기 개강에 맞춰 서강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할 계획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엔 2개 대학을 더하려고 한다.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활동 중에서도 호호체육관 비중을 늘린 만큼 더 많은 대학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참여 학생들이 확보돼야 하기에 일단 올해는 4개 대학교가 목표다.
“청소노동자들 간에 더 끈끈한 관계를 맺자, 더 가까워지자”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사실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라고 해도, 한 건물을 담당하는 사람은 몇 명 밖에, 심지어 한 명일 때도 있어서 서로 잘 모르더라고요. 어색한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같이 운동을 하니까 확실히 친해져요. 수업에 안 나오면 전화 걸어서 재촉하기도 하고요.(웃음)”
함께 운동하기와 더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고민 중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학생 퍼실레이터의 아이디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 차원에선 호호체육관을 통해 스포츠인권에 대한 연구 또한 해나가고자 한다. “이 (스포츠인권) 분야에선 아직 다양한 연구가 많지 않습니다. 기초 연구들을 진행할 예정이고, 그걸 바탕으로 사회적인 캠페인도 진행해 보려고 해요.”
이렇게 의미 있는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기 위해선 각 대학 내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체육관 사용과 관련된 부분도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 운동을 함께 할 청소노동자들을 모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연대는 2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총 5회 〈대학비정규직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위한 호호체육관 봄맞이 워크숍〉을 진행한다. ▷신청 링크: https://bit.ly/hoho2024ws1
2024년, 더 늘어날 호호체육관엔 또 어떤 땀과 웃음이 자리할까?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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