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과 ‘페미 색출’, 전방위로 여성 노동권 침해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뿌리뽑기 위한 공동대응위원회 발족

박주연 | 기사입력 2024/03/08 [15:44]

사상검증과 ‘페미 색출’, 전방위로 여성 노동권 침해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뿌리뽑기 위한 공동대응위원회 발족

박주연 | 입력 : 2024/03/08 [15:44]

“게임회사 A는 면접 자리에서 ‘이번 ‘뿌리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완전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질문을 던진 면접 위원이 ‘뿌리사태’라고 지칭하였다는 점에서, A사와 해당 면접 위원이 이미 ‘넥슨의 갑질과 마녀사냥’을 ‘피해자인 뿌리 스튜디오와 여성 직원의 잘못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생각과 걸맞은 답변이 나오는지 아닌지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는 지원한 파트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었고, 이것이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한국 게임업계의 현실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자 발언 중

 

작년 11월 떠들썩했던 ‘넥슨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사태’(관련 기사: 노동권 침해 심각…‘집게 손 억지논란’ 그냥 두고 봐선 안돼 https://ildaro.com/9789)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에 대한 사상검증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페미색출’ 등의 괴롭힘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이 문제를 좌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 2024년 3월 6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사례 발표 및 공대위 출범 기자간담회〉 현장 모습 ©일다

 

이에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와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이 함께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응위원회’를 만들었다. 3월 6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게임업계를 비롯해 여러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실태를 지적하며 “페미니즘 사상검증 우리가 끝낸다!” 선포했다.

 

면접부터 직장에서 계속되는 사상검증, 심지어 해고까지…

 

피해자 발언(서울여성노동자회 여름 활동가 대독)에서 주요하게 이야기된 건 채용 면접에서 겪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었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피해자는 “많은 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 개발 참여자의 SNS를 검열하고, 작업물을 삭제하고, 개발에서 제외시키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고발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을 통해 ‘페미니즘 사상검증 실태’를 조사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배진경 대표는 56명이 77건의 피해 사례를 밝혔다고 전했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배진경 대표는 “(업계 특성상) 일터스트레이터나 성우 등의 노동자는 작업물이 가시적으로 보여져야 하고, 그렇기에 SNS에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일이 잦다. 스스로 홍보해야 일감을 구할 수 있기에 SNS에 작업물을 올리지만, 이는 사람들이 쉽게 (SNS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페미니즘 관련 내용을 리트윗하거나 혹은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로 ‘페미색출’을 당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사 리트윗, 지극히 합리적인 의견 개진에 대해 ‘페미다!’라고 지목한 후, 사이버불링(온라인에서의 괴롭힘)을 이어나가는” 패턴이다.

 

▲ 2024년 3월 6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페미니즘 사상검증 피해사례 발표 및 공대위 출범 기자간담회〉 현장 모습 ©일다


배 대표는 이런 일을 벌이는 악성 유저를 “여성혐오주의자”로 지칭했다. 여성혐오주의자들은 “조금이라도 성평등이나 성폭행 관련된 내용을 리트윗하면 ‘페미’라고 하며, 해당 여성 노동자들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모욕하고, 거짓 정보 또한 유포하는 폭력적인 집단행동”을 한다. 나아가 (해당 노동자가 소속된) 회사 혹은 원청에 “소비자의 컴플레인이라는 방식으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대다수 기업/회사들은 이에 대처하지 않으며, 오히려 노동자에게 “작업물을 교체하겠다고 하거나,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라고까지 강요”하는 현실이다.

 

일터 내부도 안전하지 않다. 일상 대화에서조차 페미니스트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한 노동자는 동료와의 대화 중 ‘돈 많이 벌어서 집 살 거다’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냐?’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강도 높은 협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회사엔 페미 없겠지? 있으면 잘려야죠’라는 말을 듣거나, ‘페미는 정신병’ 등의 말을 듣기도 한다”는 것.

 

부당 해고를 경험한 노동자도 있었다. “대표가 ‘자신이 대학생 때는 좋아하는 여학생을 밤에 따라다니는 것은 국룰이었다’며 의견에 동조하기를 종용했으나, ‘그러면 상대방이 좀 놀라셨을 수도 있었겠어요’라고 답했더니, ‘사상과 가치관이 맞지 않으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통보 당한 경우”, “20대 남자직원이 ‘메갈이 문제’라며 여자들 욕을 줄줄이 하길래, 잠시 토론을 벌였더니 다음 날 이사가 따로 불러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한 경우” 등 사상검증은 생계까지 빼앗았다.

 

직장에서의 검열과 사상검증은 “심각한 인권 탄압”

 

“노동권, 나아가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이미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강미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채용상 차별 및 입사 취소, 계약서 상 불이익 조항 삽입, SNS 검열 및 관리, 직장 내 괴롭힘, 작업물 교체 및 무단 수정, 사이버불링, 부당 해고, 계약해지. 나아가 이직 시 레퍼런스 체크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여성 노동자의 삶에 있어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유형과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 2020년 7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던 〈게임업계 사상검증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이행 촉구 기자회견〉 모습 ©한국여성민우회


노동시장에서 사상검증은 “표현의 자유 및 사상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탄압”이다. 강미솔 변호사는 “현형법률 역시 이를 금지하는 규정과 제도를 일부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 관한 규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2항(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고용상 성차별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고, 차별이 인정될 경우 노동위원회는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으로, 노동자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이유로 한 일부 사용자들의 반발이 해고의 사유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피해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및 하청업체 근무 노동자에게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법적 구제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강미솔 변호사는 “이런 경우 각종 공격에 취약하고,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법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대책 필요한 사회 문제

 

보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반복되는 일련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은 단지 개별 사건이 아니라, ‘마녀사냥’식으로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관한 ‘표식’을 찾겠다며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유저들의 반페미니즘적 행태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호응함으로써 벌어진 페미니즘 백래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터에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를 검열하고 몰아내는 심각한 노동권 침해 문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이미 피해 사례가 여럿이고, 피해자들이 어디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공대위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 이야기를 접하며 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며,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 계기로 이 문제를 완전히 뿌리뽑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유리 조직국장은 “피해자들이 정말 힘들어 하는 건 사이버불링”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는 피해자들을 위한 신고 채널을 열었다. https://url.kr/fj1glv


앞으로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는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이 사회적 문제임을 알리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신고 채널을 운영하며, 기업과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법·제도를 분석하고 기업과 정부를 압박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 확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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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4/08/19 [10:53] 수정 | 삭제
  • 여성징병제에는 입꾹닫 하는거에서 페미들 이중성 나온거 아닌가? 르노사태 등등 당연 페미들한테 이제 의문드는거 당연한거 아님? 그러길래 누가 기업들한테 손해입히고 다니래? 그리고 직장내 동료들이 받을 피해 생각안해봤나
  • 일페아웃 2024/07/02 [01:43] 수정 | 삭제
  • 일베처럼 스스로 싸지른 똥을 남의 작품에 묻히니까지 ... ㅉㅉㅉ 자기들은 일베 모양 찾느라고 염병한건 기억도 못하네...일베 마크는 걸리면 남성들도 난리치는데... 일베가 한짓을 스스로 쳐하니... 내로남불 오지네... 자업자득이지... 정의당이 왜 망했느지 모르지... ㅉㅉㅉ
  • dd 2024/04/10 [05:07] 수정 | 삭제
  • 남성혐오주의 표현을 못하게하는건 당연하다.
  • 2024/03/22 [21:16] 수정 | 삭제
  • 꼭 필요한 기사, 감사합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뿌리 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 냈으면 해요.
  • 2024/03/09 [00:04] 수정 | 삭제
  • 대체 한국에서 2024년도에 메카시즘 광란 같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일어난다는 게 말이 되는지, 너무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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