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5월 27일부터 2024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5월 27일부터 6월 18일까지 온라인 퀴어퍼레이드가, 6월 1일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국제강연회 〈퀴어와 가족에서 퀴어한 가족으로〉도 진행된다.
매년 참가자가 늘고 행사도 풍성해지는 서울퀴어문화축제. 25번째 축제가 될만큼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축제의 개최 소식은 당연한 듯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여곡절 속에서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올해도 반복됐다.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sqcf.org)의 일정과 장소가 발표된 기자회견이 열리기까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짚어봤다.
“다양성, 포용성이라는 동시대 문화가치를 실천하는 폭발적 에너지”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에 늘 고난만 있는 건 아니다. 축제의 가치와 의미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매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엔 그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일이 있었다. 바로 2023년 12월 21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문화다움기획상131”을 공동수상한 일이다.
“문화다움기획상131”은 문화예술 비영리법인 ‘문화다움’이 2013년부터 “우리 삶에 문화적 가치를 고양하고, 모든 인류의 오래된 정신적 자산을 풍요롭게 활용하는 순도 높은 문화기획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운영” 중이다. 2023년엔 “안녕!? 축제”라는 주제로 “축제의 가치와 현장의 흐름을 돌아보고, 내일의 축제를 탐색”한 결과, 춘천인형극제, 서울퀴어문화축제, 故 주재연 감독, 윤성진 감독,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자라지기'가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 정치 수준이 드러나는 ‘성소수자 차별’ 반복
시민사회의 연대와 응원이 깊어지는 반면, 부끄럽게도 정치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먼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에 대해, 서울시는 “책읽는 서울광장(이하 ‘책광장’)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사용이 불가하다”고 했다. 사실 서울광장 사용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 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신고’에 대해 매년 ‘허가’ 여부를 논해왔다. 올해도 결국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아니라 책광장 행사 사용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서울광장이 모든 시민에게 열린 '‘열린광장’이라 홍보”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민간단위는 신청조차 할 수 없도록 광장을 불공정하게 선점하여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서울광장을 '열린광장'이라고 홍보했다. '열린광장시민위원회'라는 이름 하에 개최되는 회의 역시 이제 허울뿐인 절차적 정당성을 위한 기만이 되었을 뿐이다.”
이후 서울시는 4월 4일, 서울퀴어문화축제 25회 기념 강연회의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다목적홀 대관 신청을 반려했고, 4월 19일 예정됐던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 토론회의 서울시청 시민청 대관을 취소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시민청 담당자가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 성격’을 언급했고, 최종적으로 취소를 통보할 땐 ‘신청서가 허위’라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직위는 “3월 15일 대관신청 당시 제출한 행사 계획서 상 행사명은 〈축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시민의 힘〉, 행사 내용은 전국 비영리 민간 축제 사례발표였으며, 섭외 완료 후 행사명이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이었을 뿐, 내용은 동일하다”고 밝히며, 대관 취소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하고자 한 〈‘미국 인권 투쟁 50년, OO OO를 만나다’ 강연회〉도 대관 불허 통보 받았다. 사유는 “사회적 갈등 유발이 우려되는 행사로 박물관 운영 및 관람에 지장 초래”였다.
잇따른 서울시의 차별 행정에 대해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청, 서울역사박물관의 대관 불허 및 취소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과정을 밝히기 위한 정보공개 청구, 책임자에 대한 민원 및 진정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히며, “불허 당해야 하는 것은 퀴어가 아니라 서울시의 성소수자 차별”이라 강조했다.
총 네 번의 불허, 이것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좌절시켰는가? 당연히 아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퀴어문화축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문화의 힘〉 토론회가 서울 낙원상가 엔피오피아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미경 (사)문화다움 대표는 “축제란 해방과 자유로움을 통해서 우리의 삶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또 그런 것들을 통해 일상이 정화되고 삶의 탄력이 회복되고. 어쩌면 질서에 중압된, 위축된 생명감을 재생하게 만드는 것”이라 설명하며 “이제 그런 걸 지금 느낄 수 있는 축제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 퀴어문화축제는 그런 부분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차별 행정은 응당 비판 받아야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런 상황이 퀴어문화축제를 더 ‘축제답게’ 만드는데 일부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최혜자 문화디자인자리 대표는 “축제가 자꾸 지자체 중심으로 정형화되는 이런 패턴 속에서 축제가 점점 재미 없어지는 것이 또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 지적하며, “그래서 축제는 기본적으로 고유성을 가진 축제가 가치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존재로부터 출발한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는 퀴어문화축제는 정말 처음부터 이런 부분에서 명확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확한 고유성과 정체성을 가진 축제”라는 것이다.
그렇다, 차별과 혐오가 이어진다 한들 퀴어문화축제는 이미 “고유성과 정체성을 가진”, 정말 수많은 이들이 “해방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을 불허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
분명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그러한 흐름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일부 정치인과 지자체의 행보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과 달리, 현 사태를 “부끄럽다”고 한 정치인도 있다. 또 다른 연대 발언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정치가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해야 하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모두가 평등할 때까지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의당은 21대 국회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대변하는 든든한 국회 동지로서 여러분의 곁을 지킬 것이며 22대 국회가 시작되는 날(5월 30일), 거리에서 여러분의 곁을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올해 슬로건이 ‘예스, 퀴어!’(Yes, Queer!)인데 네 번의 거절이 돌아올 줄 몰랐지만, 성소수자는 굴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외쳤다.
차별을 딛고, 2024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 속에서 볼 다양한 얼굴들, 함께 길을 걷고 손을 흔들 이들을 만날 일이 벌써 기대된다.
이 기사 좋아요 9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소수자 시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