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강점은 있다
자기 이해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첫 번째 파트의 주제는 ‘강점과 약점’이다. 참가자들에게 본인의 약점을 말해 보라고 하면 줄줄이 읊는다. 그런데 강점을 말해 보라고 하면 쭈뼛쭈뼛하거나 쑥스러워하면서 겨우 하나 정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나한테 강점이 하나라도 있는지 궁금해서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라고 말한 참가자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못하든 우리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것이든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든 간에 사람은 각자 고유한 강점을 가지고 그것을 활용해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중요한 건, 자신의 강점을 인지하고 있는가 아닌가다. 만약 자신의 강점을 모르고 있다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발휘하고 있더라도 뭔가 찜찜하고 끌려다니는 기분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글쓰기 참가자 중 한 명은 최근 여자 풋살팀에 들어가서 주장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강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바로 ‘터프한 보스 기질’이다. 이런 기질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강점으로 인식되기 어려운 법이다. 사실 이 참가자는 커뮤니티의 장(長) 역할도 맡아서 했지만, 그때도 자신의 성향은 ‘남성적’인 게 아닐까, 사려 깊지 않다고 비판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늘 스스로를 검열하기 바빴다. 리더의 자리에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풋살을 하며 사람들을 모으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소리를 지르고 팀원들을 독려하며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 이런 거친 보스 기질이 숨겨진 자신의 강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자기 이해 글쓰기 프로그램에서는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며, 삶의 주요 장면에서 내가 어떤 강점을 발휘하여 그 고개를 타고 넘었는지 글을 써 본다. 그 과정에서 잊어버리고 있던 나의 강점을 재발견하거나, 어딘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강점이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걸 발견한다. ‘소소하다’고 여기면서 강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실은 자신을 지탱해 주는 힘이었음을 깨닫거나, 약점이 많음에도 강점이 그것들을 커버할 만큼 크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강점이라는 나의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주관적으로 나의 강점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면, 보다 객관적으로 나의 강점을 탐색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성격 강점’ 테스트다. 성격 강점(VIA-Value in Action)은 심리학의 한 분야인 긍정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긍정심리학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이 학자들과 수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6개의 덕목과 24개의 성격 강점을 분류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VIA 강점연구소’(The VIA Institute on Character) 사이트에서 무료로 정식 검사를 할 수 있다. https://viacharacter.org)
성격 강점 테스트를 해 봤다면 결과에서 상위를 차지한 나의 강점 몇 개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나는 이 강점들을 어떻게 발휘하며 살고 있는가? 강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나? 혹시 좀 낯설게 느껴지거나 내가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강점은 없나?
만약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환영받는 강점이라면, 나도 그 강점을 좋아하면서 다양한 강점을 쓰기보다 그것만 과하게 썼을 수 있다. 눈치가 빨라서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척척 맞춰주는 여성이라면, 그의 강점은 아마 ‘사회지능’이나 ‘친절함’일 것이다. 친절함은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상에 들어맞아서 그 강점을 과하게 발휘하면서 살아왔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나를 호구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자꾸만 이용당하는 것 같은 경험이 쌓여서 환멸이 든다면? 이런 경우 나의 강점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강점이 아닌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있다. 어떤 강점을 과도하게 쓰면 그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내가 강점을 쓸 때 주의할 점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결국, 강점 자체를 부정할 게 아니라 강점은 수용하되 어떻게 잘 쓸지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강점을 발휘할지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필자 소개] 나랑.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자. 전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기자. 14년차 인터뷰 작가. 활동가로, 페미니스트로 살아오면서 늘 한 켠에서는 마음공부를 하고 있었다. 뒤늦게 상담 심리 석사 과정에 들어섰다. 여성과 소수자들의 의식 성장을 도우며 그 길에서 나도 함께 성장하기를 꿈꾼다. 인스타그램 @hello.writing.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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