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상담소 ‘살림’(wom-survivors.org)은 여성부와 공동협력사업으로 2003년 6월부터 11월까지 ‘부산지역 성매매 실태’를 조사했다. 그중에서 특히 성매매 피해여성들과의 전화상담과 면접상담을 통해 이루어진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실태’와, ‘살림’이 제안하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정책’을 발췌해 싣는다. -편집자주
티켓다방, 유흥주점, 3종까지…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티켓다방의 74%가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다방’이 휴게음식점으로 돼 있어 청소년 유해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을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차 배달만 하는 것으로 속이고 청소년을 고용해 배달을 시키다가, 일수, 벌금 등으로 빚을 부가해 티켓영업을 강요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출해 잠잘 곳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숙식제공, 월급 150만원 이상’이라는 미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가출해서 돌아다니다가 광안리에 갔어요. 근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우리한테 돈 벌지 않겠냐고, 월수입은 200에서 300이 된다고 했어요. 그땐 갈 데도 없었고 배도 고팠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우리를 데려가서 갈비도 사주고 그래서 그 아저씨를 믿게 됐어요. 그 아저씨가 우리를 다방에 데려다 줬는데 화장품이랑 옷 같은 게 있어야 일할 수 있다면서 그 아저씨가 그런 걸 사줬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제 빚으로 올라가 있더라구요. (중략) 그 업주는 우리 앞에서 누가 섬에 팔려갔다느니 섬에 팔려가야 되는 년이라느니 하면서 은근히 우리를 겁줬어요. 나는 섬에 팔려간다는 소리를 듣고부터 티켓을 끊었어요.” (이현미-가명, 피해 당시 17세) 다방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빚의 액수가 늘고 19세 이상이 되면 선불금 액수가 더 큰 유흥주점으로 보내진다. 또 20대 여성들이 접대비를 통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선불금 없이 일을 시작한 경우라도 좋은 옷을 입어야 룸에 넣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압력을 받기 때문에 옷, 화장품 등을 사게 돼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선불금에 대한 이자(보통 5부 이상)와 결근비, 지각비 등으로 빚은 눈덩이 불 듯 늘어난다. 속칭 ‘연애’(성매매)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여성들은 ‘3종’(방석집, 집결지 등)이라고 부른다. ‘3종’이라고 부르는 업소들은 선불금 액수가 큰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선불금 액수가 큰 대신 일의 강도도 세고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감금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다방이나 유흥주점에서 빚이 많이 늘어 더 이상 유흥주점에서조차 일할 수 없는 여성들이 소개소 등을 통해 보내진다. “제 빚이 3000만원이 되니까 소개소에서는 그 액수는 3종밖에 안 된다고 했어요. 전에 일하던 데서는 계속 돈 들여놓으라고 독촉을 하는데 제가 추라이(업주와 선을 봐서 선불금 계약을 하는 것)가 안되고 하루하루 날만 가니까 미칠 것 같드라구요. 이러다가 내가 섬에 가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너무 무서워 하루는 수면제를 잔뜩 먹고 죽으려고도 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죽지는 않고 3일 있다 깨어났는데, 3종에 일이 알아봐질 것 같다고 소개소에서 그랬어요. 거기는 테이블 들어가서 옷도 벗고 가끔 쇼도 하고 연애가 술값에 포함돼 있다고 그랬어요. 총 매상의 20%를 아가씨들이 나눠 가진다고 했는데 더 이상 수가 안 나니까 거기라도 가기로 했어요. 가니까 핸드폰도 못쓰게 하는 데였어요.” (이영옥-가명, 피해 당시 24세) 소개소는 여성을 업소에 소개시키는 일을 하고 소개비를 업주로부터 받는다. 소개비는 티켓다방과 유흥주점이 100만원, 3종이 300만원 정도다. 소개소를 통해 오는 여성들을 선호하는 업소들이 많다. 왜냐하면 여성들이 일을 하다가 도망가는 경우, 소개소가 그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소개소에서 도망친 여성들을 잡아오면 여성을 찾는 데 든 경비까지 여성의 빚으로 올려 다른 업소에 넘기고, 소개비와 여성을 찾는 데 든 경비 등을 모두 받는다. 소개소에서는 법정 소개료 이상의 소개료를 챙기며, 여성을 성매매 업소에 팔아 넘겨 사실상 ‘인신매매’를 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역할도 한다. 선불금과 빚의 고리 사람들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궁금해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선불금’이라는 빚의 고리 때문이다. ‘선불금’이란 업소에 취직하면서 미리 받는 돈을 말하는데, 통상 다른 업소로 가면서 다시 선불금을 받아 전에 일하던 업소에 진 선불금 빚을 갚게 된다. 선불금 빚은 높은 이자와 MT비(마담 테이블 비), 결근비 등으로 인해 계속 늘어나게 돼 있어, 결국 다방에서 유흥주점으로, 유흥주점에서 ‘3종’ 업소로 가게 된다. 성매매 일을 하는 여성들은 대개 업주가 선불금 빚을 차차 갚게만 해준다면 성매매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서 빚을 갚아 나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업주는 그 여성을 다른 업소로 보내 한꺼번에 선불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로 빚을 차차 갚게 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이미 성매매 일에 빠져든 여성은 고액의 선불금을 한꺼번에 마련해 갚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힘든 업소로 팔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 기본 15시간씩 일했어요. 하루 종일 남자들한테 시달리니까 시간 나갔다 오면 오봉(커피 나르는 쟁반)을 쌀 힘도 없었고 배달 나가면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어요. 맨날 잠도 잘 못 자고 그렇게 일을 했어요. 한 달이 돼 돈 계산을 하는데 장부는 보여주지 않고 자기들이 계산한 목록만 보여줬어요. 제가 지각을 100시간 했다고 하면서 지각비가 200만원이고 제가 일해서 번 건 160만원이라고 하면서 40만원 빚이 늘었다고 했어요. 제 생각에는 그 계산이 틀린 것 같은데 무서워서 아무 말 못했어요.” (이현미-가명, 피해 당시 17세) 수단방법 안 가리고 성매매 강요 다방, 유흥주점, 이발소, 성매매 집결지 등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한다. 선불금을 미끼로 빚을 빨리 갚으라면서 독촉하기도 하고 괴상한 벌금제도를 통해 강요하기도 한다. 청소년을 많이 고용하는 다방의 경우에는 선불금을 미끼로 강요하거나 일수를 정하여 시간을 많이 끊도록 제도를 만들기도 한다. 유흥주점에서는 의사를 묻지도 않고 손님에게 미리 2차비를 받아놓고, 2차를 거부하면 ‘2차 펑크비’ 라고 해 손님의 지불한 술값과 2차비 모두를 여성에게 물린다. 또 2차에 나가 손님을 사정시키지 못하거나 실수해 손님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2차비를 다시 물리기도 한다. “제가 처음 그 가게에 들어갈 때 2차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조건에 갔어요. 마담이 2차를 나가라 길래 저는 2차는 못나간다고 했더니 사장이 빚이 500이 넘으면 무조건 2차를 나가야 하는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울면서 나갔어요. 빚이 자꾸 느니까 나중에는 2차 못나간다고 말하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생리할 때는 양이 너무 많은 날 못나간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안 통했어요. ‘찬물로 씻고 하면 괜찮다’라고 하면서 왜 니가 다른 애들까지 돈을 못 벌게 하냐면서 나가라고 했어요.” (송현주-가명, 피해 당시 23세)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여성들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업소를 옮겨 다니면서 성매매 일에 적응해나가고, 자포자기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적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업주에게 외출할 권리, 몸이 아플 때 쉴 권리, 지각비나 결근비를 떼이는 것의 부당함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이야기해 봤자 별 소득도 없다. 성매매 업소에서 빚 있는 여성의 몸은 이미 자신의 몸이 아니다. 성매매 된 여성들은 업주가 시키는 대로 손님 비위를 맞추고, 손님과 성관계를 하고 눈치 봐가며 술을 버리면서 ‘빚을 까는 것’ 외에 그 일을 그만둘 방법이 없다. 최근 성매매가 사회문제화되면서 법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다수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그런 정보를 모른다. 완월동에서 구조요청을 한 여성들의 경우 윤락행위등방지법(이하 윤방법) 제 20조의 선불금 무효 조항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다만 성매매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선불금은 자신이 능력이 되는대로 차차 갚겠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게다가 현 윤방법은 성매매 피해여성을 ‘윤락행위자’로 입건하고 있어, 여성들은 신고를 해 봤자 자신만 ‘윤락녀’로 올라가는 줄 알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업주들은 평소 경찰, 검찰과의 친분을 과장하거나 과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피해여성들은 신고는 꿈도 못 꾼다. 이들에게 법은 아직 멀다. “술 먹으러 형사들도 오는데요. ‘사’자 들어가는 사람들이 제일 진상이에요. 그리고 단속 뜨면 업주들이 젤 먼저 알아요. 불 끄고 들어가라고 다 신호가 와요. 아가씨들은 이런 거(상담소) 있는지 전혀 몰라요. 나도 처음에 도망 나와서 검찰청으로 찾아가 물어봤어요. 근데 그 빚 다 갚아야 된댔어요.” (김민희-가명, 피해 당시 27세) 일이 너무 힘들어 도망 나온 여성들이 업주에게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왜냐하면 처음 업소에 들어갈 때, 또는 소개소에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것을 모두 적기 때문이다. 업주는 피해자의 친구들과 친지를 수소문해 피해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거나 흥신소 등의 사람을 시켜 추적한다. 추적해도 잡히지 않으면 여성이 업주에게 쓴 차용증이나 업소에서 일하면서 진 슈퍼외상, 옷 외상값 등으로 사기 고소를 한다. 그러면 여성이 경찰서에 출두해야 하는데, 그 때 경찰서에서 만나 데려가거나 여성이 경찰서 조사에 출두하지 않으면 기소중지가 돼 수배령이 내려진다. 업주에 의해 사기혐의로 고소 당한 경우,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가거나 기소중지 상태에서 긴급체포 돼 조사 받게 된 경우, 업소에서의 성매매 알선과 강요 행위는 조사내용에 포함되지 않고 보통 선불금을 왜 갚지 않고 도망갔는지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피해여성들은 업주와 합의를 봐서 고소 취하의 조건으로 다른 업소에 가거나 사기혐의가 성립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은 성매매 된 여성들을 비난하고 그 여성들에게 책임을 묻는 수준이다. 그러나 거대한 성 산업의 규모와 피해여성의 수를 고려해본다면 이는 ‘일부’ 여성들의 그릇된 판단이나 특별한 사연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 피해여성을 질책하기 앞서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왜 성 산업에 유입되고,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지, 그리고 구조화된 성 산업의 고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현실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사회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