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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살았으면..."
고 육우당 추모의 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수연,이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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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오후 6시경, ‘고 육우당 추모의 밤’이 참여연대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고인이 활동했던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를 비롯한 20개 시민사회단체와 13개 동성애자단체 공동주최로 이루어졌다.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되기 몇 시간 전부터 장내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도 가득 찼다. 행사가 진행되고 고인에 대한 묵념이 시작되자 장내는 삽시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고인의 죽음을 전해 듣자마자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박기호씨(2003 퀴어문화축제 프로그래머)는 “퀴어는 ‘즐겁다’는 뜻인데 동성애자로 사는 것은 우울하고 막막할 따름이다. 더 이상 동성애자들의 ‘뜻밖의 죽음’을 대하고 싶지 않다. 잘살고 있다는 말을 주위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바람이다. (죽지 않고) 어떻게든 살았으면 좋겠다”며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고인이 속했던 단체인 동인련 회원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듯 보였으나 적극적으로 추모의 밤 행사를 진행했다. 동인련 대표 정욜씨는 이번 추모의 밤 행사의 의의에 대해 “장례식에서도 고인의 지인들이 있는 상황이라 고인이 동성애자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사회적 불의에 항거한 죽음이었음에도 알리기조차 힘든 것이 동성애자의 현실이다. 추모의 밤이 이런 우리의 현실을 적어도 다른 인권단체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상임활동가 배경내씨는 “동성애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사회가 주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자들의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인권단체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번 추모의 밤이 인권단체들이 동성애자의 문제에 대해 자각하고 함께 연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육우당의 죽음이 언론에 의해 동성애자들을 탄압하는 것으로 역이용될 지도 모른다”며 인권단체들이 연대해 대응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인련은 “육우당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명확한 사회적 타살이라 규정한다”며 “보수 기독교 단체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번 타살의 공범이다. 청소년 보호위원회는 지속적인 동성애자 단체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보호법의 동성애 조항 삭제를 미뤄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청소년 보호위원회에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 또한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일보와 같은 보수 일간지에 대해서는 사과의 요구가 아닌 논쟁의 형식으로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육우당의 죽음은 동인련이란 동성애자인권단체에서만 두 번째로 겪는 회원의 죽음이다. 지난 1998년에도 사무실 앞에서 한 회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인련 사무국장 고승우씨는 “한 동성애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우리는 친구들의 죽음을 맞아야 했다. 변하지 않은 현실이 비통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육우당의 절규를 잊지 말고 용기를 내자”며 이후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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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육우당의 시들

(연시조)
에덴 동산을 그리워하며

허황된 욕망땜에 백합들이 죽어간다.
자유의 여신상은 지금 무얼 들고있나.
한손엔 살생계획부 또 한손엔 무기를

가여운 무슬림들 어디로 가야하나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고 떨고있다.
노인은 후들거리며 한숨만 푹 내쉰다.

하늘엔 천사대신 시커먼 대포가 '쾅!'
들판엔 나무대신 굵직한 총이 '탕!'탕!'
여기는 루시퍼 제국 사탄들의 세계다.

황제는 루시퍼 황태자는 조지 부시
원국(元國)도 로마국도 비교할 수 없는 대제국
우리는 에덴의 시민, 망한 에덴의 시민.

한맺힌 영혼들의 울음소리 들리는가.
여자들 어린이들 노인들의 한스러움.
저 자는 폭군 네로보다도 더 잔악한 황태자.

황제는 물러가라! 황태자도 물러가라!
우리의 에덴 동산 지금 당장 돌려줘라!
이 곳은 천인(天人)의 세계, 사탄들은 물러가라!

꽃따라 별따라 에덴으로 가고파도
사라진 곳이기에 아쉬움만 커져간다.
그리운 에덴 동산이여, 평화로운 낙원이여.

          -2003. 4. 25. 육우당


(사설시조)
성적소수자

태초에 인간이란 존재는 쌍으로 붙어있었대. 머리 둘, 팔은 넷, 다리도 넷.

거만한 인간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우르르 쾅! 번개를 내리쳐서 쌍으로 붙
은 인간은 '뚝!' 떨어져나가 머리 하나, 팔 둘, 다리 둘이 되었지. 그때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됐어. 서로 떨어지게 된 인간은 남은 반쪽을 찾아 이리
저리 남녀가 만나게 됐고 어떨때는 남자끼리 여자끼리 만나게 됐지. 그게
바로 우리들. 언제나 그늘처럼 존재해 온 우리들.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그
들은 우리들을 멸시하고 우리들은 분노하고. 기가막혀 기가막혀.나머지 반
쪽을 찾겠다는데 뭐가 그리 이상해. 우리들은 지극히 정상이야 너희들과
약간 다를 뿐이지. 정 우리들이 역겹다면 제우스에게 따져. 오랜 세월 박해
받아 온 우리들, 이제는 희망을 찾아 무지개를 휘날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성적소수자. 제우스의 번개로 내 반쪽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방랑자.

             -2003. 4. 9. 육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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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04 [00:52]  최종편집: ⓒ 일다
 
슬픈바다 03/05/04 [01:57] 수정 삭제  
  고인을 추모합니다.
헛된 죽음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랍니다.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별로 인해 죽는 이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리 03/05/04 [09:16] 수정 삭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분노가 치밀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을 후벼파는군요.

일다에서 추모의 밤에 대한 글을 볼 수 있다니 기쁩니다.
늘 수고하십시오.
쥬디스 03/05/04 [16:58] 수정 삭제  
  동인련 사이트에 갔더니 헤드윅이란 영화에서 나오는 공연장면을 앞에 띄워놓았더라구요. 몇 번을 다시 보고 다시 보았습니다. 사랑의 기원이라는 곡이었나요. 고인이 남긴 시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시는 원래 안 좋아하는 저이지만요. 사람을 살 수없게 괴롭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학교 그만두고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려했다면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것 같아요. 너무 살고 싶었기 때문에 죽음을 택한 거겠죠.
시인 03/05/04 [18:05] 수정 삭제  
 
고인이 남긴 시가 있으면 보았으면 좋겠군요.
일다에서.
03/05/04 [23:36] 수정 삭제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 분은
'배경례'가 아니라 '배경내' 씨로 알고 있는데요...^^

고인의 죽음에 명복을 빕니다.
쓸이 03/05/09 [02:54] 수정 삭제  
  고인에게 띄우는 편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죠.

얼마 전 반전 집회 때 춥다고 안아달라던 널,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안아주지 못했던 거 미안해. 라는..

정확한 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용은 위와 같았던 것 같은데요..


눈물을 참다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참기 힘들어 지더군요..
그나마 그런 것들로부터 편한 편인데도, 너무 아프더군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왔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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