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폭언, 폭행 및 성폭력이 위험수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지난 2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발생한 이 교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3월 26일부터 노조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병원 내 폭언, 폭행 및 성희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 지난 28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9.8%가 폭언, 폭행의 경험이 있다고 답해, 여성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언, 폭행 가해자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41.2%, 의사 33.7% 부서 내 상사 11%의 순으로 '환자 또는 보호자'가 빈도가 가장 높은 집단으로 지목됐다. 노조 측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간호사들에게 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외 응답자들의 31.1%가 의사들에 의한 반말 및 인권비하적인 언행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우유 값 벌려고 왔니’ ‘면허는 어떻게 땄니’ ‘할 짓 없어 간호사 하니’ 등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과 ‘무식한 년들’ ‘일을 좆 같이 한다’ ‘병신 같은 것들’ 등의 모욕적인 언행을 경험했다고 기술했다. 또한 응답자의 31.9%가 수술실에서 환자 신체에 대한 성적인 농담을 경험했다고 답해 환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서울대 병원 노조의 경우 이 교수 사건과 관련해서 의사들에 의한 환자들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 제시한 바 있다. 성폭력 가해자 57.6%가 의사 응답자들은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보는 행위, 외모에 대한 성적인 평가,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각각 7%, 9.4%, 9.9% 겪었다고 답했다. 설문지에는 ‘왜 그렇게 살이 쪘어. 엉덩이가 펑퍼짐 해졌네’라고 말하거나 부르스 추기를 강요하고, 오렌지를 주면서 ‘가슴에 넣어 줄까?’ 라고 말하는 등의 다양한 성폭력 사례들이 기술됐다. 성폭력가해자의 경우 의사(교수) 37.8%, 인턴 또는 레지던트 19.8%로 지목돼, 의사집단이 5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진료 또는 수술 중의 성폭력 경험을 부서별로 질문한 항목의 경우 수술실에서 26.5%가 있다고 답해, 타 부서에 비해 그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김성주 보건의료노조 선전국장은 “이 교수 성폭력 사건도 수술실에서 일어났으며, 이는 수술실 성폭력의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설문지에서는 개별적인 성폭력 사례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성폭력 경험 여부를 묻는 조항이 빠져있다. 김성주 선전국장은 “성폭력 경험 여부를 묻는 조항이 빠진 것은 미흡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노조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조사이니 만큼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강력한 대응을 원한다 병원 내 성폭력에 대해 응답자의 51.5%가 매우 불쾌하다고 답했으며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25.2%가 공개사과 및 퇴직을, 41.2%가 공개 사과 및 보직 박탈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피해자들은 성폭력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건에 대해 55.1%가 그냥 참고 있다가 자리를 피했다고 답했으며, 노동조합에 알린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았다. 연 1회 이상 받아야 하는 성폭력 예방교육도 과반수가 넘는 51.2%가 받지 않았다고 응답, 예방교육이 허술하게 실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응답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조 측에서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와 의사 사이에서 폭언, 폭행 및 성폭력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병원 내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 측에서는 그 해결 방안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폭언 및 폭행을 삼갈 것을 권고하는 게시문 부착, 성폭력 예방교육의 철저한 실시, 폭언 및 폭행을 금지하는 교양교육의 추가, 의사들이 교육을 이수하도록 강제할 것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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