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성] 내가 경험한 ‘성희롱’

| 기사입력 2004/07/11 [21:54]

[몸과 성] 내가 경험한 ‘성희롱’

| 입력 : 2004/07/11 [21:54]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직장여성의 38.5%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02년 자료에 따르면 대학에서 남성교직원의 46.1%와 남학생 49.8%가 “지난 1년간 성희롱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희롱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희롱’이 무엇인지 일일이 행위를 열거하는 것은 무리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놓인 다양한 상황과 정황 속에서 파악돼야 하기 때문이다. 행위로만 본다면 애인이 아닌 남녀 사이에서도 입맞춤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성희롱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물리적인 신체접촉이 없었다고 해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한 ‘성희롱’은 어떤 것인가. 그 상황에서 혹은 그 이후 자신은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많은 경우 성희롱을 겪는 이들은 불편함을 말이나 행동, 표정 등으로 호소하지만 무시당하곤 한다. 성희롱 행위에 대해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을 때 즉각 사과하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다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성희롱이라고 느끼지만 주변에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자신은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못해도 주변에서 성희롱이라고 명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겪었던 ‘성희롱’에 대한 경험과 이를 정의하는 방식, 대응방법, 그 과정에서 느낀 점과 생각한 고민들을 함께 공유해보자.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karen 2004/07/16 [20:44] 수정 | 삭제
  • 합석이었거든요.
    뒷좌석에 타 있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서 내린다길래
    제가 앞좌석에 탔어요.
    저만큼가서 뒤 사람들 내리고 미터기꺾고 가는데요.
    운전사 아저씨가 계속 말을 시켰어요.
    몇 살인지, 어디 가는지, 그런 거요.
    심심해서 그런가부다 하고 얘기는 하는데
    솔직히 얘기하기 싫었거든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내 얘기하기 싫잖아요.

    근데 이 아저씨가 뭔가 이상하게 나오는 거에요.
    코가 이쁘게 생겼다는 둥 그런 식으로요.
    한 마디만 했으면 모르겠는데..
    옷차림에 대해서도 뭐라고 하고,
    치마를 입은 게 보기 좋다고도 하고..
    계속 말을 그런 식으로 돌리면서 징그럽게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냥 가만히 아무 말 안 하고 있었어요.
    창밖을 보면서 일부러 딴청을 피웠거든요.
    차는 또 왜 그렇게 막히는지 저는 그 때
    솔직히 가다가 그냥 내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 아저씨가 저한테 노래를 불러보라는 거예요.
    "네? 무슨 노래요. 저 노래 못해요."
    그렇게 말했는데 계속해서 노래를 해달라는 거에요.
    저는 너무 어이가 없고 싫었어요.
    근데 차가 막혀서 멈춰 있는 틈을 타서
    이 아저씨가 앞은 안 보고 제 쪽으로 돌아서서는
    한 손으로 제 어깨를 짚으면서 자기 좀 보래요.
    으아.. 정말 너무 싫어서 제가 확 손을 치우고..
    막 화난 표정을 하고 밖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혼자서 실실거리면서 막 웃는 거 있죠.
    그러면서 혼잣말인 것처럼 계속 저에 대해 말하구요.

    목적지까지 가긴 했는데 정말 너무 기분 나쁘고..
    밤잠도 안 오더라구요.
    여자손님이 기분나빠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런 식으로 우롱하다니..
    제가 그런 걸 그냥 암말 못하고 당했다는 것도 화나구요.
    근데 택시타면 제가 뭐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뭐라고 말도 못하구요.
    정말 억울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택시는 신고를 해야했는데 싶어요.
  • 아미 2004/07/15 [04:06] 수정 | 삭제
  • 지하철에서 졸거나 자는 척 하면서 손으로 더듬는 놈도 있고.. 책이나 가방 같은 걸로 가리면서 밖에선 안 보이게 하면서 옆에 달라붙어서 만지는 놈도 있고. 영화관이나 어두운 곳에서 슬쩍 다가와서 뒤에서 어깨쪽으로 만지거나 하는 놈도 있고.

    뭐 묻는 척 하면서 와서 괜히 어깨를 기대거나 하는 놈도 있고. 이 때 좀 골치아픈데, 아픈 사람도 아닌데 어깨나 몸을 기댈 일이 뭐 있겠는가. 더구나 남자가 여자한테 말이쥐..

    내가 겪거나 본 성희롱범들을 보면 참으로 교활하다는 데 특징이 있다. 생긴 건 멀쩡하고 착해보여도 하는 짓을 보면 계획적이다. 즉 다 계획해서 하는 짓이라는 거지. 그런 거 상상해보면 더 끔찍하고 징그럽다. 계획적으로 성희롱하는 놈들은 대부분 상습범일 거다.

    그래서 더 확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한 번 저러고 말겠지 하면 계속 그러면서도 시치미뗄 가능성이 크다. 그냥 넘어가주면 절대로 안 된다. 왜냐면 계속 딴 여자들한테도 그럴 거니까.
  • ㅡㅜ 2004/07/14 [03:15] 수정 | 삭제
  • "애매할때"가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이게 성희롱인지 아닌지.
    성희롱이라고 느끼고, 무섭다고 느끼는게 내 잘못은 아닌지, 내가 예민해서가 아닌지.
    상대방이 내게 성희롱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을때

    결국 괴로운 건 나 뿐이더라구요.


    대학 다닐때 자취를 해서
    동기들이 제 방에 쉽게 놀러오는 분위기였어요
    보통 남녀 할 것 없이 우르르 놀러와서 우르르 가곤 했는데
    가끔 남자 동기만 올때도 있었죠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괜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제가 이상해서(그렇잖아요. 제가 걔네들이 나한테 무슨 해꼬지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여자친구들이랑 똑같이 자연스럽게 대하려고 했어요

    어느날은 한 남자동기가 제 방에 놀러와서
    맥주 한캔 씩 놓고 앉아서 얘길 하고 있었어요
    좀 어색하긴 했지만 동기니까 뭐, 여자동기랑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대학 친구는 다 그런거라고.
    근데 그 친구가 저한텐 좀 난처한 얘길 했어요. 뭐 일종의 고백이었죠.
    저는 거절을 했고, 너무너무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됐어요.
    그 시간이 차도 다 끊긴 새벽 3시라 그 친구 보고 집에 가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전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고 그냥 그 친구랑 같이 있었어요
    새벽에 차 다닐때까지 안 자고 깨어있으려고 했는데
    깜빡 잠들었나봐요

    일어나보니까 그 친구가 제 머리맡에 누워서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있는 거에요. 천천히, 가닥가닥, 어떤 건지 아시겠죠..
    별거 아닌 행동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저는 고백은 거절한 상태고, 그 친구한테 왠지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게 너무 싫었지만 아무 말도 안 하고 얘가 얼른 집에 가기만 기다렸어요. 9시가 넘었는데도, 이 친구는 계속 제 머리를 만지면서 화제를 질질 끌고 집에 가려고 하질 않는 거에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10시, 11시까지, 꽤 오랜시간동안 그러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때 그 기분은, 정말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그리고 전 무서워하는 제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전 진짜 너무너무 무서웠고, 그 친구한테 이제 제발 집에 가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할 생각도 못했어요. 눈물이 날거 같았는데 울면 더 분위기가 이상해 질거 같아서 꾹꾹 참았어요.

    내가 그때 느낀 너무도 무서웠던 그 감정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된건 정말 최근이에요.
    그때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이게 남자애가 제가 사는데 오는게 너무너무 싫어요. 혼자가 아니더라도.
    정말 남녀를 되도록 의식 안하고 그냥 한사람의 친구로,
    똑같은 친구로 생각하려 했던 제가 순진했던 거 같지만,
    그게 정상인가요?

    남자랑 같이 술을 마셨으면, 추행 당할 각오를 한게 아니냐는
    요즘 모 사건을 계기로 횡행하는 논리들을 보다가
    또 생각이 났어요.
    세상은 여자를 그냥, 추행의 가능한 대상으로서의 여자로만 남아있기를 원하나봐요.


    ....그 친구는 그 행동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거 같아요
    알면 그 친구가 미안해 할까요? 내가 무서웠다는 걸 몰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참, 많이 무서웠고 그 친구가 거리껴져요.
  • iris 2004/07/13 [18:53] 수정 | 삭제
  • 지하철에서 성희롱당한 경험이라면.
    정신이상자가 기둥 잡고 있는 제 손을 감싸쥐고 썪은 눈으로 바라 보길래 짜증내면서 손 뺀 적 있어요. 다른 한 번은 붐비는 지하철에서 노약자석 뒤에 통로에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좀 비켜줬는데 어떤 남자가 지나가는 듯 하더니 딱 멈춰서는 거에요. 사람 많은 걸 이용해서 자신의 가운데를 제 엉덩이 쪽에 가깝게 대면서 약간 이상한 숨소리 내쉬구요. 느낌이 이상해서 좀 째려본 다음에 그 자리를 피했나 그래요.

    차라리 얼굴 모르는 사람이면 소리라도 지르고 때리기라도 할텐데 회사에서도 성희롱 당한 적이 있어요. 책방에서 알바할 때도요.
    책방에 사모님과 같이 일하셔서 가끔 들르시는 사장님이 친한 척 괜히 말 걸면서 손을 겨드랑이 밑부분 (가슴과 가깝게)에 대길래 좀 미심쩍긴 했지만 처음엔 그냥 넘어갔어요. 근데 그 다음인가는 책상에 앉아 있는데 오더니 무슨 재밌는 말을 하는 척 하면서 얼굴을 가깝게 대는 거에요. 얼른 일어나서 멀찌감치 떨어졌죠. 왜 이러시냐는 소리는 안 나와서 그냥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응시하고 있었더니 다음부턴 그런 일 없었구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부장님이 있었는데 제가 책같은 걸 보고 있으면 괜히 옆에 와서 관심을 보이면서 가져가는 데 그냥 가져가는 게 아니라 제 가슴쪽에 팔을 대면서 그 서류나 책을 보는 거에요. 역시 처음 한 두 번은 그냥 갑자기 당한 일이라 멍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먼저 있던 옆 부서 애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도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은데 자기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대요. 걔는 약간 대범한 스타일이라서 그래 실컷 주물러라 좋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았다고 했어요^^
    그 뒤에 그만두는 직원 선물 문제로 의논한다면서 절 불러내더라고요. 그러면서 무슨 휴게실 같은 데 불렀는데 그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어요.. (접대가 많은 일이라 점심때 술 제법 드심)근데 제 무릎을 만지더라고요. 몸까지 떨면서.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자기 어려운 일 많았다 옛날에 가게했을 때 깡패들한테 돈도 많이 뜯겼다면서. 그 당시엔 좀 웃음도 나고 어이없더라고요. 애가 뭐하나 싶어서 그래서 금방 손을 밀쳤더니 그만두더군요.

    한참 뜸하다가 책 보고 있는데 또 제 책에 관심있는 척 하면서 팔을 가슴쪽에 대길래 그 팔을 잡아서 던져버렸어요. 좌우에 있는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그랬더니 그냥 자기 자리로 가는데 금방 저를 자기 자리로 불러요. 제 반응을 떠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할 말 다하고 생글생글 거렸죠. 그 다음부턴 저한테는 별 일 없었구요. 주위의 여직원들한테도 단단히 대비시켰어요. 그 뒤로 다른 여직원이 들어왔는데 손을 괜히 쓰다듬는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옆에만 오면 다들 경계하는 것 눈치챘는지 많이 줄었어요.

    책방사장님이나 부장의 외모가 정말 흡사해요. 키 크고 마른 체격에 얼굴 작고 담배 많이 피우고. 그래서 편견이 생겼는데 저런 외모 비슷한 사람만 보면 경계하자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형도 바뀌었어요. 통통하고 둥그런 사람에게 괜히 정도 더 가고^^.

    여자분들 대부분 이런 일 다 겪으셨겠죠. 우리 같이 힘내요!
  • enki 2004/07/13 [17:07] 수정 | 삭제
  • 작년쯤에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옆자리에 딱 붙어 앉더니 자기 손을 보통 사람들이 모으고 있는것처럼 두지 않고 의자를 잡더군요
    기분이 이상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 손이 자는척 하면서 허벅지로 올라오데요
    그래서 그 손을 확 치웠습니다. 내 나름대로는 일종의 경고처럼 행동했는데
    그 사람은 자는척하면서 또 손을 제 허벅지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그 사람 얼굴을 제 가방으로 후려치면서
    "야 이XX야 어딜만지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거는 그 사람은 계속 자는 척하기만 했답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나서 가방으로 한번 더 후려치면서
    어디서 자는척을 하냐고 변태라고 막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서야 일어나서 자기가 뭘 잘못했냐고 하더이다.
    다행히 제가 키가 큰 편이어서 그 사람이 일어나서 위압감을 주더라도 제가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손버릇이 나쁜게 니 잘못이라고 소리쳤더니
    "알았어, 그러니까 가면 될거 아냐! 앉아!" 이러구선
    다른 칸으로 옮겨갔습니다.
    참 황당하고 기가 막혔지만 더 어처구니 없었던것은
    그 칸에 평소보다 넥타이를 맨 남자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기는 커녕
    그 사람이 옮겨가고 나니까 수군거리기를
    '저 여자 대단하다' 였습니다.
    그 성추행범도 어이없지만 그 상황에서 고작 한다는 말이 여자가 대단하다인
    그 구경꾼 남자들에게 더 화가 났답니다...
  • 기니 2004/07/13 [10:22] 수정 | 삭제
  • 굉장히 기분 안 좋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성희롱을 겪은 적은 많은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잊을 수가 없는 경험이요.
    하나는 지하철에서 진짜 나이든 할아버지가 손으로 허벅지를 만진 것이구요.
    너무 나이든 할아버지라서 저는 처음엔 성희롱이 아닐거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계속 만져서 결국은 제가 일어섰지만, 뭐라고 하면 할아버지라는 걸 이용해서 저를 곤경에 처하게 할까봐 말도 못하고 말았어요...

    또 하나는 길을 잘 모른다면서 저한테 묻길래 너무 순진한 표정을 한 남자여서 안 되어보여서 길을 알려주면서 조금 같이 걸어나갔거든요. 잘 이해를 못할 까봐서요.
    근데 그 남자의 의도는 길 찾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가다가 제 손을 잡고는 이상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눈빛도 확 달라지면서 여자 얘기를 꺼내면서 자기가 연애했던 얘기를 하더니,
    제가 이제 저 쪽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고 돌아서려고 하니까,
    손을 안 놔주고는 손이 예쁘다면서 계속 제 손을 징그럽게 만지작거리는 겁니다.
    정말 황당하고 기분 나쁘고.. 근데 거기서 갑자기 화를 내기도 뭐하고 해서 정말 당황했어요.
    제가 바쁘다고, 가야한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손을 막 뿌리치니까..
    그제야 고맙다면서 저한테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하더군요.
    그런 땐 욕을 해줘야하는데 저는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른 연락처를 아무거나 부르고 와버렸어요.
  • Clara 2004/07/12 [20:16] 수정 | 삭제
  •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도서관 시청각실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제가 자리에 앉자 제 뒷줄 저쪽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제 뒤로 와서 앉더군요. 그냥 그러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그 남자가 제 의자 뒷편으로 몸을 숙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보통 편하게 뒤로 기대어서 앉기 마련인데 왜 저럴까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뭐 그냥 영화에 빠져서 저러나 보다 했죠. 그런데 그 남자가 슬금슬금 손을 제 등쪽으로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불쾌해져서 그 남자에게 손 좀 치워달라고 말했죠. 얼른 치우더군요. 그런데 몇 분 후, 그 남자가 헉헉대며 거친 숨소리를 내는 것이 들려왔습니다. 그러더니 손을 앞으로 쑥 내밀어 제 가슴을 만지더군요.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후려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정말 분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려 한참을 한 곳에 서 있는데, 바로 앞에 경찰서가 보이더군요. 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경찰서에서 과연 이런 내 하소연을 들어 줄까 싶어 결국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당한 것이 너무나도 분해서,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단단히 망신을 주겠다 결심하고 다시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뒷자리에 앉아 그 남자가 앉아 있는 걸 확인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 남자가 밖으로 나가더군요. 그래서 당장 쫓아갔습니다. 그 남자에게 퍼부을 말들을 많이 생각해 놓았었는데, 그 얼굴을 보자 얼어붙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제가 한 말이라곤 '야이 변태자식아' 하는 욕지거리가 고작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계속 쏘아봤더니 엄청 귀찮다는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하곤 가버리더군요. 정말 기막히고 분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여기 저기서 성희롱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그런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경우가 많더군요. 제 친구 중에는 그자리에서 울어버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피해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성희롱에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폭력을 쓰거나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상황에 따라 대처 방식도 좀 달라야 할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stop 2004/07/12 [13:06] 수정 | 삭제
  • 제가 본 사건입니다.
    지하철에서 저도 성추행 당한 경험이 있는데요. 뒤에서 옆구리를 만진다던가 하는 일이요. 그러면 자리를 피해버리지 그 남자한테 따지지는 못했죠. 그래서 그게 또 분해서 며칠 잠도 못 자고 그랬답니다.

    그러다보니까 그 사건이 너무 유쾌한 일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지하철에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열명정도 서서 가는 그런 정도였는데요. 멀쩡한 남자 셋이서 한 여자 뒤에 있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봤더니 그 놈들이 우산을 여자의 다리 사이에 넣으면서 장난질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까.
    그 여자가 뭔가 느꼈는지 뒤를 돌아봤는데도 또 그 짓을 하고 있더군요. 여자분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구요. 남자들이 체구도 크고 셋이나 돼서 자리를 피하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던가 봅니다.

    저는 좀 떨어진 데 앉아있었는데 저걸 어쩌나 남의 일같이 생각이 안 됐어요. 근데 한 여자분이 일어나면서 "거기, 지금 우산으로 뭐하는 겁니까? 왜 남한테 피해를 주고 그래요?" 하고 큰 소리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와, 멋졌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도 다 그 남자들을 노려봤죠. 그 사람들도 저처럼 그 남자들 행동을 보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저랑 나이 차이도 별로 나 보이지 않는 여자분이었는데 그 당당함에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남자들은 지들끼리만 뭐라뭐라 하면서 찌그러들었죠. 그때부터 저도 연습을 하게됐습니다. 그런 경우가 또 생기면 나도 말을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요.
    멋진 여자분,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이젠 기억도 안 나지만 감동이었습니다.
  • .......... 2004/07/12 [08:33] 수정 | 삭제
  • 어렸을 땐 너무 어려서 몰랐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성추행이었던 기억...
    그런 거 있는 분이 저말고도 계실 것 같아요.
    알던 아저씨가 나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치마 속으로 더듬었거든요.
    그 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그 아저씨를 좋은 아저씨라고 생각했죠.
    만약 지금도 그 아저씨를 알고 있다면...
    그 때의 일을 따져야할까요? 저는 그렇게 못하겠지만..
    그렇게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은 늘 해요.
    그 경험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제가 크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일까요?
    무의식중에요. 그게 조금은 두렵기도 하거든요.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