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성] 어머니와 딸

| 기사입력 2004/09/05 [22:16]

[몸과 성] 어머니와 딸

| 입력 : 2004/09/05 [22:16]
딸에게 엄마는 분명 특별한 존재다. 부모와 자식간 핏줄로서의 의미도 있겠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삶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투의 선언이 짐짓 모녀관계를 대변하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을 투영해 보는 역할모델이기도 하고 가부장제 아래에서 함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동지기도 하다.

흔히 아들보다 딸이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여성으로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여자’로 서로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차별 받고, 늙어가면서 어머니와 딸은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하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축으로 딸이 정말 엄마를 같은 ‘여성’으로 정말 인정하고 바라보고 있는가 돌아보기도 한다. 친구처럼 일상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욕망을 가진 여성으로 엄마를 인정하고 있는지, 엄마도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고 일탈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이해하고 있는지.

한편, 엄마는 딸에게 전형적인 여성관을 들이대며 억압하는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결혼하라고 강요하고, 꾸미지 않는다고 구박하고, 혼전순결을 당부하는 것 역시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다. 엄마는 자신의 삶으로 체득한 ‘계산’을 딸에게 강요하며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으로 자신이 살아온 관습의 틀을 버리지 못하고 딸에게도 기존 가치관을 들이대다 보니 다른 시대, 다른 가치관을 내면화한 엄마와 딸은 ‘여성’으로서 부딪히고 갈등하게 된다.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엄마는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한편 엄마의 ‘부재’는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였나. 엄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오해했는지, 엄마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엄마를 보는 시각은 어떤 것인지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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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toro 2004/09/10 [00:53] 수정 | 삭제
  • 30세에 저를 낳으셨으니까요. 그래서 엄마와 저는 우리의 차이를 대한민국의 세대차이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면 서로 좀 편해져요. 제가 좀 더 편해지죠. 엄마가 요즘 세대 애들은 저렇구나 하시니까요. ^^ 엄마와는 대화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좋은 것 같아요.
  • 커피향 2004/09/09 [17:10] 수정 | 삭제
  • 어렸을 땐 그랬어요.
    엄마에게 의존도가 거의 90% 가까이 되니까 당연한 것이겠죠?
    엄마 손에서 안 크면 또 다를 것 같기도 해요.
    우리 언니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에 대한 정이 더 많았대요.
    저는 어릴 땐 엄마가 신같은 존재였어요.
    엄마 없으면 세상도 없을 것 같고. 당연히 내 인생도 끝인 것만 같았죠.
    그러다가 자라면서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요.
    엄마도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더 커서야 엄마도 한 명의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됐구요.
    엄마는 늘 옳은 말만 하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지나고,
    엄마가 늘 옳은 것은 아니구나 싶은 일들이 하나 둘 생기고..
    싸우기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크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내가 엄마에게 이런 저런 조언도 해드리고..
    엄마의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조력자가 되어드리려고 하는 딸이 되었죠.
    어렸을 땐 부모님이 남동생만 예뻐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크니까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들에 대한 기대 큰 것까지 제가 뭐랄 수 없는 것이고.
    남동생보다는 언니나 제가 훨씬 더 엄마 마음 알고, 챙겨드리죠.
    그런 게 모녀지간인 것 같아요.
  • 2004/09/08 [20:40] 수정 | 삭제
  • 애기때부터 나는 엄마도, 아빠도 안 닮아서 진짜 다리에서 주워온 애인 줄 알았다. -어른들이 다 그렇게 놀려서.. 성격도 안 닮고. 식성도 너무 다르다. 한 식구인데도 나는 외모가 안 닮아서인지 그렇게 끈으로 이어져있다거나 특별나게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특히 딸은 엄마 닮는다는 말이 나한테는 적용이 안 되는 줄 알았다. 근데 내가 결혼해서 지금 애가 4살인데, 이제보니까 좀 내가 엄마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스로도 든다. -우리 딸은 남편 닮았다. 엄마 친구분들도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그런다. 성격도 약간 엄마의 기질같은 게 나한테서 나온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얼굴도 닮아가는 것 같다. 정말 딸들은 엄마를 닮는가 보다..
  • Sarah 2004/09/08 [16:21] 수정 | 삭제
  • 우리 부모님은 금실 좋기로 유명하시거든요. 아빠가 어렸을 때 부모 여의셔서 그런지 가정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엄마에게도 잘 하셨죠. 엄마가 몸이 약하셔서, 집안일도 아빠가 엄마보다 더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우리 집처럼 별 탈이 없는 집이 별로 없다는 걸 다 커서야 알게됐어요. 두 딸 다 별 탈 없이 자랐고, 부모님도 서로 돕고 사시니까 엄마는 맘 고생은 별로 없어서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애들 키울 때는 좀 힘들었어도요..
    엄마는 이제 50대 중반인데도 40대로 보이죠. 그런 엄마가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여요.. 저도 꼭 엄마랑 똑같이 산다기보다는, 엄마가 언제나 제 이상적인 모델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사시기를 바래요.^^
  • 마니 2004/09/08 [11:42] 수정 | 삭제
  • 오그라들었다...
    그건 엄마의 표현입니다.
    최근 몇년 새 엄마의 키가, 몸이 전체적으로 많이 줄었어요.
    사람이 고생을 많이 하면 오글아든다는데 정말 그런가 봅니다.

    엄마가 친한 동네분이랑 얘기하는 것을 엿듣고 놀란 적이 있어요.
    엄마는 옛날 분이라 굉장히 보수적인데요.
    누구 시집 보내야지, 이런 얘기에서 시작했는데..
    두 분이 한참을 젊은 시절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저는 처음듣는 얘기였죠.
    농촌에서 농사짓는 거 너무 힘드니까 어떻게든 서울로 올라오려고 거의 도망오다시피 하셨다고 하네요.
    둘째와 결혼했지만 결국은 큰집이 되어서 제사모시고 넘 힘들게 살았다고(그건 제가 같이 겪고 있어서 잘 알죠.)

    그리고선 두 분이 진짜 연애 한 번 못해봤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러다가 엄마가 '내가 연애한다고 하면 쭈그렁이가 무슨 연애냐고 그럴 거라고..
    그런 얘길 하셔서 정말 놀랐죠.

    엄마는 어떤 남자를 만나 사진 한 장만 찍었는데 그게 결혼이었대요.
    엄마 시대의 시골이 그랬던가보죠..
    마음이 아파오더군요. 엄마가 늙으셨어도 진짜 연애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구요.

    저한테 결혼하라는 말씀만 안 하셔도 참 훌륭한 엄마죠..
  • tachy 2004/09/06 [21:02] 수정 | 삭제
  • 아직 고등학교 2학년생인데요, 아버지는 저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고, 폭력을 휘두르죠. 그런 아버지에게 화를내면, 엄마는 아버지께 왜 그러냐면서 항상 제가 잘못했다고 합니다..

    슬퍼요. 거기다가, 엄마는 두살 어린 동생에겐 한없이 약한 모습만.보이시고,

    저에게도 그러기를 강요하시죠..

    어렸을때부터 얌전하고, 부모님 말씀에 순응했던 엄마와, 반항하고 아닌 것 같은 말은 듣지 않는 전 항상 싸우죠..

    아버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절 괴롭히고, 때리고, 화풀이하고, 절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인정하면서 절 자기멋대로 조종하려해요.. 엄마한테도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생활고와 아버지, 남동생, 저(또한 포함이겠죠;) 에게 시달리면서, 참고만 사시는 어머니가 너무 불쌍해요..

    왜,, 이상황에서 그렇게 참고 순응하고만 사시는 게 최선처럼만 보이는지.......

    빚에 쪼들리는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 태어난 이의 넋두리입니다..
  • 2004/09/06 [17:54] 수정 | 삭제
  • 자신의 욕심을 자식대에서 실현시키려는 부모 애기가 나오더군요.
    저는 그런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우리가 부모님이 못다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라셨거든요.
    어렸을 땐 공부를 잘 해서 더 기대가 크셨을 거예요.
    크면서 성적도 떨어지고 하니까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실현은 못했어도 가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나중에 엄마는 제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죠.
    그런 것도 갈등이 됐어요.
    제가 부모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 H... 2004/09/06 [11:02] 수정 | 삭제
  • 어릴 땐 엄마밖에 모르잖아요.
    엄마없이 세상을 살 수 없을 것 같고, 혹여나 꿈에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면 하루종일 엄마 품에서 울고 그러죠.
    저만 그런 건 아닐 거에요.

    그러다 사춘기 때 엄마와 좀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나쁜 일인 줄 알았지만 지금 보면 꼭 필요한 시기였죠.
    정서적으로 독립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시기니까요. 엄마를 한 사람, 한 여성으로 보게되는 시기기도 하구요. 저는 좀 일찍 시작된 편이죠.

    더 크면.. 더 크면 갈등도 많이 생기죠.
    엄마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이제 완전히 독립하고 싶은.. 그래서 엄마가 섭섭해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엄마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거에요. 저는 그런 갈등이 좀 심했는데, 한 번은 엄마가 저에게 성형수술을 하라고 하신 적이 있거든요.
    딸한테 성형하라고, 엄마는 내 생긴 게 맘에 안 드냐고 하면서 좀 싸웠죠.
    그건 하나의 예고.. 간섭이나 그런 것들이 싫었어요.

    그래도 엄마는 나에게 각별한 존재고, 어떤 때는 세상에 내 편은 이 사람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구요.. 뭔가 딸과 엄마사이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끈이 연결돼있어서 텔레파시같은 게 통하는 것도 같아요.
    제 경험은 평범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머니와 딸이라는 주제 저도 많이 관심갖고 있는 주제에요.
    &
  • 작품하나 2004/09/06 [04:11] 수정 | 삭제
  • 엄마와 사이가 나쁜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자라면서.
    나는 엄마와 대화도 안 통하고, 별로 정도 없이 자랐다.
    그런데 그런 내색을 하면 친구들이 이상하게 봐서.. 그게 답답했다.
    어떤 친구들은 아빠를 죽이고 싶게 미워하는 애도 있었는데.. 말이다.
    집마다 다 사정이 다른 거지..
    나도 엄마와 지금보다 더 좋은 관계였음 좋았겠지만 그러기 힘들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면 달라질까? 지금은 모르겠다.
  • 그냥 2004/09/06 [01:25] 수정 | 삭제
  •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그것 뿐이다.
    엄마를 이해하면서 살았다고 할 순 없지만 엄마를 갈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엄마와 닮은 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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