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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다움 요구하는 재판부
‘단지(斷指)’ 아동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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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의붓딸을 7년간 성폭행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남편 노모씨(50)가 항소심을 진행하며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피해자의 친어머니인 김모씨(42)가 재판부에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보낸 사건이 있었다.

이른 바 '단지(斷指)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아동성폭력 사건의 항소심 담당 재판부는 지난 10일, 피고인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단결석, 가출해야 ‘피해’ 인정할 것인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6세 아동이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피해아동이 당시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했다는 생활기록부 기록”에 비춰 피고를 유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증거로 제출된 피해 아동의 처녀막 파열에 대한 진단 내용도 “지속적으로 30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 당한 사람의 것이라 보기 힘들고”, “성폭행 미수가 있었다고 하는 다음 날 피해 아동이 피고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피고인에게 집으로 들어오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미루어 보아 피해아동이 아버지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증언]    © 일다 - 정은의 빨강그림판
재판부의 이번 판결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의 진위여부를 떠나 재판부가 제시한 판단근거가 아동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해 철저히 무지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성폭행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초의 성폭행 당시(6세) 피해 아동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는 근거로 재판부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을 들고 있다. 재판부 스스로 “일관되다”고 인정하는 피해자의 진술조차 증거능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간단한 생활기록부 평가로 피해아동의 당시 상태를 판단 내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피해아동이 생활기록부의 내용대로 당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의붓아버지와 딸 간에 이루어졌으며 피해자가 당시 6세의 어린아이였다는 점, 아버지와 단 둘이서만 외국(홍콩)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폭행 미수 다음 날에도 함께 영화를 보았던 것은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본다 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학교를 나가지 않거나, 어린 나이에 가출을 해야만 ‘강간 피해자’다운 행동으로 인정할 것인가.

보호자에 의한 아동성폭력 특성 간과한 판결

아동성폭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부모 자식 간)에 있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거부감과 동시에 친밀감을 갖게 되는 이중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의지할 지인이라고는 아버지 밖에 없는 ‘외국’이라는 고립된 상황과 ‘아버지-딸’이라는 수직적인 위계구조는 피해아동을 무력한 상태로 만들기 쉽다.

 
더구나 6세의 어린아이인 점을 고려하면 아이는 당시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판단 내리기 힘든 상태였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해도 반드시 심각한 ‘치상’을 동반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에서 재판부가 기존의 가부장적 통념을 토대로 사건을 판단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저항하지 않았거나, 사건 직후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거나, 이후에도 가해자와의 인간관계가 지속되었을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 간 권력관계가 있는 경우,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겪는 경우, 특히 아동이 자신의 보호자로부터 당하는 경우에는 충분히 그러한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판부는 인식해야만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남성중심적 잣대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이러한 판결로 인해 많은 성폭력 범죄가 묵인되고, 피해자들이 고통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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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12 [23:32]  최종편집: ⓒ 일다
 
popo 04/09/13 [03:52] 수정 삭제  
  힘없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만큼은 어른들이 지켜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비록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기사 후원은 못하였지만...기사 잘 읽었습니다.
빨간펜 04/09/13 [10:07] 수정 삭제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가해자 중심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서글프고 분한 현실입니다.
기사에서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주셔서 그나마 좀 속이 풀리네요.
기자님이 판사해도 그 판사보다 판결을 공정하게 잘 내릴 것 같습니다.
나비 04/09/13 [13:33] 수정 삭제  
  돈 엄청 들여서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는 변호사를 썼거나... 위기 모면 할려고 별짓을 다했겠지요.

그렇다고 재판부가 이렇게 비상식적인 판결을 내리다니..
재판부 왈 "성폭행 안당했다고 보기도 힘들고 당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했더군요.

처녀막이 파열된 것과 관련하여 300회 성폭력당한 것의 증거로 보기 힘들다고라..
꼭 300회 당해야 성폭력인가? 단한번 당해도 성폭행인 것이지.

미친놈의 재판부
성폭행당한 아동은 안중에 없고, 가해자로 기소된 그 놈에 대해선 같은 남자로서 동병상린의 정을 느끼나?

아뭍튼 남자가 남녀관계에 얽힌 사안에 대해서 판단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딜레마 04/09/13 [18:43] 수정 삭제  
  이번 2심에서는 증거불충분이란 판결자체가 단지에 대한 사법부에 대한 협박을 용서치 않겠다는 절차상의 항의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니까 단지는 젓같았어...우리들을 뭘로 보구...기분 더러우니 3심까지 갈때로 가봐...난 신경끌테니까...
이런식
다시말해 재판관들의 똥고집이죠...
마지막 3심에서는 다시 뒤집어질수 있을꺼라 보입니다.
다만 그 절차안에 겪을 피해자와 그 어머니의 또다른 고통은 어쩔수 없겠네요...
그런데도 3심에도 2심판결을 확정지으면
정말 이 나라가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을겁니다...어차피 뒤집어 질데로 뒤집어진 병신국가이지만...젠장...
젤로 04/09/14 [19:27] 수정 삭제  
  재판부의 판결 내용이야말로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다.
soup 04/09/15 [22:43] 수정 삭제  
  강간 피해자는 학교 안 나가고 가출하고 정신이상이라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군요. 그 판사 미친 거 아닌가요?
요즘 04/09/23 [06:26] 수정 삭제  
  이 나고 있다쟎아요? 이번엔 피해자가 정신지체자라는데..
약자의 인권은 어디로 팔아먹었는지...휴.
WW 08/06/23 [01:00] 수정 삭제  
  정말 징그러운세상이다
재판부는썩어가고 또 불쌍한 아이 한명이 희생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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