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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반성폭력 학칙 현주소
민우회, 대학 활동가를 위한 워크숍 열어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문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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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반성폭력학칙, 어떻게 실행되고 있나. 지난 1997년부터 대학 내 반성폭력학칙 제정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 확대됐고 이제 대부분 대학에서 성폭력 관련규정을 별도로 개정하거나 학칙개정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주최로 열린 ‘대학 내 반성폭력 문화 확산을 위한 워크샵’ 자리에서 대학 내 반성폭력학칙의 특징과 개선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신상숙 서울산업대학교 강사는 “반성폭력학칙 제정운동이 정책의 수립을 촉구하는 운동이었다면, 제도로 수립된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역시 향후 학내 반성폭력운동의 몫”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신상숙 강사는 “학칙에서 용어 정의 조항은 문제가 되는 행동의 범위를 지시할 뿐 아니라, 실제로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해자의 성립요건이나 불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책임 주체와 한계 등에 대한 해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대학규정에 반영된 ‘성희롱, 성폭력의 개념화 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다수 대학에서 ‘성적자기결정권’ 개념 포함

서울대 성희롱성폭력상담소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칙에서 ‘성폭력’만 명시하는 경우가 43.1%로 가장 많고, 40.6%의 대학이 ‘성희롱, 성폭력’을 함께 명시하는 이원적 개념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신상숙씨는 “용어 정의에 제시된 각각의 개념이 어떤 의미와 내용으로 정의돼 있는가 분석한 결과, 특징적인 것은 성폭력만 명시한 경우에는 성폭력을 기존의 형법이나 성폭력특별법에 구애 받지 않고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제정된 부산대 규정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규정은 “성폭력이란 성범죄행위를 구성하는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2000년에 제정된 한양대 역시 “성폭력이라 함은 개인의 자유로운 성적 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성폭력과 성희롱을 이원화해 명시한 경우, 대부분 ‘성희롱’의 의미는 법적 정의를 벗어나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성폭력’의 의미는 성폭력특별법이나 형법상의 범죄로 좁게 규정하고 있었다. 신상숙씨는 “여기서의 ‘성희롱’ 개념은 성폭력만 정의한 규정에서 보여지는 성폭력 개념과 유사하거나 내용상 동일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흥미로운 점으로 들었다. 이어 그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성적자기결정권’의 개념에 해당하는 표현들을 규정에 반영한 것에 대해 “이는 1990년대 여성계의 반성폭력 운동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폭력특별법이나 남녀차별금지법이 성적자기결정권 개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성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할 때의 장단점

반성폭력운동의 과정에서 대학사회는 대부분 성폭력의 개념을 강간이나 추행 같은 신체상의 범죄에 국한하지 않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신상숙씨는 “포괄적인 정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외부에서 해결되기 어려운 사건이라도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피해자에게 줄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넓은 의미의 성폭력 개념은 명확한 요건을 필요로 하는 징계 등의 민감한 결정이 걸려 있을 경우, 기존의 보수적인 법적 해석에 의해 무력화되기 쉬운 취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넓은 의미의 성폭력 개념만을 적용할 경우에는 대학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의 근거가 되는 ‘성희롱’과의 의미 연관성을 충분히 정립하지 않은 채 성희롱을 다만 하위범주로 포괄함으로써 정책적 가이드라인으로서 성희롱의 개념이 갖는 중요성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신상숙씨는 “개념화 방식에 있어서 일차적인 관건은 일원화, 이원화의 문제라기보다 어느 하나를 부정하거나 논리적으로 뒤얽히게 만드는 방식으로 두 개념을 병행시키는 잘못된 용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교내 사건처리에 대한 ‘사회적 인정’ 필요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 관련 조치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먼저 가해자에 대한 공식적 징계 외의 조치로 각 대학들은 반성문, 공개(실명)사과와 재교육을 상당수 채택하고 있었는데, ‘공개사과’ 방식에 대해 신상숙씨는 “자발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 위헌소지가 많아 역고소 위험이 있다. 주로 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운동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학칙이 제정된 현재 법제도 측면에서 진행하기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해자에 대한 법적 지원을 명시하는 경우가 전체규정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음에도 실제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상숙씨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기본적으로 피해의 결과가 드러났을 때 지원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신고인에 대한 피해자 지위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내 상담기구의 경우 상담, 조사, 예방교육 업무가 동시에 주어져 있는데 일의 성격상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상숙씨는 “특히 상담과 조사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의 경우 피해자 지원 식으로 조사했다가 가해자가 고소해서 사건과정 전체가 엎어지는 사례도 있다. 조사의 공신력을 갖추는 것이 합리적인 사건해결에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신상숙씨는 대학 내 성희롱, 성폭력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의 자치질서와 문제 해결 노력을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범죄 성립의 여부를 따지는 형법적 기준이나 외부 사법기관의 판단이 교내 규정의 성희롱 기준에 의거한 판단보다 무조건 우선시된다면 교내의 사건처리 절차가 지연되거나 회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갓 뿌리를 내린 성희롱, 성폭력 방지 정책이 튼실하게 자리잡고 기능하기 위해서는 대학자치 차원에서 이뤄지는 문제해결절차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해결, “대책위원회 의지가 중요해”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김남수진씨는 “학칙 개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은 학칙을 운용하고 학칙 개정작업을 실제로 논의하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수진씨는 “학칙개정운동을 진행하며 학칙개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면서, “해결주체인 대책위가 학칙을 어떻게 해석, 적용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학칙이라도 대책위가 의지가 없으면 문제해결은 요원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전무한 대책위원회의 파행적인 운영에 대응해 ‘반성폭력 학칙개정 학생 측 개정안 실현’, ‘대책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교육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5월 초, 교육투쟁이 마무리되고 신임 총장이 선출된 이후 새로운 대책위가 구성됐는데 이때 “대책위의 일반교수 위원 선임 시 학생참여를 보장하겠다는 협약의 결과”를 얻어내는 성과를 남겼다.

김남수진씨는 “교수, 직원, 학생으로 구성되는 대책위의 특성 상 교수의 발언이 다른 위원들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중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진 교수가 한 사람이라도 포함된다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사건 해결이 가해자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성차별적 학내 분위기 개선노력도 절실

또한 ‘학칙의 조항들이 구체적이어야 하는가, 포괄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김남수진씨는 학칙개정안을 만들면서 모든 조항을 가능한 한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대책위가 사건을 처리할 때 학칙에 명시된 포괄적 개념을 가해자나 자신들 편의에 맞게 해석, 적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책위를 고려해 구체적인 조항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인지, 현재의 방식대로 상담실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괄적인 조항으로 남겨둬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H대 여성주의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진씨는 “학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여학생인 경우가 많다. 성폭력 사안을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의 구성은 교수, 직원, 학생 동수여야 하며 여성위원을 전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으로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 이유진 씨는 “H대의 경우 서울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이 높아 ‘4년 동안만 있으면 떠날 곳’이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학교와 지역운동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인맥이 중요한 보수적인 지역이라 운동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학내 성폭력 문제나 학칙논의를 하기에는 대학 전반에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너무나 뒤쳐져 있는 실정”이라고 보고했다.

이유진씨는 “심지어 수업 동안 진행되는 남자교수들의 성폭력, 성차별적인 발언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요즘 여자들은 이기적이라 한대만 맞아도 이혼한다고 하거나, <자궁의 역사> 책을 소개하며 ‘책 표지도 아주 빨갛죠’ 라는 식의 발언을 하거나, 하리수 등 성소수자 전반에 대한 모욕과 폄하발언이 진행되고 있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이유진씨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성폭력 학칙의 존재와 내용을 알려내고 대안학칙을 알려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학내 여성운동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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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13 [01:19]  최종편집: ⓒ 일다
 
니콜 04/09/13 [10:55] 수정 삭제  
  별루 기대 안했었는데.. 음. 중요한 얘기만 정리해주신 것이겠죠?

아마 캠퍼스 별로 차이가 많이 날 거에요. 보니까 벌써 두 학교가 분위기가 넘 다른 것 같네요. 울 학교도 너무 보수적이라 (정통보수) 힘들죠.

제가 아는 선배도.. 학칙운동의 성과는 크지만 갈길은 훨씬 더 멀다고 그러더군요.

상세하게 전달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자료로.. ^^
보라빛 04/09/13 [18:19] 수정 삭제  
  마인드가 너무 없으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그런 가이드라인도 사례중심으로 참고책처럼 나오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성폭력 규정은
포괄적으로 정하고 가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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