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재생산 권리로 재구성되어야
법여성학 학술대회서 본격적인 논의
박주영 | 입력 : 2004/11/07 [22:59]
지난 3일 서울대 법과대학 BK21 법학연구단 공익인권법센터 주최로 “낙태죄에서 재생산권으로”라는 주제의 법여성학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는 지난 해 서울대 법과대학 내에 법여성학 과목이 신설되면서 최초의 법여성학 학술대회 “한국 법여성학의 전망과 과제”에 이어 2회를 맞이하는 정기적인 학술대회다.
이번 학술대회는 “낙태 현실과 법의 괴리”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감추어진 여성 경험의 소외를 드러냄으로써 더 이상 낙태현실을 범죄가 아닌 여성의 인권과 연결시켜 인식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적 법 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최초의 장이라는 데 의미가 있었다.
성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
이숙경(여성학자, 방송인)씨는 “미혼여성의 생생한 낙태 경험을 공론화하고 여성의 삶의 맥락의 의미를 이해함으로써만 낙태문제에 있어 여성의 주체성과 자기결정권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혼여성에게 현재의 상황은 적극적으로 출산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함에도 즐거움을 꿈꿀 자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숙경씨는 또 “감경 규정으로 자기낙태죄처럼 형법상 여성을 보호한다는 논리는 여성을 보호 받는 존재로 단정짓는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으며, 출산, 임신, 양육 전반에 여성의 자율적 주체성을 확보해주어야 하고, 어머니 되기를 스스로 준비하고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 이후의 여성의 삶과 아이의 행복에도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영미 박사(동국대 강사)는 한국의 공식적인 국가 출산통제를 통해 여성의 재생산권을 분석하면서 “모자보건법을 통해 인구조절적 낙태를 유도해왔으며 민간병원의료 서비스로 임신, 분만관리를 유도하면서 농촌 및 도시 저소득층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료 낙태시술이 가족계획요원에 의해 난관수술을 전제로 한 지원이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강제적 불임시술로 연결되었다”고 비판했다.
조영미 박사는 “남아선호사상과 결합한 성 감별적 여아낙태는 성비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임신3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성 감별이 가능하여 늦은 시기의 낙태로 인해 임부에게도 출혈, 감염,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도 이르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여성의 재생산권은 여성이 성관계에 있어서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포함하며, 원치 않은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출산의 규모와 터울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위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은 여성의 재생산권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학술대회는 재생산권에 대한 법적 담론으로 이어졌는데, 이인영 교수(한림대 법대)는 낙태죄 규정을 “성 편향성에서 성 통합적 관점을 통해 재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현재 형법학계는 낙태문제에 있어 생명권의 보호법익만을 논하고 있어 여성과 태아의 대립 하에서 양자택일만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양 법익간의 조화와 합의점을 찾는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최희경 교수(이화여대 법대)는 미국의 낙태관련 판례를 중심으로 프라이버시권으로써 낙태권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낙태권에 대한 권리담론을 “프라이버시 영역을 벗어나 평등권으로만 이해하면 남성 삶의 모델인 공적 담론 속에서만 가능하며, 오히려 프라이버시 권리로 볼 때 사적 영역 안에서 여성의 자율성이 남성과 다른 특유한 경험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선택권에 적극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공적 자금 지원에 대한 국가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양현아 교수(서울대 법대)는 낙태논쟁의 평등권론을 소개하면서 낙태라는 한정된 범주의 논의를 넘어서는 재생산권 개념과 권리의 성격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여성의 재생산권은 인권의 전체적 구조 속에서의 통합적인 접근, 즉 상호연관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에선 여성의 몸의 권리와 재생산 결정에 있어서 “외부에서 강제되는 힘들로부터 자유로운 여성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결정권을 얻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이를 위해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새롭게 재생산권을 구성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적 언어가 법적 정의 속에서도 숨쉬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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