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성 착취’ 위에 세워지나?

러시아 한인기업의 접대문화

박재령 | 기사입력 2004/11/15 [00:47]

한국기업, ‘성 착취’ 위에 세워지나?

러시아 한인기업의 접대문화

박재령 | 입력 : 2004/11/15 [00:47]
<필자 박재령님은 모스크바 유학생으로, ‘러.여.인.’(재러 한인업소 내 불법 성매매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입니다. -편집자 주>

모스크바 성매매 실태를 살펴보면 한인남성들의 '맹렬한' 자기중심적 성의식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물리적 구조를 접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것은 기업과 공관의 접대문화다. 모스크바에는 한국 대기업들을 포함한, 유수 기업체의 지상사가 존재하며, 이 지상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접대'를 주요 기업활동으로 행하고 있다. 모 기업의 경우, 한 지사에 한 달에 3만불 가량을 접대비로 지출한다. 연간 수 조원에 이르는 돈을 향응접대에 쏟아 붓는 대한민국의 관행은 모스크바에서 더 심도 있게 재현된다. 이곳 한인사회에는 아무런 사회적, 이념적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접대비는 무한정 나온다”

이 접대의 내용이 단지 '식사 대접'에 국한되지 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식사가 한 달에 3천 만원을 육박하겠는가? 문제는 이것이 '성 접대'라는 점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의 기업체들이 '여성의 성 착취' 위에 세워진 남성들의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국내의 성매매 종사 여성인구가 150만 명을 육박한다는 사실이 이미 이 점을 우회적으로 증명해준다. 기업활동, 정규노동에서 제외된 여성들은 남성들 위주의 경제사회활동에 '성을 접대'하며 살아간다.

기업의 접대 대상은 결코 러시아측 바이어가 아니다. 순전히 한국에서 오는 정,관,재계 인사들과 기자들이다. 한인 가라오케에 성매매 문제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어느 기업체 직원은 말했다. '여기서 접대비는 거의 무한정 나온다'고. 이들은 접대 명목으로 유명인사들과 더불어 숱하게 즐기고 있다.

사회에서 배제된 현지 여성들의 위치

한편, 기업에 종사하는 남편을 둔 여성의 경우 '접대는 남편 회사생활의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지극히 피상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의 사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모스크바의 대기업 지상사 직원가족들은 예외 없이 지상사 직원인 남편, 전업주부인 아내, 아이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한 달에 4천~5천불 가량의 주택보조금, 연간 2만불 가량의 아이들 교육비, 자동차 등을 기업으로부터 지원 받는다.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특혜를 누리는 지상사 가족들, 그 중에서도 주부들은 남편이 종사하는 기업체에 그 어떤 불만도, 문제의식도 갖기 힘들다.

모 대기업의 경우, 자사 해외주재원 부인들의 현지에서의 경제사회활동을 금하고 있다. '부인이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교육에 매진해야 남편이 아무 걱정 없이 회사생활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당한 조건에 대한 있을 수 있는 불만은 회사측의 특혜에 가까운 경제적 지원으로 인해 무마된다. 이렇게 해서 지상사직원들의 부인들은 남편이 종사하는 기업의 수혜자로서 기업측의 논리와 이해관계에 길들여지게 된다. 사회생활로부터 소외된 직원부인들이 자신의 남편이 가담하는 가라오케 성매매 실태를 제대로 접할 기회는 차단되어 있다.

한편 지상사 여직원들의 인사는 대부분 공채가 아닌 현지채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현지채용 직원들은 일종의 계약직원으로서 위에서 언급된 경제적 수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여직원들의 업체에서의 위치가 취약한 것은 자명하다. 이들은 기업의 비정상적인 접대관행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되, 당연히 그 현장에서 제외되며 아무런 발언권도 갖지 못한다.

업주와 대사관, 공생관계?

얼마 전 모 기업 모스크바 지사 사무실을 모스크바의 유명 가라오케 주인이 대낮에 방문한 일이 있다. 그는 지사 간부에게 수 천불에 달하는 외상값의 일부를 받아낸 후 돌아갔다. 업주들은 기업체를 방문해 떡을 돌리고 업소의 잦은 이용을 당부하곤 한다. 한 업주는 ‘러.여.인.’의 발족을 주도한 친구가 한국대사관 측에 가라오케 불법 성매매 관련 민원을 청구했을 당시, 대사관에도 방문하여 외교관들에게 영업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이들은 이렇게 당당하게, 의리 있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동안 ‘러.여.인.’ 회원들은 주변의 몇몇 남성 기업체직원들로부터 성매매 반대 운동에 대한 관심과 동의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일개 직원으로서 기업의 관행을 거스를 수는 없으므로 가라오케 출입을 자제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결국 이들은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한 자신의 양심과 가치관에 반하는 삶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매매는 기업체의 접대관행과 직결되며, 개인의 도적적 용단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얄리 2004/11/16 [14:41] 수정 | 삭제
  • 암만봐도 국내에서 조치가 취해져야할 것 같다.

    정계부터 접대를 받으니 저런 게 안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러.여.인. 아무도 편을 안 들어주는 데서도 중요한 일 하시네요.
  • 마야 2004/11/16 [04:39] 수정 | 삭제
  • 국제적 범죄, 한국 정부에서 먼저 제재를 가해야 할 일 아닌가요..
    국내에서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활동 감사드려요.
  • 러.여.인 회원 2004/11/16 [03:39] 수정 | 삭제
  • 위의 기사 그대로 저희들은 정말 열악한 상황 속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들의 제재없는 성매매 문제는 단순히 '일부 관광객'의 '일탈 행위'가 아닙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성매매 업소의 95%가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에서도 보이듯 한국인들의 해외에서의 성매매 현실은 러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조적이며 그 뿌리가 깊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의 성매매 구조와 문화를 그대로 옮겨 국제적으로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성매매 방지법에 따르면 속지주의 뿐 아니라 속인주의도 적용하여 해외에서 벌어지는 한국인들에 의한 성매매 범죄를 처벌할 수 있으며, 업주는 물론 성 구매자들까지도 그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의 성매매가 불편해지면서 해외로 성매매 여행을 가는 경우가 잦아지고 업주들 역시 법이 허술하고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국가들로 적극적으로 대쉬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저희들과 같은 이들의 활동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부디 국가 차원에서 방조 아니 심지어 적극적인 방해와 음해를 자행하고 있는 해외 대한 민국 대표 기관들에 성매매 업주들과 구매자들의 단속과 처벌을 강제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성적 권력과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Lumiere 2004/11/15 [23:16] 수정 | 삭제
  • 이런 거 공개하도록 해야합니다.

    직원들에게 성매매의 혜택(???)을 주는데 돈을 쏟아붇는 기업들.

    그런 접대문화가 우리 기업들을 썪어가게 하는 겁니다.
  • 듀스 2004/11/15 [23:14] 수정 | 삭제
  • 이제 앞으로 외국으로 원정성매매 하러가는 사람많을꺼다.
    성매매여성들도 대거 외국으로 진출한것임.
    일본이나 미국으로 우리나라 성매매종사자들 외국으로 진출할꺼 눈에 뻔합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성매매가 합벅적으로 허용되는 주도 있음.
    일본도 마찬가지임.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 외국인들에게 몸팔러 외국으로 진출할껏임.
    여성부나 정부는 몬가 크게 잘못생각하고 성매매특별법을 시행시킨것같음.
  • 푸른 2004/11/15 [18:26] 수정 | 삭제
  • 성매매 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기업이 성매매 업소를 생성하고 키워주고 있는 셈이군요. 외국이니 더 쉽고 편하겠죠. 대사관은 묵인하고, 지금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도 거기선 별로 해당사항이 없겠네요. 러시아 경찰까지 나서는 문제인데도 저런 식이라니. 러시아의 불법을 한인에겐 허용해달라는 게 한국 외교관의 역할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 ..... 2004/11/15 [17:00] 수정 | 삭제
  • 불황이라면서 저런 데 돈을 수억 쓰는 거지?
    업주와 기업체와 대사관(외교관)과 언론까지 공생관계라는 소리네..
    성매매가 남자들의 의리인가.-_-;;;;;
  • pure 2004/11/15 [03:01] 수정 | 삭제
  • "기업의 접대 대상은 결코 러시아측 바이어가 아니다. 순전히 한국에서 오는 정,관,재계 인사들, 언론사 기자들이다. 모스크바 현지에서 근무하는 언론사 기자들도 기업체의 정기적인 주요 접대 대상들이다."

    성매매특별법 딴지 거는 기사는 그 기자들이 성 접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런 거 까발려주세요.
  • 독자 2004/11/15 [01:12] 수정 | 삭제
  • 그래도 그런 활동을 하시는 양심적인 분들이 계셔서 희망이 있네요.
    기업체 직원들이 활동에 동의는 하는데, 업소 출입은 자제할 수 없다고 한다니, 그게 동의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 싶군요....
    기업명도 밝혀주심이 어떨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