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토리스를 발견한 딸

솔직한 성교육을 제안하며

이유지현 | 기사입력 2005/01/09 [20:14]

클리토리스를 발견한 딸

솔직한 성교육을 제안하며

이유지현 | 입력 : 2005/01/09 [20:14]
엄마가 빌려준 핸드북 크기의 육아책을 보다가 눈에 띈 내용. 네 댓 살 된 딸아이가 한창 마스터베이션에 열중이라 곤혹스럽다, 방석이든 밥상이든 모서리만 보면 갖다 대고 비비기에 여념이 없다, 어쩌면 좋으냐. 그 엄마의 마음을 동감했다. 아, 정말 곤혹스럽겠다, 얼마나 계면쩍을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말릴까. 내 딸이 네 댓 살 되기 전에 나도 자연스러운 방법을 마련해야겠다.

자연스러운 방법을 미처 고안하기 전에 일은 터졌다. 아이가 어느날 클리토리스를 발견한 것이다. 오줌기저귀 가는 동안이었다. 처음엔 그냥 손 가는대로 만지작거리는 것뿐이었다. 코를 만지작거리듯,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듯. 그런데 오늘 그녀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짧은 오르가즘. 이 쾌감은 바로 이 부분을 만지면 된다는 걸 그녀는 직감하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시시했다. 자연스러운 방법을 고안해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 자체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코, 입, 발을 발견하듯 클리토리스를 발견한 것뿐. 이걸 두고 무어라 저지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코, 입, 발은 엄마가 먼저 가리키며 이게 뭐야? 해대면서, 거기는 아냐, 라고 한다니.

무엇보다 그 자연스런 쾌감. 부르르 몸을 떨며 웃는 그 얼굴. 아, 재미있는 느낌, 좋은 느낌, 이게 뭐지? 눈을 반짝이는 호기심. 나는 마스터베이션이란 정말 좋은 것이란 확신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토록 쉽고 간편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걸. 하지만 이렇게 마스터베이션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얼마되지 않는다. 쉬쉬하며 숨겼고, 시치미 뚝 떼고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른다는 세월이 내 인생에서 더 길었다.

여섯 살 무렵, 동생에게 “이렇게 해봐, 그럼 기분 좋아” 라며 나의 자위자세를 가르쳐주었던 것이 기억 난다. 만약 엄마가 보았다면 경악했을 그 행동은 그저 단순한 우호와 애정의 제스처였을 뿐이었다. 내가 알고있는 재미있는 놀이를 가장 친밀한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여섯 살 아이의 어여쁜 마음이 있는.

그러나 곧 그 어여쁜 마음은 죄의식으로 변했고, 동생과도 자위자세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됐다. 그저 혼자 만의 방에서만 은밀히 이루어지는 일이 됐다. 음지의 일은 정보교환이 늦거나 잘못되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인식과 솔직한 태도는 오도된, 혹은 과장된 호기심과 억눌린 욕구로 변하였고 그 후 오래 동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결과들을 초래했다(눈은 책에 꽂혀있지만 머리 속으로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느라 낭비했던 시간들부터).

고등학생 시절,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생물선생님이 짓궂은 질문을 하던 학생들에게 “그렇게 좋지 않으면 그 힘든 노동을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했던 대답이 생각난다. 섹스가 쾌락을 동반한다는 당연한 진실을 왜 우리는 그토록 외면하며 죄의식에 찌들도록 금기시하는 걸까. 현실을 보자. 쾌락에 대한 선전은 넘쳐 나지만 정작 성인도 무엇을 어떻게 인지 모르기 일쑤고, 십대는 오도되고 과장된 호기심과 억눌린 욕구에 방황한다.

성행위는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순결이거나, 사랑이지만, 거기만 나서면 성매매 일색이다. 사회에서 하수구라, 배설이라 비유하는 것 말이다. 음성적이고 모순적이기 그지없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이중적인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열 여섯 춘향이 새 신랑 몽룡과 밤을 새우고 아침밥상을 들여보내는 엄마에게, 나는 밥도 싫소, 이것만 할라요, 라고 했다는 소설을 정규 국어교과서에 싣고 국민의 문학이라고 하면서도.

솔직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에게뿐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어른에게도. 이중적이고 모순된 성인식, 성관습으로 인해 작고 큰 피해를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곳을 나선 사회 어느 곳에서도 같은 목소리의 솔직한 태도가 음지의 것을 양지로 꺼내고 올바른 정보교환, 소통을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에게, “너무 좋지?”하고 물었더니, “응”한다.
맞아. 너무 좋아. 엄마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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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0 [03:21] 수정 | 삭제
  • 사람마다 다르죠 전 아무리 친한친구여도 그런 류의 이야기는 전혀 안합니다. 매우 솔직한 편인데도요. 다른 이야기는 잘하지만 자위에 관한 이아기는 일절 안해요
  • r 2013/05/21 [17:05] 수정 | 삭제
  • ㅋㅋㅋ님 말씀하고는 정 반대인데 오히려 솔직한 여자들끼리는 그런걸 애기해도 전혀 꺼려한다거나 그러지않든대요..;
  • regqegqer 2009/02/05 [13:23] 수정 | 삭제
  • 여성 분들은 여성 분들끼리도 성적인 얘긴 잘 안 하는 것 같더라구요. 여동생 말이 누가 자위해봤어? 라고 물으면 대뜸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물어본 사람은 바로 '이상한 사람'이 된대요. 그냥 장난스런 변태취급이 아니고 두 번 다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된다네요; 그래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자위를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 즐거운 딸들 2005/01/18 [17:08] 수정 | 삭제
  • 자신에 몸에 대해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떤 부위 이든지 자신이 알아야 되죠.
    클리토리스도 마찮가지 입니다.
    클리토리스가 살에 덮혀져 있다고 그것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의 하나는 여성의 성감대입니다.
    물론 모든 여성들의 성감대를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데는 커다란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의 귀두와 같은 그 부위...
    처음 태아 시절에서 남성의 귀두 부위가 여성은 클리토리스가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이 큰 흥분이 되는 것입니다.
    성행위시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성욕을 푸는 것은
    혼자만의 섹스이지 2사람이 하는 섹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성과 여성 양성이 모두 서로의 몸에 대해 알고
    서로의 성감대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 하면서
    서로 느낄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도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설문 조사를 하게 되면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제대로 본 사람은 절반도 안된다고 합니다.
    자기 몸의 메카니즘도 모르는 데 어떻게 성을 통해 쾌락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거울을 갖다 놓고 우선 보십시요...
    그리고 사랑하십시요 자신의 이쁜 한 부분입니다.

    아 그리고 남성 분들도 같이 느낄 수 있는 섹스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질보다는 클리토리스 일겁니다.
    여성 상위 체위로 수직 운동이 아닌 수평 운동을 한다면 여성이 클리토리스 자극을
    느끼는 데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남성이 높은 베개를 베고 가슴을 애무한다면 더욱 좋겠죠..

    함께 느끼는 섹스
    양성 평등의 한 부분입니다.
  • 모래 2005/01/10 [18:57] 수정 | 삭제
  • 원래 그렇다기 보다 부모들이 금지시켜서 자위에 대한 금기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저렇게 자위에 매달리는 듯 하다가도 금새 또 바뀌거든요.
    애들마다 다르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위 안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요.
    그런데 부모들은 애들이 자위에만 신경쓰느라 딴 일 못할까봐-정확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죠.
    자위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게좋을 것 같아요.
    문제는 부모가 애들보다도 성에 대해서 쑥스러워하니까 마음 졸여서 탓이죠.
  • 청일점 2005/01/10 [13:46] 수정 | 삭제
  •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누구나 결혼을 하여 이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아이를 키울것이며 살아갈것입니다.. 성에 대해서 대답을 회피하고 모른다는 듯이 있지만 성에 대해서야 말로 솔직하게 접근해야 하지않나 싶은데요..정말 아직 이런 시각 볼때마다 우리나라 보수적인 나라라는 것을 느껴지네요. 남성에 비해 아직도 억눌려 보이는 듯한 여성들의 성이 너무 나도 안타깝습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연극을 보면 여성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보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고 합니다..아직은 이상해보일지 몰라도 하나도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고 대단한것도 아닌 그냥 보통명사가 아닐까요. 사람들의 인식이 어서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들이 "일다"를 볼때마다 팍팍느껴지네요...
  • ㅋㅋㅋ 2005/01/10 [10:28] 수정 | 삭제
  • 여성분들은 자위안하는걸로 알고잇는데 많이 늘엇나요?
    자위도 더이상 금기시켜야 하는게 아니라는데에 동의합니다.
    남성들은 당당하게 자위해밧다라고 하는데...여성들은 햇으면서 안한다고 하는건지..
    실체를 정확히 알수가 없네요..여성들도 자위많이 하나요?
  • ...... 2005/01/10 [01:32] 수정 | 삭제
  • 자위에 대해 금기시하지 말라는 것도 성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관을 키워주는 성교육의 일환입니다. 그렇지만 유아기의 자위행위에 대해선 별로 얘기가 안 된 것 같은데 알아둬야 할 부분입니다.
  • J.L. 2005/01/10 [00:29] 수정 | 삭제
  • 요즘은 엄마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아이들이 성감을 알게 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서 난처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사람들 있는 장소에서 삼가도록 가르쳐주면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막무가내로 야단치고 그러는 건 이젠 좀 없어지길..
    반가운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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