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

낮은 보수와 열악한 고용환경에 시달려

정형옥 | 기사입력 2005/01/09 [21:27]

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

낮은 보수와 열악한 고용환경에 시달려

정형옥 | 입력 : 2005/01/09 [21:27]
[필자 정형옥님은 가톨릭대학교 여성학 강사입니다. -편집자 주]

노동부(1999)의 <여성유망직종 70선>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2002)의 <유망직업 33선>에 따르면 텔레마케터(Telemarketer)는 여성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으로 향후 5년간 고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텔레마케터는 대표적인 여성 다수직종의 하나다. 2002년 현재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93%, 남성이 7%를 차지하며, 연령별로는 20대가 45%, 30대 34%, 40대 12%이며, 학력 별로는 고졸이하 72%, 전문대졸 10%, 대졸 18%로 나타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002)

일반적으로 텔레마케터란 직업은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라고 생각된다.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는 ‘딱딱한’ 남성의 목소리보다 텔레마케터 업무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때 여성의 목소리는 모든 여성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물건을 판매하는 아웃바운드의 경우 판매 물건에 따라 30~40대 여성이 제한적으로 취업이 가능할 뿐이다.

이러한 ‘목소리의 연령제한’과 함께 ‘목소리의 성별분업’도 존재한다. 소수의 남성 텔레마케터들은 ‘여성은 밤에 일하면 위험하다’는 통념에 의해 야간근무에 여성을 대체하기 위해 채용된다. 또 고객에 의해 요구되는 '신뢰감 있는‘ 남성의 목소리는 그 능력과 상관없이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업종에 따라 남성 텔레마케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남성 텔레마케터는 전문적 지식전달 및 전문영업이라는 식으로 ‘여성 텔레마케터의 단순서비스’와 거리를 두는 위계적인 이분화와 함께 설명된다.

이러한 인식은 텔레마케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여겨지는 통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실제 텔레마케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적합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텔레마케터는 특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업무에 대한 지식, 성격, 목소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내심, 성실함, 숙련도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텔레마케터들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노동자로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작은 책상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쉴 사이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통화를 해야 한다. 하루에 수백 명 이상 통화하는 그 고객들은 대체로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난 상태의 고객이며, 이들의 불만은 텔레마케터에게 그대로 표현된다. 때로는 화를 내고, 욕을 하기도 하며, 성희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언어’는 엄격한 평가기준에 의해 통제되며, 그녀들의 통화내용은 모두 녹음이 되어 평가된다.

낮은 기본급과 평가에 의한 성과급 지급은 텔레마케터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강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동료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에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일하고, 엄격한 평가기준에 의해 평가 받은 결과로 텔레마케터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02년 현재 텔레마케터의 평균 임금은 87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상위 25%는 100만원, 하위 25%는 7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 2002)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은 여성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직종이며, 스스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직업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고객만족’을 위한 지나친 감정노동의 요구,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의 강화, 그럼에도 낮은 보상체계, 높은 이직율 등을 볼 때 ‘괜찮은’ 일자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에게 결과적으로 유망한 직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러한 현실이지만 여전히 텔레마케터는 여성유망직종으로 홍보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보상에 비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포기하고 나간 자리에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진입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2~3년 이후 중국에 콜 센터를 설치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이야기가 들린다. 콜 센터의 ‘단순 업무’는 중국 내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으로도 가능하며, 이들의 임금은 국내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자본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얼마 후에는 국내 기업 콜 센터의 ‘한국’여성들의 목소리가 ‘중국’여성들의 목소리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의 여성에게 ‘유망’했던 텔레마케터는 한국에서 더 이상 찾기 어려운 일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AC 2010/02/05 [10:07] 수정 | 삭제
  •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이 운영되는 형식이 좀... 정말 맘에 안들죠. 아무리 화가 나고, 아무리 지쳐도 전화상에서는 반드시 상냥한 목소리 유지 그리고 친절.... 백화점 종업원의 "웃음", "90도 인사"도 그렇구요. 강요된 스마일 이런 것좀 강요 안했으면 좋겠어요.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냥 우울한 표정으로 일할 수 있었으면.... 정말이지 감정을 표현하는 게 허용이 되는 사회가
  • ..... 2005/01/14 [09:45] 수정 | 삭제
  • 하루 8시간 이상 헤드셋 끼고 있어야 하나요?
    그건 정말 심각한데요...
    임금조건도 심란한 수준이네요.
    텔레마케터 임금이 궁금했었는데 역시.. 낮군요.
  • 지나가다 2005/01/13 [17:00] 수정 | 삭제
  • 주말 아르바이트로 했었습니다. 넉 달 못 채우고 그만두었습니다.
    정말 열악한 조건이었거든요. 콜은 계속 밀리는데, 사람은 적고... 점심시간이 30분에, 목이 아파서 잠깐 쉬려고 하면 몇 명있는 관리직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고객한테 욕 듣고 눈물이 나서, 전화를 못 받아서 잠깐 휴식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또 전화받으러고 옵니다. 그땐 노동법이니 왜 그런거 몰랐을까요. 확 신고해버릴 걸...
  • ㅋㅋㅋ 2005/01/13 [05:44] 수정 | 삭제
  •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데...여자만 취업하게하는 직종이 잇는게 말이안된다.
    남성들 영역에는 여성할당제까지 주어서 여성들 취업하게하는데
    왜 여성들영역에는 남성할당제 같은것이 없나?
    이제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스튜어디스등 텔레마케터등 모든분야에서
    여성만 취업할수잇게하는걸 없애야한다
  • 아이비 2005/01/11 [12:20] 수정 | 삭제
  • 왜 젊은 사람이어야 하는지, 왜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런 이유가 석연치 않은 것이죠. 외모보고 사람 뽑는 게 차별이라면 목소리도 젊은,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여성들 싼 값에 잠시 쓰려고 하는 거겠죠. 어짜피 취업란이 심해서 계속 들어올 여자들은 줄 섰다고 생각할테니까요. 그게 현실이기도 하지만, 텔레마케터란 직종의 실체가 많이 가려져있어서 여론을 호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코린 2005/01/11 [11:00] 수정 | 삭제
  • 텔레마케터를 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텔레마케터는 텔레콤인지 모시긴지 하는 사업들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여성들이 취직할 자리가 많지 않은 현 상황에서 텔레마케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적은 급여나마 버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너무나 열악한 처우에 제가 기분이 나쁘더군요.

    밑에 리플 단 어떤 님의 말처럼, 심하게 욕설하는 고객에게 한 마디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짤리고, 어찌보면 회사가 착오한 일에 대해 그 모든 불평불만들을 다 그들이 들어줘야 하는 것인데 무시하는 풍조도 만연하구요.
    그런 고된 일을 하면서도 쉽게 짤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자리라도 구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후~

    그리고 텔레마케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참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일에 대해 엄청 무시를 하는 남자, 여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데 또 웃긴건 막 욕하다가 남자 텔레마케터가 받으면 목소리가 달라진다고 하대요.

    아,,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제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주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넘 예민하지 말라 하는데..
    밀양 사건도 그렇고, 비정규직 여성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사건이 여성을 무시하는 풍조를 보여주는 데 어떻게 예민하지 않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아. 열나.
  • 오리 2005/01/10 [11:34] 수정 | 삭제
  • 봉급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그런 일엔
    근무조건이 많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일들은
    교대를 자주 해주잖아요.
    단순한 작업을 많은 횟수 해야할 경우에
    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런 일들은 보통 피로가 쌓이는 게 아니라서
    교대 안 하고 누적이 되면 사람이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약간 위험해지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텔레마케터는 헤드셋을 끼고 게속 통화해야 해서
    전자파도 그렇고 (이런 건 아직 산업현장에서 인정 안해주죠)
    머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거에요.

    친절이라면 좋겠지만, 경쟁적으로 일을 시킨다니 걱정이네요.
    노조 얘기가 뜬금이 없게 들릴 정도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네요..

    알려진 거랑 달리 열악한 직종들,
    텔레마케터 특히. 근무조건을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 푸하하하 2005/01/10 [10:22] 수정 | 삭제
  • 뭐 자기자신이 얼마나 잘낫다고 생각하는지 몰르겟지만...
    공장같은데나 3D업종 천한일이라고 우습게생각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정말 귀싸대귀라고 떄려주고싶다.
    고된일 안고된일 구분할시간에 모든지 밑바닥에서 부터 해볼려고 생각이나해라.
    해보지도 않고서 힘든일은 무조건 무시하고 천한시 하는 사람들 정말 가증스럽다.
    유망직종? ㅋㅋ 뭐 편하게 일하고 돈많이버는게 유망직종이라고 생각들 하시는건가?
    유망직종이 몬지 좀 공부좀 하세요...밑에 댓글단 님들.
  • 리츠 2005/01/10 [08:40] 수정 | 삭제
  • 텔레마케터 일 정말 힘들다.
    비교한다면 일반 사무직하고 비교가 안될 것이다.
    그런 일이 유망직종이 될만큼 직종이 없단 말인지 한탄스럽다.
    돈있어서 자기사업할 수 있는 사람들 빼곤 첩첩산중같다.
  • java 2005/01/10 [01:58] 수정 | 삭제
  • 일하다 잘리기도 쉬운 직업이죠.
    텔레마케터도 전문적인 면이 필요한 거 사실이지만..
    전문직종이라고 하기엔 그런 취급을 못 받는걸요.
    장래성이 없는데 유망직종이라니 ㅠㅠ...
  • 명희 2005/01/10 [01:15] 수정 | 삭제
  • 요즘은 하두 취업난이 고질화되어서 하향취업을 하게 되잖아요. 대졸자들이 고졸자들 자리에 가고, 그게 다수가 그렇게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또 나이 좀만 들어도 갈 데가 없으니 더 난감하죠.
    텔레마케터도 영화에선 그럴싸하게 그려지고 노동부까지 유망직종이라고 하니 한심한 일이죠. 좀만 생각해봐도 어떤 일들일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전에 일일체험같은 거 하는 걸 봤더니 더 힘들겠더군요. 손발만 아니라 계속 사람에게 말을 해야하는 거니까요.
    그걸 녹화하고 그런 일이란 게 그 정도라면 대우가 있다면 버티지만 평균월급 한참 못 미치는 돈 받고 일하는 게 좋은 일자리는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뽑아준다고 하니까 몰리긴 하지만요. 직업소개하는 곳에 가봐도 정확하게 어떤 일인지 알기 어렵고, 봉급이나 경력 그런 것도 정보가 너무 없어요.
    대학 과에 대해 잘 모르고 가서 보고 실망하고 대충 맞추고 그런 것도 문제지만, 직장의 경우는 훨씬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동부가 그런 역할 하라고 있는데서 유망직종 소개를 그렇게 한다면 문제네요. 공장이나 3D를 유망직종으로 소개하지는 않잖아요? 유망직종으로 보는 기준이 뭔지 궁금하네요.
    그런 일을 정부에서 안 하면 단체들이나 봉사하는 쪽에서나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실업문제가 너무 심각하잖아요.
  • 엥? 2005/01/10 [01:07] 수정 | 삭제
  • 유망직종이라는것이 돈벌기쉽고 일하기쉬운게 유망직종이 아니라고 한게 삭제될만한 이유인가요?
    어는직업이든 힘들지않는 직업이없고 스트레스 안받는 직업이 없다고한게 삭제될만한 글인가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식으로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의 인식을 안좋게 해야할 필요가 있나요 라고 한것이 삭제될만한 글인가요? 흠??...
  • 두견 2005/01/10 [00:19] 수정 | 삭제
  • 제 친구도 텔러마케터를 한 적이 있고,
    제가 아는 언니도 텔레마케터를 한 적이 있고,
    아는 사람 건너 건너 텔레마케터였던 분도 있는데..
    그 분들의 공통점이 다 '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얼마 안 돼 그만뒀다는 거죠.
    스트레스 만땅인 일인데다가 박봉이라서 오래 못 버팁니다.
    차라리 일용직을 뛰겠다고 그러죠.
    다들 그렇게 거쳐만 가는(다른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 절대 아님) 직종이
    어떻게 유망직종일 수가 있을까요.
    여성직종으로 추천되는 것들 중에서,
    남자들은 하라고 해도 안 하라고 하는 그런 직종들 태반이에요.
    안 좋은 직종이니까요.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