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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잉글리시 스펙트럼’ 사건을 보면서 여성인권의 문제가 국수주의, 그리고 가부장적 시선을 만났을 때 어떻게 어그러지는지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된다.
이 사건은 애초 외국인 구직 사이트 ‘잉글리시 스펙트럼’ 내의 'Ask The Playboy' 포럼에 아동에 대한 성추행 방법, 한국여성에 대한 비하 등 문제성 있는 글이 게시되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여자 희롱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적어놓은 게시물은 익히 알려진 ‘한국남자의 기생관광, 일본기생 상대하기 방법 전수’ 등과 비교할 만하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가부장적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외국인 남성이 게재한 여성비하발언, 그리고 무단사진게재 등의 문제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분명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도화선을 타고 일파만파 퍼진 것은 이후 외국인 강사들이 홍대 앞 클럽에서 한국여성들과 파티를 벌인 사진들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아이러니컬하게도 애초 외국인 남성의 한국여성비하로 시작된 한국남성들의 분노는 사진 속 한국여성에 대한 비하로 표출된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과 네티즌들이 일제히 주목한 것은 소위 ‘난교 파티’, ‘음란 파티’라며 한껏 선정적으로 부풀려진 파티에 참석한 여성들의 사진이었으며, 파티 사진이 공개가 되면서 집중포화를 받은 것은 사진 속 ‘한국여성’들이었다. 외국인 남성들과 파티를 즐기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의 온라인 공간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으며 포르노 사이트, 연예인과 일반여성들의 야한 사진들을 모아놓는 각종 코너에 폭발적인 조회수를 자랑하며 버젓이 게재돼 있다. 사진편집 곳곳에 적혀있는 “한국은 여자랑 쉽게 잘 수 있는 나라”, “한국으로 오세요. 매일 밤 골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Korean fucking girls” 등 한국남성들이 ‘친절히’ 적어놓은 문구들을 보면 이 사진들을 ‘향유하고, 공유하는’ 한국남성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사진들 밑에 수두룩한 남성들의 답 글들을 보면 문제는 보다 선명해진다. “걸레라고 치고 걸레 짓 하는 건 개인의 자유라 치고 다 좋은데 나중에 그 함지박만하게 넓어진 구멍으로 한국남자 꼬셔서 처녀라고 속이고 결혼하진 마라”, “양놈 손잡고 술 취해서 몸 주러 가는 쓰레기 같은 여자들 넘쳐흐릅니다”, “저렇게 양키하고 놀다가 한국남자랑 결혼하겠지, 불쌍한 한국남자들”, “저 여자들이 한국 망신 다 시킨다” 등등. 한국남성들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거품물고 분노했던 사진 속 장면들은 한국여성들이 외국인들에게 추행을 당하는 현장도 아니고, 그저 함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일 뿐이다.(게다 해당파티를 주최했던 클럽의 사장은 파티와 관련이 없는 사진까지 섞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몸에 물을 뿌리고 야한 제스처를 과장되게 취하고, 속옷과 몸의 윤곽을 드러낸 채 춤을 추고, 음악을 듣고, 몸을 밀착시키고 파티를 즐기는 것을 ‘난교’니 ‘퇴폐문화’니 하며,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일도 새삼 아니다. (굳이 덧붙인다면, 한국의 ‘퇴폐향락’ 문화라는 것은 각종 성매매 업소에 가면 여실히 목격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출처는 모호할 뿐더러 외국인 강사 전체를 매도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결국 그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국남성의 소유인 한국여자’들의 조신하지 못한 행실이다. “외국인 추방”을 외치고, “길거리에 있는 외국남성들을 패주고 싶다”는 그들의 ‘기사도 정신’은 한참이나 방향을 잘못 찾았을 뿐더러, 이 사건을 둘러싼 분노의 맥락을 보다 명확히 짐작하게 한다. 한국여성들이 파티를 즐긴 대상이 바로 ‘외국남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여자들이 외국 놈들과 그렇게 노는 꼴은 못 봐주겠다’는 국수주의적인 인식 아래 그 여성들을 “창녀”, “양공주”로 폄하하며 가부장적인 잣대로 단죄한다. 그러나 사진 속 한국여성들이 외국인과 사귀는 사이건, 즐기는 사이건 그건 개인의 프라이버시지 모두가 나서서 한국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한국 걱정이 된다면 외국에 나가 ‘섹스관광’ 즐기고, 여자 주무르며 ‘어글리 코리안’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한국남성들 싹쓸이하자는 주장은 왜 진작 안 했던가. 만약 외국인의 한국여성비하발언에 대해 문제제기 하려 했다면, 그 사진들이 ‘한국에서’ 소위 ‘야한 사진 모음’이라는 카테고리에 그토록 널리 퍼 날라져 있을 수는 없다. 그 사진 속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 사진들을 모아놓고 보고 한껏 즐기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정작 여성비하적인 욕설을 내뱉으며 민족주의를 발동해 ‘한국’까지 걱정하고 나섰으니 얼마나 이중적인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사진의 무단게재, 일부 외국인 강사들의 그릇된 성 의식과 교육실태에 대한 점검 등 이 사건을 둘러싸고 문제제기 할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교 파티’, ‘음란 파티’ 운운하며 선정적으로 사건을 왜곡하는 언론, 사진을 이리저리 퍼 나르고 ‘창녀’니 ‘걸레’니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네티즌들은 비판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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