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상영됐던 영화 <동승>이 당시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최다 초청됐다는 기사를 봤다. 모 연예일간지에 실린 이 기사는 <동승>이 그 해 발표된 한국영화 중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한 몬트리올, 시카고, 하와이 영화제 등에 최다 초청되었다며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당연시하는 아동학대와 인권침해적인 사회통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지스님이 애기승 도념을 학교도 가지 못하게 한다든지, 마을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닭고기를 먹고 왔다는 이유로 심하게 때린다든지,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도념 앞에 그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도념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며 반대한다든지, 사냥꾼과 바람이 나서 도망간 비구니 어머니의 업보를 아이가 절에서 양육되면서 갚아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영화가 상영되기 한달 전쯤인 2003년 1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특히 학교와 관련한 부분으로 “학생의 표현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교육부 지침 및 학교 교칙 개정할 것, 학교에서의 체벌 금지할 것, 교사 등에게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것, 아동 잠재성의 최대한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매우 경쟁적인 교육시스템 개선” 등이 주요 골자다. 우리 사회에선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체벌이 당연시된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협약에 비추어볼 때 “모든 형태의 신체적 폭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유엔아동권리협약 19조) 규정에 위배되는 폭력이다. 한국인들의 이런 폭력적인 교육방식은 이미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불과 몇 달 전인, 올해 1월에도 캐나다 밴쿠버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를 방문한 아버지가 아이의 교육을 위해 ‘사랑의 매’를 대다가 경찰에 체포돼 폭행죄로 처벌을 받았다. 미주 지역뿐 아니라 서유럽, 동유럽 및 가까운 일본사회에서도 체벌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선도하기 위한 ‘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매에 대해 당연시 여기는 이런 풍토는 우리 학교나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 행위와 문화에 대해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에 의해 사람이 교육될 수 없다. 이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다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을 교육적 목적 하에 폭력의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 폭력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폭력을 내면화하게 된다. 즉 폭력의 재생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 간에도 상하급생 간에 이뤄지는 폭력 행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교사-학생 간 폭력에 대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의 전반적인 답변은 “예전처럼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의견에 대해 발끈하며 “예전보단 줄었겠지만, 그러나 일진회보다 학교제도 내 폭력적 문화와 교사들의 폭력이 훨씬 심각하다”는 반응이었다. 양측의 이런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면서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답이 도출된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의 문제는 “인권에 양보란 없다”라는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보다 민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만약 기존 세대들이 어른들이 지난 식민지 시대와 군사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양육되고 길들여져, 그 결과로 인해 지금 사회 전반과 학교 사회 내에 만연한 폭력에 대해 둔감해서 “교사-학생간 폭력이 없다”는 고자세로 인지력이 떨어진다면, 혹은 “이것이 폭력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면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 “교사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전문이라도 자기 책상에 붙여놓고 한번씩 읽어보라.” 전문과 5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협약에는 아동들에 대한 인권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여기서 아동이라 함은 18세 미만의 사람을 일컫는다.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한번 읽어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2003년도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로부터 보고서를 제출 받아 낸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권고문에는 “교사 등에게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 참고로 말하면, 한국정부는 1991년 12월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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