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뭘 좀 알지”

아동극단 ‘뛰다’의 <하륵이야기>

박희정 | 기사입력 2005/06/07 [04:50]

애들이 “뭘 좀 알지”

아동극단 ‘뛰다’의 <하륵이야기>

박희정 | 입력 : 2005/06/07 [04:50]
흔히 ‘아동용’이라고 하면 쉽고 어설프거나, 곱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전부인양 여겨지곤 한다. “애들이 보는 걸 유치해서 어떻게 봐” 라던가 “애들이 뭘 알아” 라는 말들이 자연스레 통용된다. 어린이를 ‘덜된 어른’으로 보거나 아이들의 세계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까닭이다. 어린이용 책, 노래, 공연 등에 어른들의 시각에서 적당히 재단한 아이들의 세계, 감정, 생각만이 넘쳐난다.

6월 3일부터 대학로에 들어선 아동극 전문극장 사다리 아트센터의 개관기념 작으로 공연되는 아동극단 ‘뛰다’의 <하륵이야기>는 ‘어린이용’이 ‘유치한 것’으로 흘러 넘치는 것은 어른들의 닫힌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동극단 ‘뛰다’가 가족극을 표방하며 3년 전 첫 선을 보인 <하륵이야기>는 평론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시작으로 2003년, 2004년 5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전회매진을 비롯해 놀라운 관객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공연 계의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매김을 했다.

버려지는 것들로 빚어낸 다양한 소리

<하륵이야기>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자식 없이 살던 노부부가 나무신령님에게서 ‘하륵’을 얻는다. 하륵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노부부는 하륵의 애처로운 요구에 쌀밥을 주지 말라는 금기를 어기게 되고, 하륵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닥치는 대로 주위의 것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버리고도 배고픈 하륵을 위해 노부부는 스스로 하륵의 배속으로 들어간다.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기도 한 <하륵이야기>는 시작부터 다채로운 악기들을 동원한 합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합주에 사용되는 악기들은 모두 패트병, 깡통, 빈 병 등 소위 ‘쓰레기’들을 재활용해서 만든 것들이다. 이들이 절묘하게 활용되어 갖가지 아름다운 소리들을 내며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상상력’의 잔치이자, 환경교육이기도 하다.

<하륵이야기>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상상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무대 한 켠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배우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무대 소도구가 되기도 한다. 신문지 한 장만으로 갖가지 사물을 묘사해내고, 배우들의 몸짓만으로도 세상을 집어삼키는 하륵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관객들의 적극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무대활용에서도 거침없는 상상력 보여줘

공간의 활용에 있어서도 <하륵이야기>의 상상력은 거침없다. 점점 커져가는 하륵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전체가 다양하게 활용된다. 세상을 다 삼켜버린 거대한 하륵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압도된다. 반대로 하륵에 대비되어 점점 작게 묘사되어 가는 노부부의 모습은 예측을 불허하는 표현들로 등장하며 자못 슬픈 장면에서도 관객들에게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한다.

이러한 상상력을 완성도 있게 뒷받침하는 무대미술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특히 일반적인 아동극의 고정관념을 깨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활용은 성인연극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시각적 경험을 준다. 아이들에게 난해할 것처럼 여겨지는 환상적인 꿈 속 장면, 괴상한 모습의 하륵에게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귀엽고 예쁜 것만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이라는 반증인 셈이다.

<하륵이야기>는 유쾌한 상상력의 잔치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던지는 <하륵이야기>의 질문은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잘 만들어진 극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모자람이 없다는 훌륭한 예이기도 하다.

<하륵이야기>는 6월 3일부터 7월 14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상연되며, 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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