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나온 한국 동성애 문학

<레인보우 아이즈> 출간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5/06/20 [21:09]

시장으로 나온 한국 동성애 문학

<레인보우 아이즈> 출간

김윤은미 | 입력 : 2005/06/20 [21:09]
몇 년 전부터 동성애 문학들이 간간히 발간됐다. 온라인 상에는 동성애 문학 전문사이트도 있다. 이번에 나온 <레인보우 아이즈> 또한 동성애 문학이다. 2000년부터 꾸준히 동성애 문학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던 동성애문학전문사이트 ‘젠더문학’(구 게이문학)에서 출간했다. <레인보우 아이즈>는 전작들과는 달리 남성동성애자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이성애자, 양성애자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레인보우 아이즈>의 작품들은 대체로 2000년대를 관통하는,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을 소설로 흡수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아빠와 딸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트랜스젠더 작가 김비의 「입술나무」는 트랜스젠더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딸의 시선을 통해 사회 일반의 편견을 이야기한다. 딸은 빨간 치마를 입고 립스틱을 바르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를 미워하지만, 아빠가 사회적 소수자임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아빠의 입장을 수용해 나간다.

전명안의 「게임의 법칙」은 아프리카 현장조사를 떠난 동성애자 요한이 아프리카에서 만난 게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처지에 놓인 게이들의 상황을 전달한다. “그저 굶주린 아프리카가 있을 뿐이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무국적의 동성애자가 있었을 뿐이다”라는 문장은 이 단편의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2000년대에 새롭게 떠오른 사회적 담론 중의 하나로 청소년 ‘팬픽(fan fiction의 준말. 대중스타의 팬들이 스타의 캐릭터를 소재로 삼아 직접 소설을 쓰는 문화가 번졌는데, 동성애를 다룬 경우가 많다) 이반(異般 또는 二般.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성낙연의 「12시」는 공원을 배회하는 ‘팬픽 이반’들을 향한 남성과 여성의 대화를 통해 ‘팬픽 이반’을 둘러싼 수많은 의견을 보여준다. “단지 재밌고 쿨해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스타를 동성애자로 그린 팬픽들을 흉내 내 동성애자인 양 구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도 겉멋 이상의 고민이 있는 것인지… 저는 그것 역시 하나의 이반문화로 정착할 여지는 있다고 봐요.” 이 말은 작가 자신의 생각 같다.

진무이의 「나르키소스의 숲」은 여성들의 문화인 ‘야오이’(남성 사이 동성애 관계와 성교행위를 묘사한 만화와 소설. 여성들이 즐기는 문화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한국에 유입됐다)에 대한 찬반논쟁을 소설로 끌어들여왔다. 야오이를 경멸하는 게이에 맞서 여성들은 야오이를 옹호한다. 이 같은 시선들은 서로 반복하고 대립하면서 화해와 타협을 형성해나간다.

<레인보우 아이즈>의 소설들에선 긴 호흡을 발견하기 어렵다.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이 소설 속에 충분히 녹아 들지 못한 채 소재적으로 나열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게이와 트랜스젠더, 양성애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반면 레즈비언 주인공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성애 문학 시장이 매우 좁은 현실 속에서 이들의 문학이 시장에 나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보다 많은 동성애 문학들이 등장해 하나의 장르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소재적 측면부터 소설적 재미까지 담보할 수 있는 동성애 문학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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