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소개되지만, 어린이든 어른이든 볼 만한 책들이 있다. 도시와 인간, 자연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크리스티나 비외르크와 레나 안데르손의 동화책이 그렇다. 이들의 동화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이들이 식물을 기르고, 요리를 만들며, 여행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제시한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인만큼 제시된 팁(tip)들은 매우 쉽고 소박한 미를 갖추고 있어, 책을 따라 요리법을 배우고 식물을 길러도 좋을 듯싶다. 그런데 이 정보들은 실용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은이는 생태주의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다룬다. 단 음식을 소개하면서 인슐린 분비 과정을 소개하고, 식물을 키우면서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을 소개하는 식이다. <모네의 정원에서>, <꼬마정원>, <신기한 식물일기> 시리즈의 주인공은 리네아다. 리네아는 그림을 그린 레나 안데르손의 딸이 모델인데,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소녀라 한다. 각각의 동화책에서 리네아는 여행을 가거나 사진을 찍고 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든다. <모네의 정원에서>는 리네아가 블룸 할아버지와 함께 클로드 모네가 그림을 그렸던 정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책은 여행을 떠나는 리네아를 따라 정원의 모습과 모네 및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정보, 모네의 그림이 있는 미술관 등을 소개한다. 책은 모네 그림의 특징으로 가까이서 보면 물감 덩어리일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이는 점을 든다. 이 같은 흥미로운 설명은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대폭 좁혔다. 그림을 그린 레나 안데르손의 따뜻하고 세심한 화풍 또한 한몫 한다. <꼬마정원>과 <신기한 식물일기>는 식물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책이다. 리네아는 도시에서 살지만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나무를 키워본다. 꽃 표본을 만드는 방법부터 쟁반에 씨를 심어서 꼬마정원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은 많지 않아서 아쉽지만,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며 실용적이다. 책은 간편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만들기, 방을 식물로 꾸미기와 같은 쏠쏠한 정보도 잊지 않는다. 한편 도시에 사는 나무의 일생이나, 꺾어도 되는 식물과 꺾으면 안 되는 식물을 설명하는 부분, 동식물을 만나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리네아의 모습에서는 생태주의적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또한 요리책인 동시에 생태주의적 시선을 겸비한 책이다. 리네아의 친구 엘리엇이 스텔라 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우기 시작해서, 친구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기까지의 과정이 책의 내용이다. 일반적인 요리책이 재료 및 요리방법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면,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은 백과사전의 느낌이 날 정도로 폭넓은 정보를 제시한다. 예컨대 요리 재료로 감자가 선택되면, 감자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 및 감자의 역사와 감자가 속한 식품군에 대한 설명 및 영양관련 정보가 함께 소개된다. 달걀이 선택되면 비좁은 양계장에서 살아가는 닭의 비참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간의 식량 문제 및 불평등한 식량 분배의 문제까지 지적하는 그야말로 ‘특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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