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가르치는 일을 해오면서 수많은 교육 내용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교육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수 년 전부터 내가 계속 주장해 오는 것인데, 남녀를 불문하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 되기’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자기 자식을 낳고 키우거나 입양을 할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혼자 큰 것이 아니고, 자신을 낳아준 사람을 통해서만 양육된 것이 아니듯이,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양육에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부모 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부모 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 덜렁 아이부터 갖고 키우면, 그 아이를 한 인격체로 제대로 길러낼 수가 없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부모, 혹은 보호자를 잘못 만난 탓에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과 애정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미움을 받거나 방치되거나 폭력 속에 자라나기도 한다. 옛날처럼 몇 대가 한 집에 살아간다면 이미 아이를 키워본 경험자들이 서로 보완을 해가면서 교육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핵가족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 들어가기 전에 오로지 자신의 부모만을 보고 배우는 게 고작이기 때문에 더 걱정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부모에게서 좋은 것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 앞에서 “너를 낳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부부가 서로 심하게 다투면서 욕을 해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애지중지 하다가 또 어떨 때는 아이가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큰 소리를 치거나 때리기도 한다. 그저 최고가 되라고 유행하는 교재는 다 사서 읽히며 친구들과 뛰어 놀 시간도 주지 않는 부모도 있고, 자식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안쓰러운 이들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제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당혹스럽고 힘겨운 일이다. 양육은 어떤 개인이 완전히 부담을 할 수도 없는 일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 하물며 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일을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한 가정, 혹은 개인에게 맡겨두고 있는 현실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교편을 잡아오면서 ‘자격 미달’인 양육자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안타깝고 분노했던 경험이 많다.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떤 것인지, 보호자의 행동이나 성격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한 인격체가 성장하기까지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기본적인 교육학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교육은 사회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부모 되기’ 교육은 지금 학생들이 정규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어떤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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