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하여

단편집 『앰 아이 블루?』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5/10/03 [21:00]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위하여

단편집 『앰 아이 블루?』

김윤은미 | 입력 : 2005/10/03 [21:00]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걸리는 문제는 상대가 동성애자인가 아닌가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성 정체성을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앰 아이 블루?』에 실린 첫 번째 단편집 「앰 아이 블루?」는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판타지다. “호모”라는 이유로 린치를 당한 빈센트는 자신이 요정 대부라고 주장하는 남자 멜빈을 만난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패거리들에게 살해당한 후 저 세상에서 요정 대부로 다시 태어난 멜빈은 빈센트에게 ‘게이더’(gay+radar: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식별하는 능력)를 선사한다. 이제 빈센트의 눈에는 모든 동성애자가 파란 색으로 보인다.

‘게이더’와 같은 아이디어가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를 깔끔하게 다룬 청소년 문학이 번역돼 나왔다는 사실은 참으로 반갑다. 『앰 아이 블루?』는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이다. 비록 작가들 모두가 동성애자는 아닐지라도 “소설의 힘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하기 때문에 작가와 독자 모두 ‘타인되기’를 깊게 경험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성 정체성의 자각과 커밍아웃, 호모포비아와 동성애자 혐오 범죄와 같은 ‘고전적인’ 주제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 문학으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앰 아이 블루?」는 판타지 소설이고, 「땅굴 속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양치기들」은 메타-픽션적인 속성이 강하다. 「어쩌면 우리는」은 동성애자 차별과 유대인 차별을 같은 선상에 두고 설명하는 계몽적 성격의 단편이다.

청소년 문학을 쓰는 이들 작가들은 문학적 역량과 심리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탄탄하고 알찬 단편들을 내놓는 데 성공한 듯하다. 동성애자들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과 갈등을 겪은 후 화해하는 이야기가 주요 테마로 등장한다. 완벽한 갈등 해소는 없다. 그러나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느껴보려는 긍정적인 의지가 충만하다. 「마이클의 여동생」에서 자신이 게이임을 자각한 마이클은 사랑하는 동생 베키에게 이해 받기 위해 노력한다.

「홀딩」에서 윌리는 아버지의 파트너 크리스가 죽은 후, 친구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게이임을 밝히고 아버지의 성 정체성을 이해 시키기 위해 애쓴다. 「손」에서 론은 문학을 가르치는 레이 선생님이 에이즈로 죽어가는 과정을 목격하고 그가 외롭게 죽지 않도록 애쓴다. 레이 선생님은 게이라는 이유로 지난 학교에서 해고당한 바 있다.

문화적 차이를 실감케 하는 단편도 있다. 「학부모의 밤」은 레즈비언 커플 캐런과 록시가 학부모의 밤에 전시할 동아리 부스들 중에서 학교의 유일한 성소수자 동아리인 ‘게이-스트레이트-바이섹슈얼 연대’ 부스를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지은이 낸시 가든은 어느 학교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청소년에게 상담, 격려, 정보제공 등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단체를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동아리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중고등학교에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생기게 될 날은 요원해 보이지만 「학부모의 밤」은 그 청사진을 제공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앰 아이 블루?」에 등장한 요정 대부 멜빈은 린치로 인해 살해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며 게이로서의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앰 아이 블루?』가 지닌 강점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슬픔을 절실하게 그려내면서도 현실을 이겨나가는 강인한 낙천성 또한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빈센트에게 린치를 가한 남자의 성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는 결론 부분에 도달하면 독자들 또한 미소 짓지 않을 수 없다.

「조금씩 멀어지는」에서 절친한 친구 마리아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멀리하자 잭시나는 “모든 것은 어떻게든 제자리를 찾게 되고, 아무리 이상한 일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우리가 할 일은 힘과 용기와 참을성을 기르는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힘을 주자’는 언설이 진부하게 들릴 지라도, 이런 순간에는 참으로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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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5/10/05 [09:12] 수정 | 삭제
  • 이런 책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Tori~ 2005/10/05 [01:31] 수정 | 삭제
  • 좋은 책 자알 읽었어요^^
    13편이 담겨있어 짧아서 넘넘 아쉬었지만..
    넘 좋은 책인것 같아요^^
  • 내일 2005/10/04 [14:20] 수정 | 삭제
  • 청소년 이반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