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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빙산의 일각’
일상의 성매매, 성매매의 일상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정임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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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임영미님은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에서 주최한 성매매방지법 1주년 기념 문화행사 ‘Q&A’의 전시기획을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오월, 전국 최초로 성매매 집결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마을잔치 <언니야 놀자>를 기획하면서, 사실 나는 행사가 꼭 불발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었다. 아니나다를까, 언니들만을 위한 단 하루의 축제는 완월동 상인들의 무력 저지 앞에 무산됐고, 행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우리는 오월의 상처를 추스르고 4개월이 지나 다시 만났다. 상인들과 업주의 반발 탓에 완월동 안의 ‘아웃리치’조차 힘든 상황에서, 기획팀이 다시 만났다. 후원금을 줬으니 다른 행사라도 하라는 여성가족부의 독촉이나 행사를 준비만 하고 펼치지 못한 아쉬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런 일이 있었노라, 당신은 어찌 생각하는가’라고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성매매방지법 1주년 기념 문화행사 'Q&A'.

한 달 간의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 전시와 공연을 드디어 열었다. 때마침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라, 길을 지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 틈의 또 수많은 남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가씨가 아직 어려서 그런데, 그런 일 좋아하는 여자들 많데이”, “애들 보는 데서 뭐 하는 짓이고?”, “이런다고 없어질 줄 아세요?”, “혼자 사는 남자들은 그런 데 안 가면 병난데이.”

 

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저 생각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나는 그것이 법이 바뀐다고 함께 바뀔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안의 편견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음. 성매매 여성들을 인격체가 아닌 ‘고기덩어리’로 바라보고, 아픔도 모르고, 감정도 없으며, 생활인이 아닌, 단지 섹스만을 아는 ‘섹스머신’ 쯤으로 여기는 생각들.

그들은 여성의 몸을 수없이 쪼개어 씹어먹고서 이제 남은 것은 이빨에 낀 고춧가루, 그저 이쑤시개를 꺼내는 불편함, 딱 그만큼의 양심의 가책일 뿐이다. 저 입들의 뒤로 존재하는 거대한 착취의 구조를 우리가 매일 보는 이 빨간 명함 한 장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作‘빙산의 일각’ by 류진우)

아침에 일어나면 차창 위에 적어도 5개는 꽂혀있는 성매매 홍보물. 남성들의 성적욕구를 흥분시키려 노력하는 이 명함들 속 문구들이란, 참으로 유치찬란하기 이를 데 없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것은 이 유치한 레토릭이 이 세상을 배회하고 장악해, 사람들의 머리 속 사고를 멈추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성매매 산업과 그것을 용납하는 성매매 문화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도 아프다. 나조차도 잠정적 성매매 여성일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作 ‘접촉사고’ by 재미난 사람들ARTWORK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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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0/10 [20:58]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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