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TV 속에 살면서 인형처럼 웃고 있는 너,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환호 속에서 별은 반짝여야 했지. 그래서 넌 항상 반짝여야 했어/ 만들어진 인형은 싫었지만 그게 너의 길이었어, 거울 속에 너를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울고 있었지.” (김완선 9집 rEturN Seventeen 중 ‘세븐틴’)
김완선이 열일곱으로 돌아갔다. 젊음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시 사람들 앞에 서기 위해서다. 2002년 8집 'S & Remake' 발표 이후 3년 만에 발매된 김완선(36)의 새로운 음반 리턴 세븐틴(rEturN Seventeen)은 작곡가 원상우가 프로듀싱 했고, 10곡과 1곡의 보너스 트랙으로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곡 세븐틴(원상우 작곡, 원태연 작사)은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일반적으로 ‘김완선’하면 떠올리는 댄스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곡이다. 1986년 17세에 '오늘밤'으로 데뷔한 김완선은 15세부터 가수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시작했으며 데뷔 이후 국내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정상의 가수로 화려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로 표현할 만큼 ‘만들어진 인형’으로서의 삶에서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열일곱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9집 앨범은 자유롭지 못했던 지난 모습을 마주볼 수 있을 만큼 김완선이 성숙해졌다는 공개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그만큼 9집은 ‘댄스가수 김완선’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곡들로 채워져 있다. 사실 김완선의 음악은 1집부터 6집까지 산울림의 김창훈(1,2집)을 비롯하여 이장희(3집), 하광훈(4집), 손무현(5,6집) 등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록 음악의 색이 강한 곡들을 보여왔다. 7,8집의 댄스 앨범은 오히려 ‘댄스가수 김완선’의 이미지로 인해 만들어진 앨범이다. 그만큼 김완선이 보여주는 춤의 매력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김완선에게 있어서는 극복해야 할 ‘편견’이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9집의 ‘리턴’에는 이전의 음악으로 돌아간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김완선의 이번 앨범이 눈에 띄는 이유 중 하나는 20대 후반만 되어도 환갑취급을 받는 대중 여가수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비웃어줄 수 있는 단단한 울림을 주는 곡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난 서른이 되길 원했어 그건 희망의 나이였지. 모진 슬픔이 다 끝난 편한 삶을 아마 꿈 꾼거야/ 희망이라 믿었던 서른 즈음엔 슬픔 없다고 나는 스물의 그 날 그 시간에서 조금도 못 건넌 걸” (김완선 9집 rEturN Seventeen 중 ‘서른의 노래’) 자전적인 의미를 담은 1번 트랙 ‘서른의 노래’(한경혜 작사, 손무현 작곡)와 같이 여가수의 나이 듦이 ‘늙음’이 아니라 ‘성숙’이 된다는 것을 웅변하는 곡들이 앨범 곳곳에 담겨 있다. 본인이 직접 작곡한 ‘처음 이별하는 듯’, ‘화이트 와인White Wine’도 수록되어 있다. 이미 ‘애수’에서 뛰어난 작사 실력을 보여준 김완선의 성숙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또한 9번 트랙에 수록된 히트곡 ‘애수’의 리메이크 곡은 새롭게 들어도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만들어진 인생이 아니라 만드는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김완선에게 9집의 리턴은 단순히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의 발전을 뜻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마돈나가 아닌 김완선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날 수 없다면 뛰어 갈래 저 하늘까지/ 내가 만든 세상 속에서 이제 자유로운 별이 되고 싶어. 돌아가기 싫은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그 때의 널 만나서 안아줄래 이제 너를 날게 할게.” (세븐틴 중)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여성뮤지션 관련기사목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