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우리 가까이에

미술전시회 알리는 사람, 박민영

루미 | 기사입력 2005/11/14 [19:26]

미술을 우리 가까이에

미술전시회 알리는 사람, 박민영

루미 | 입력 : 2005/11/14 [19:26]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제가 감기에 걸려서 얼굴도 이상하고 목소리도 이상한데, 오늘 이야기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런 거 익숙지가 않아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특유의 수줍은 듯 환한 미소가 이미 나를 반기고 있다. 오늘도 이 미소에 깜빡 넘어갈 것만 같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어쩌면 부끄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왠지 그런 그가 뭔가를 부탁해오면 절대로 거절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다면 그는 탁월한 홍보 담당자임에 틀림없다.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에 자리한 사비나 미술관. 그 곳에 들어가면 언제나 달님 같은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반기는 그가 있다. 바로 미술관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박민영씨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항상 미술관 데스크에 앉아 있으니까 별로 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유명한 미술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좋겠다면서 부러워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이 그렇게 고상한 일이 아니거든요. 새로운 전시를 할 때마다 발에 땀이 나도록 홍보해야 하는 게 제 업무니까요.”

민영씨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런 프로근성은 열정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홍보방법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는 지금까지 새로운 전시를 할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보도자료를 들고 일일이 일간지 기자들을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고 한다.

“저같이 이렇게 매번 찾아오는 사람이 참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전시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홍보가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리고 저는 사람 만나는 게 좋아요. 아주 어렸을 때는 많이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직업을 갖게 된 이후로는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직업이라는 건 사람의 성격이나 얼굴도 변하게 하나 봐요.”

그가 이토록 열정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술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미술 에듀케이터가 되고 싶어요”

그의 외모에서는 열정과 순수가 느껴진다. 왠지 저런 사람한테 사기를 치면 정말 죄를 짓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의 열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 그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안내하는 ‘미술 에듀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더니 그 안의 순수함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알아보나 보다.

“한 번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본주 조각전시와 함께하는 신나는 조각교실’이라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조각가 구본주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아이들이 나름대로 흉내를 낸다거나, 아니면 본인의 생각으로 조각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교육프로그램이었죠. 그때 정말 아이들한테 감동 받았어요. 아이들한테는 어른들한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열정이 있거든요.”

아이들의 반짝 반짝하는 눈동자를 보면서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말하는 그의 눈도 이때 한층 더 반짝거린다. 이 분야에서 더욱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바쁜 와중에 대학원 공부까지 하고 있는 그다.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요. 우리 나라도 앞으로는 이런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고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미술이라는 장르도 영화나 음악 같은 예술 장르처럼 훨씬 더 사람들에게 가깝게 느껴질 날이 오겠죠.”

대형 전시회에만 몰리는 사람들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우리가 어릴 때 받았던 미술교육에 대한 얘기가 흘러 나왔다. 교과서에서만 그림을 감상하고, 스케치북에 그림 몇 점 그리는 것이 전부였던 어릴 적 미술시간이 떠오르자 잠시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그의 다부진 포부를 떠올리며 다시 기운을 되찾기로 했다. 한국 예술문화계에 대해서도 몇 마디 평가를 날리던 그가, 관람객들에게도 한 마디 한다.

“외국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때만 미술관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도 참 문제예요. 실제로 미술관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런 전시를 기획하거든요. 일단 유명한 화가다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드니까요. 그런데 그런 전시회 안에 정말 그 유명 화가의 중요한 작품들은 많이 빠져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리고 관람객들을 제한 없이 하도 많이 받아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조차 없어요.”

평소에는 미술관에 가지 않다가 그런 유명 전시에 쫓아가서 작품은 못 보고 사람들 뒤통수만 보고 돌아온 대표적 인물이 바로 “나”라고 말하자 그는 빤히 쳐다보다 웃어버린다. “하하하, 보통 다들 그렇다니까요. 그러고는 우리 같은 중소형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참신한 전시에는 1천원 내고 보는 것도 아까워해요.”

그 때 이미 앞으로는 절대로 대형 전시회에 쫓아다니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바 있지만, 그에게 한 방 먹고 나서 다시 한 번 반성을 하며 다음 질문을 했다. 미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가 어떤 화가의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우선 저는 ‘가장’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미술작품을 보는 느낌도 굉장히 달라지고, 또 좋은 작품들이 세상에는 너무 너무 많거든요. 딱 하나를 고른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저는 이희중 선생님의 작품들은 전부 다 좋아해요. 이 분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거든요. 그리고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 네덜란드 화가 알마 타데마의 <기대>라는 작품이에요. 수면 위에 반짝거리는 빛의 색채가 무척 아름다운 작품이지요.”

미술관에서 있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경험할 텐데,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나눠질 법도 한데, 그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단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자, 어떻게 사람들을 미워하냐고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대답하는 그를 보며 내 질문이 우문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열심히 사는 민영씨. 그는 분명 유능한 미술 에듀케이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미술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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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부리 2005/11/17 [15:25] 수정 | 삭제
  • 사바나 미술관이 아니라 사비나 미술관인데;;
    그리고 저 전시는 정복수 작가님의 '마음의 일기' 전입니다.
    지금은 끝났을겁니다.
  • naa 2005/11/17 [12:15] 수정 | 삭제
  • 사바나미술관 가본 적 있어요.
    대형미술전시회 말고, 작지만 참신한, 혹은 정성껏 준비한 그런 전시회들에 가보고 싶어요.
    그런 전시에 대한 정보를 좀더 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인터뷰 기사가 전시 홍보용 아니란 거 알지만요. ^^
  • 랑이 2005/11/16 [14:01] 수정 | 삭제
  • 그 중간에서 위태위태한 선이 있을 따름이지요.
    이 분은 아마 잘 아실 거예요.
    대형전시, 유명화가의 전시회가 갈수록 많지만 유명작가라해서 작품의 질이 다 좋은 건 아니죠.
    전시홍보하시는 분이니까 진짜 사람들이 놓치고 가는 게 얼마나 큰지 얘기해주시면 좋겠어요.
  • ㅋㅋㅋ 2005/11/16 [09:08] 수정 | 삭제
  • 루미가 몹니까? 우리나라 이름 없나요? 아니면 혹시 외국인?
    저기 윗글에 최은경 기자님 좀 본받으세요
  • 궁그미 2005/11/15 [17:32] 수정 | 삭제
  • 홍보 일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요.
    발이 퉁퉁 붓고 허리가 빳빳 아픈 직업이지요. ^^
    교육 에듀케이터의 꿈 꼬옥 간직해서 실현하시길 바래요.
    희망이 느껴지네요. 젊은 분이라서 더 그런지.. ^^
    그리고 아래에 그림이 따뜻하구 아름답네요.
    근데 누구의 작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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