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살리기에서 마을만들기로

사라져가는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김소연 | 기사입력 2005/11/22 [04:35]

농촌살리기에서 마을만들기로

사라져가는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김소연 | 입력 : 2005/11/22 [04:35]
<필자 김소연님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주)이장의 부설연구소인 퍼머컬처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서산이라구? 뭐, 서천? 그게 어디야?”

새로 이사 온 동네 충남 서천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리적으로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장항선의 끄트머리, 서해에 면한 한구석에서 ‘서천’이라는 지명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농촌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실질적인 자금지원 프로젝트로 현실화되면서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개발의 혜택을 못 받고 살아오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곳인 서천도 농림부가 지원하는 70억 규모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촌 살리기, 왜 필요한데?

친환경 농촌마을 컨설팅. 내가 일하는 회사의 주업이다. 정부, 지자체, 혹은 마을 단위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운 뒤 주민교육과 건설, 홍보까지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그런데 왜 하필 농촌일까? 도시에서도 생태마을 컨설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농촌 되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대략 두 가지로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현재 농촌 마을들이 무너져가는 속도는 도시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도시의 문제는 규모가 거대화되면서 지역 주민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동체성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의 경우는, 인구수가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촌락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이다.

시골 마을 어디서나 텃밭 중간중간 울창한 대나무 숲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도시사람들은 아름다운 대나무 군락의 모습에 흐뭇하게 미소 짓겠지만, 실제로 대나무가 심겨 있다는 것은 곧 10~20년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사람 사는 집이 한 채씩 있었다는 얘기다. 원래 대나무는 집 뒤뜰에 부정을 막기 위해 심던 것이었다.

사람이 떠나고 남은 집터를 허물고서 ‘노는 땅을 뭐하겠어’하는 심정으로 이웃 노인들이 텃밭을 일구게 된 것이 바로 마을 군데군데 자리 잡은 대나무 숲이 지닌 사연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20호, 30호의 노인 가구만 남아 있는 마을을 돌아볼 때면 푸른 대나무가 바람에 쉬쉬 소리를 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짠해지곤 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대나무 숲 앞의 텃밭마저 돌보는 사람이 없어 돌무더기 버려진 땅이 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농촌이 사라지면 도시의 생태적 삶도 동시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심각성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농촌 역시 도시민에게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일정 부분 도시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 도시 사람들은 생태도시를 만드는 사람이건,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건, 먹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먹거리는 모든 생태적 삶의 바탕이며, 바로 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공간으로서 농촌은 생태적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근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농촌 되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비관에 빠진 농촌에 다시 활력을!

노년의 농부들은 농촌에서 살아갈 미래의 세대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대에서 농사짓는 일은 끝장이 나고 앞으로는 아무도 농촌 마을에 들어와 살지 않으리라는 비관이, 마치 수백 년 된 대들보를 좀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처럼 우리나라 농촌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미래 세대를 잃어버린 농부들은 더 이상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정부에서 어떤 방침이 내려오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외부의 자극에 반응을 포기하는 지점에 이른 이런 무기력 증상이 농부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농촌 주민들이 이처럼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개발계획도 몇 장의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손으로 마을을 만들어가려는 농민들의 의지가 불꽃처럼 튀기는 곳에서 농촌개발사업은 성과를 거두게 되고, 그 결과로 농촌관광이 활성화되고 소위 도-농 교류와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입원도 확보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촌 살리기 사업을 다른 말로 ‘마을 만들기’라고 부르고 있다. 농촌 주민들이 직접 자기가 사는 마을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우리 마을의 숨겨진 자원을 찾는 일도 주민이 직접, 그 자원을 이용해 도시사람을 불러 모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주민들의 손으로, 그리고 마을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힘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주민교육 프로그램의 목표이며, 나아가서는 주민자치를 이룬 마을들이 모여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사회 전체를 자신들의 힘으로 꾸려가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마을 만들기 사업의 큰 틀이다.

주민자치로 지역 만들기를 꿈꾸다

‘주민자치’를 핫 이슈로 하는 마을 만들기 혹은 지역 만들기 사업은 비단 농촌만의 일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운동이다. 동네에 병원이 들어서지만 병원은 동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진료과목을 제공하거나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일은 없다. 지금 내 발 아래 맨홀 구멍으로 흘러가는 하수의 출처도, 내 방 전기를 밝히는 전력의 공급처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내 삶은 이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이런 맥락에서 마을 혹은 지역 만들기란 곧 ‘나의 삶을 직접 결정하는 권리를 되찾는 운동’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지문을 묻히는 일이다.

소규모 지역사회 서천의 일원이 된 우리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곧 학부모가 되는 사람은 방과 후 학교를 만들어낼 구상을 하고, 일요일 오후 늘어지게 앉아 커피 한 잔에 책 한 권 읽을 장소를 찾는 사람은 조합형 카페를 만들어낼 생각을 하는 것. 농촌이 살려면 농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점 또한 얘기하고 싶다. 카페 주인도 생기고 방과 후 학교 교사도 생겨야만 농촌도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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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all 2005/11/23 [15:41] 수정 | 삭제
  • 주위에 농촌으로 가고 싶지만 농사일로는 먹고살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땅이 많거나 억대의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갈 엄두를 못내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 중 하나시구요.
    도시로만 모여들고 농촌의 그 너른 땅들이 다 인적이 드물게 되는 것은 사회적인 병폐인 것 같아요. 마을 만들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사람들을 농촌으로 다시 가서도 도시에서보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