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폭력 범죄는 멀리 있지 않다

아동성폭력에서 직장내 성희롱까지

윤정은 | 기사입력 2006/02/28 [03:36]

[논평] 성폭력 범죄는 멀리 있지 않다

아동성폭력에서 직장내 성희롱까지

윤정은 | 입력 : 2006/02/28 [03:36]
성범죄에 대해 처벌이 미약하고, 사건발생시 경찰의 대처가 미온적일 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경험하게 돼 ‘경찰조사과정에서 성 범죄자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치는 이런 사회가 성범죄를 양산하게 된다’라는 지적은 누누이 되어왔다. 사회 전반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저급한 수준이었다.

여야 막론 사회각계에 만연

이번에 동아일보 기자를 성추행 해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랑 최연희 의원.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자 해당 정치인은 사죄한다며 탈당계를 제출했다지만, 남성정치인들의 성인식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성폭력범죄자가 ‘멀리 있는 것’처럼 전자팔찌까지 동원하며 성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던 정치인들이 자기 당내에서 일어난 성범죄에 대해선 ‘동정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정치권의 태도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불과 몇 년 전 정당 조직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당 집행위원이었던 정치인이 선거라는 큰 사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에 주목하느냐는 뜻으로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 줍고 있다”고 발언했다. 현재 그 정치인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으로 있다.

우리 사회에선 성폭력 문제가 범죄사건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불미스러운’ 일쯤 치부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소위 인권과 진보를 표방하는 조직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개혁’을 표방해 개혁세력들의 사회결집을 주장했던 조직들에서 여성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성폭력 사건은 유독 개혁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성폭력문제는 ‘사회문제’라기보다 ‘여성계 이슈’로 치부됐다.

그런가 하면 전 제주도 지사는 한 여성단체의 장을 자기 사무실에서 성추행하고도 당직에서 물러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탄핵 정국 들어와 여당으로 보기 좋게 입당했다. 성폭력은 국회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우리 일상에 만연해있다는 말이다.

성폭력 사건 발생시, 가해자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에 의해 성폭력 사건이 숱하게 은폐되어 왔고, 피해자의 인권은 이 과정에서 또 한차례 침해되어 왔다. 한국은 성폭력피해자에게는 주변의 시선과 ‘피해자 책임론’으로 커다란 심적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법적 구조를 가진 사회이고,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용기 있게 일어서는 걸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주저앉히기에 바쁜 사회다.

여성에겐 너무나 가까운 성폭력 위협

아동 대상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아직 성(sex)을 알지 못할 나이라는 면에서 ‘피지 않은 꽃봉우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최근 일어난 아동 성폭력사건이 큰 파장을 미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만 하더라도 ‘성을 어느 정도 안다’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기 십상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적 정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든 내가 여성이구나 라고 인식하는 어린 나이부터 성폭력의 위험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들은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성폭력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사적인 자리든, 공식적인 자리든, 가족관계든, 낯선 사람들이든, 부부 관계든 어디든 성폭력의 위험은 존재한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학창시절 유독 조용하고 성실했던 친구가 더 말수가 적어지고 침울해져 있었다. 그때 만났던 다른 친구들은 각자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직장생활이 힘이 들긴 하지만 자신을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들 믿고 만족하고 있었다. 침울했던 친구가 어렵게 말문을 텄는데, 직장 내 성희롱 문제였다.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직장상사가 대낮에도 옆에 와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직장을 다니기 힘들어서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옮겼는데 이번에 옮긴 직장에서 1달이 지나자 “부장이라는 작자가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자기 방으로 불러서 성추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의 경험을 두고, 친구는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다고 회고한다. 매일 직장상사가 날카로운 흉기로 몸의 이곳 저곳을 조금씩 상처 입히는 것 같았다고. 그때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성희롱이나 성추행쯤 당한다고 죽진 않겠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심리적 정서적인 위협을 느끼고 살다 보면 유약한 친구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권이 야금야금 침해 받는 것이다. 친구는 그 상황을 겪는 대신 꿈을 포기했다. 그렇게 한번 꿈을 포기하고 나니, 다시는 직장생활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의 얘기 후에도 상사의 성추행으로 인해 직장을 옮긴 여성들의 얘기는 정말 ‘가까운 곳’에서 종종 들었다. 얼마 전엔 모 부처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관계부처 직원이 모 언론사 여기자에게 한 행동이 문제가 되었던 것을 알고 있다. 어디 여기자에 대해서 뿐이랴. 권세 있고, 힘 있고, 돈 있다는 남성들이 모이는 곳에선, 관행으로 성추행과 성폭력을 일삼아 왔던 것을. 그리곤 힘있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법 처벌의 망을 빠져나가는 현실을.

여성들에겐 성폭력 범죄가 너무도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마치 성폭력 범죄가 ‘멀리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유는 실체를 모르거나,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더라도 그 동안은 쉬쉬하고 은폐하면서 피해자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치부하면 됐고, 좀더 문제가 커질라치면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적당히 유야무야해서 문제를 덮어버리면 곧 조용해지던 ‘관행’을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성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 내부를,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을 둘러보며, 폭력의 모습이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똑바로 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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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딜레마 2006/03/03 [19:03] 수정 | 삭제
  • 1. 가정내의 인성교육부재(특정성별에 따른 인성차이에 대해 억제 혹은 관대)
    2. 공교육과정상의 성교육부재(남녀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모두, 결국 사회화 미비)
    3. 이러한 성담론 부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사회화 과정 결과 성인이 되어 잘못된 성문화 인식(특히 남자들 인터넷이나 군대의 저질문화의 부분적인 경험, 어른들의 퇴폐적 유흥문화 답습, 최종적으로 올바른 성의식을 가질 기회 모두 박탈)
    4. 위의 그러한 성문화 부재와는 상관없이 흘러 들어오는 잘못된 성개방, 그로인한 성에 대한 무지 확대 재생산
    5. 위의 환경속에서 성범죄에 관련한 국가의 정책이나 법체계 혹은 여론조차 미비하거나 관대
    6. 이러한 성에 대한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는 인식속에서도 여성들의 자유롭고 개인적인 성취향은 억압(사회적 성폭력 발생, 여성의 성적 도구화)

    정답: 전반적인 성문화에 대한 재조명 필요 ==> 가정 사회 가릴것 없이 전반적으로의 조기 교육문제의 중요성 절실 실질적으로 교육의 변화시도 ==> 어른들의 그릇된 성문화 인식하며 자정 노력 ==> 변화에 따른 합당한 정책과 법의 반영 ==> 성에 대한 여론 변화 ==> 우리나라 좋은 나라
  • 자유 2006/03/03 [13:57] 수정 | 삭제
  • 남성과 여성에게 너무 다른 경험이죠.
    여성에겐 너무 가깝고 남성은 멀게 느낀다는 말이 와닿네요.
    사소한 것으로 보는 거죠.
    남자국회의원들 동정론 펴는 것 좀 보세요.
    성폭력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 스피커 2006/03/01 [18:01] 수정 | 삭제
  • 강간만 아니면 성폭력도 큰 문제 아니란 식의 사고방식도 심각한 문제같다.
  • 그건... 2006/03/01 [15:00] 수정 | 삭제
  • 님께서 어떤 뜻으로 글을 쓰셨는지는 충분히 알겠어요 ^^

    그렇지만 기자님께서도 아동과 어른을 동일선상에 놓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저, '아동성폭력'에 대해서는 절대적 다수가 분노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성에 눈뜬' 이후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라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
    동일선상에서의 비교는 아닌 것 같구요,
    전 아동성폭력과는 아주 다른 시각차가 존재하고 또 그게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라고 해석했습니다.
    전 그래서 오히려 그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 걸요.
  • yeoja 2006/03/01 [01:36] 수정 | 삭제
  • - "아동 대상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아직 성(sex)을 알지 못할 나이라는 면에서 ‘피지 않은 꽃봉우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최근 일어난 아동 성폭력사건이 큰 파장을 미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만 하더라도 ‘성을 어느 정도 안다’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기 십상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적 정서다." -

    아동 성폭력사건이 큰 파장을 미치는 이유가 '피지 않은 꽃봉우리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다'라고 얘기한 것은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아동 성폭력은 대상이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도 아동 대상 성폭력일 경우 피해자는 정서적 또는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기 쉽고 어린시절 정서발달에 장애를 줘서 어른이 되어서도 피해의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어른과 달리 어린아이는 성폭력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방어할 생각이나 수단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가해자에의한 성폭력은 더 가중처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은 정신지체장애인을 성폭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대상 성폭력은 대부분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어른도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특히 어린이는 인격형성에 타격이 굉장이 크고 평생을 가는데 어른과 어린아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지 않는 현상을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적 정서"라고 말한 것은 아동성폭력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 tree 2006/02/28 [12:11] 수정 | 삭제
  • 처벌만 제대로 해도, 지금처럼 설쳐대진 않을 것이다.
    남자들에게 성폭력은 결코 여자들에게 있어서와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위에 가해자들이 너무 많다.
    성폭력범죄자를 욕하다가도 그것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면 다들 피해자들을 겨냥하고, 범죄자를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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