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9일 보건복지부의 불임부부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사업에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육아지원 서비스보다 많은 예산투입 보건복지부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6일부터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비’ 지원신청을 받고 있다. 이 지원사업은 총 465억원(국비 213억원, 지방비 252억원)의 재원으로 1만6천여 쌍의 불임부부에게 시술비 1회에 평균 30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연내 2회에 걸쳐 지원하며,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1회당 256만원(최대 510만원)을 지원하게 될 예정이다. 이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 육아지원시설 다음으로 큰 총 6천430억원에 이르는 예산편성이다. 민우회는 이 같은 예산편성에 대해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사업 2천933억원, 육아지원 서비스 제공 1천510억원에 비해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출산과 양육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에 집중하기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직접적인 출산을 장려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그 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민우회는 시험관아기 시술비 지원에 대해 “고액의 시술비로 아이를 갖지 못한 불임부부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으며, 출산선택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채, 불임시술 지원을 통한 출산장려책은 여성의 출산을 우선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가부장적이고 혈연중심적인 가족문화 이데올로기 속에서 ‘입양’ 등 대안적인 선택을 하는 것보다, 힘겨운 불임시술과정을 통한 출산을 사실상 강요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우회는 “불임시술은 불임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지, 마지막 희망이 아니”라며, “불임부부의 불임시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아이양육과 관련하여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도 함께 모색하고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술과정 부작용과 후유증 위험도 커 또한 시험관아기 시술과정에서 여성의 건강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여성의 몸에 호르몬 주사를 주입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과정과,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 자궁 내로 배아를 이식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 여성에게 육체적, 시간적, 정신적인 고통이 동반되고, 부작용이나 후유증 우려도 큰 편이다. 민우회는 “불임시술과정에서 과배란으로 인한 난소암, 불임 그리고 드물게는 사망까지 이르는 후유증과 부작용 등의 피해사례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과 제도 마련 없이 정부시책으로 불임시술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불임시술과정에서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는 불임시술 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불임시술 지원이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며,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선택과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민우회는 직접적 출산장려 이전에 “공보육 시스템 등 사회적 인프라 마련과 출산, 양육과 관련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변화하는 사회구조 속에서의 일과 가정 양립지원, 성별분업 시스템 해체와 돌봄노동의 사회화 등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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