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인천 장수동 개사육장에서 해당 구청과 사육장 주인이 보상금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사이 방치되어 굶주림 속에 병들고 죽어가는 개들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했다. 분노한 시민이 “빠른 조치를 취하라”고 구청 측의 대책과 사육장 주인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명백한 학대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동물보호법으로 사육장 주인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최고 20만원의 벌금에 불과하다.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는 “남동구 사건의 경우 언론을 통해 개들의 불쌍한 모습, 엽기적인 부분만 부각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허술한 동물보호법에 있다”며, 유명무실한 법안을 개정하고 실질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관리법’ 아닌 실질적인 보호법으로 개정해야 지난 해 10월 13일 농림부는 동물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동물학대행위를 감시하고 및 처벌을 강화하며, 반려동물 판매업 및 사육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유기동물 보호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르면 올해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던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대행위의 내용을 동물보호법에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투견, 경견 등도 학대행위에 포함하는 등 그 범위를 확대하고, 위반했을 때 벌칙도 현행 ‘최고 20만원 이하 벌금’에서 ‘6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동물학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별로 민간이 참여하는 동물보호감시관제도를 도입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했다고는 하나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지기에는 약하다는 지적이다. 김태환 서울동물병원장은 지난 해 12월 2일 경향신문 기고 글을 통해 “6조 1항과 2항은 잔인하게 죽이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조항을 두었을 뿐 나머지는 과태료만 부과하고 특히 법을 어겨도 처벌하기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고발 건수가 10건이 되지 않을 만큼 동물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 사회인식 속에서 법 집행이 얼마나 강력히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개정안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보호대상으로 축산동물뿐 아니라 모피동물과 수렵동물도 제외되어 있고, 무분별한 동물실험 및 대체가 가능한 동물실험 금지에 관한 항목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의 미아동물 보호의무가 1개월에서 오히려 10일로 줄었고, 가축 살(殺) 처분 시 생매장 금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다. 언론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보도된 내용들도 ‘배변봉투 지참 의무화’ 같은 부분만 부각되는 등 생명존중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애완동물관리법’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물을 ‘재산’으로만 봐선 안돼 동물보호단체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학대 받는 동물을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로 구성된 동물보호법개정추진위원회는 “법률로 동물학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학대행위자의 처벌에 주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지속적인 가혹행위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긴급피난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추진위원회 측은 “동물이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공개되지 않은 은밀한 장소로 내몰리어 더욱 잔혹한 학대로 몰려 갈 위험성을 갖게 된다”며, 이로 인해 “동물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 현장이 목격되어도 학대신고 가능성을 낮추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동물의 안전조치 의무화는 동물학대 처벌강화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항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의 ‘긴급피난권’ 요구에 대한 농림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반면, 다른 사람의 동물을 학대했을 경우 ‘재물손괴죄’로 형이 최고 5년까지 높아진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법은 동물의 생명권 이전에 사람의 재산권의 문제를 더 우위에 놓고 있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농림부 측에서 사유재산권의 문제라는 이유로 긴급피난권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동물은 재물만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생명권의 가치는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학대자의 동물소유권 박탈해야 반면 노르웨이의 동물복지법은 동물과 관련한 소유권 박탈을 규정하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법률 조항을 위반하거나 혹은 규칙이 추구하는 바를 위반했다면 일정기간 혹은 영구히 동물을 소유하고, 기르고, 사용하고, 교역하고, 도살할 혹은 사냥하고 낚시질 할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동물보호법개정추진위원회는 “민간동물단체로 제보되는 동물학대 사례의 경우, 대부분의 학대행위자들은 알콜 등에 의해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저하되었을 시 가혹행위를 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가혹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바, 단순히 ‘교육 및 훈련’의 왜곡된 목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동물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원회 측은 “학대행위자에게 처벌만 가하고 동물을 그대로 방치하게 하는 것은 학대받는 동물이 동물보호법에 의해 실질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실효성 논란을 남기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긴급피난권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의 경우처럼 한정적, 영구적으로 소유권을 박탈하는 방안도 고려가 되는 대목이다. 동물에게도 생명이 있고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다. 동물학대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생명을 대하는 사람들의 잔인한 태도는 나아가 인간에 대한 학대와도 연결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폭력에 대한 근절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 사회가 동물학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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