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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먹거리, 깨어있는 마음’
삶을 바꾸어 놓은 채식이야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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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에 계란과 고기는 빼주세요.”
“이 국물에 멸치가루 안 들었죠?”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있을 때, 다른 자리의 어떤 손님이 종업원에게 위와 같은 주문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손님은 채식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는 일반식당에서 매번 저런 주문을 하는 채식주의자다.

인도여행과 함께 채식을 시작하다

채식을 실천하게 된 것은 <캘커타 코코넛>(cafe.daum.net/calcuttacoconut)을 통해서다. 홍대 부근에서 차와 채식음식을 팔면서 헌책방도 겸하고 있는 까페다.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등한 여행’을 목적으로 하고 동시에 녹색운동을 실천하는 오지여행을 매해 두 번씩 계획한다.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여행팀원 중 1인 이상이 장애인일 것과 여행 중 일회용품, 비닐봉지, 패트병 등 환경위해성 물건을 이용하지 않을 것, 그리고 채식을 하는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캘커타 코코넛>에선 2달 간의 인도여행이 계획됐는데, 그 여행에 동참했다. 총 여섯 명의 인원이 녹색여행과 채식여행의 원칙을 지켰으며 많은 것들을 겪고 경험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채식을 하고 있고,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작은 주머니를 장바구니용으로 가지고 다니며, 녹차물을 담은 수통을 지녀서 되도록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사 먹는 횟수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채식주의자가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라다. 어디를 가든 모든 식당엔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따로, 그리고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사실 ‘채식주의자’가 우리 나라처럼 ‘특정한’ 부류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식당 메뉴 판에 “Vegetarian”뿐 아니라 “Non-vegetarian”라고 비채식주의 음식을 따로 표기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하는 두 달 동안 달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생선, 조개, 오징어, 게, 새우 등 어패류를 전혀 먹지 않았다. 대신 쌀밥과 각종 야채와 콩, 감자, 고구마 등으로 조리한 다양한 음식과, 저렴한 과일과 견과류를 먹으며 여행했다. 그리고 여행 전보다 훨씬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귀국했다. 얼굴빛도 맑아졌고, 건조해서 괴로웠던 피부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다. 채식주의를 선언했을 때 건강상으로나 외양 상으로 업그레이드 된 내 모습을 보고 적극 동조해 준 이도 나를 늘 보아왔던 가족들이다.

‘현대에서’ 닭고기를 먹는다는 것

과거엔 닭고기를 먹으려면 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잡거나 마을시장에 가서 사오면 됐다. 하지만 오늘 내가 닭고기를 먹으려면, 양계장에서 식용으로 키운 닭을 잡아서 만든 고기를 요리해 먹어야만 한다. 양계장 풍경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다 자란 닭이 한 치도 움직일 수도 없을 좁은 철장이다. 발은 철장 바닥에 묶여 있고 부리는 잘라져 있다. (다른 닭들을 공격해 상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부리를 자른다.)

그 철장이 나무 쌓기 식으로 쌓여 있어 위에 있는 철장 속 닭의 배설물이 아래 철장 속 닭들에게 쏟아진다. 각종 환경호르몬이 첨가된 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높은 공격성향을 띠게 된다. 이렇게 키워진 닭을 재료로 하여 만든 고기는 아무리 신선하고 청결하게 관리된다 한들 양질의 닭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닭고기 한 마리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곡류의 양과, 2차로 발생하는 공기, 토양, 수질오염, 사라지는 경작지와 자연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또 어떤가. 쇠고기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18kg의 곡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즉 한 사람이 고기를 덜 먹으면 여러 사람이 많은 곡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과도 같은 기아문제를 생각한다면 솔깃한 사실 아닌가. 또, 고기와 암에 대한 얘기 등 이외에도 참고할 만한 사실들이 많다.

채식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고기를 먹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게 됐다. 사실 나는 환경운동가도 채식운동가도 동물생명운동가도 아니다. 내가 채식을 하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육류를 먹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열악한 조건 속에 동물들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축산산업에 일조하고, 생명을 괴롭히는 결과들을 낳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런 결과들이 발생하도록 돕지는 않는다는 마음으로 채식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고기를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지 않은가.

불편함, 그보다 더한 즐거움

채식을 하다 보니 예전에 겪지 않았던 불편함을 계속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명절음식에서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이 거의 없다. 야채 전에도 계란은 들어간다. 평소에도 된장국 하나를 끓이더라도 따로 하나를 끓여야 하고, 외식도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할 때,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포장해서 동행인들과 식당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한국 먹거리 문화에서 찌게나 국거리를 가운데 놓고 함께 떠 먹는 ‘훈훈함’을 즐기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대수롭지 않은 듯 고기를 억지로 권하는 사람들을 겪어내는 것도 곤란하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서 고충도 따르지만 즐거움도 크다. 채식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사탕 하나를 먹어도 모회사에서 만든 것은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곤충 추출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탕에 곤충 추출물이라니, 채식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보다. 같은 종류의 과자라도 회사마다 동물성 젤라틴을 넣는 곳도 있고 넣지 않는 곳도 있다. 동물성 젤라틴이란 용어도 채식공부를 하며 처음 접했다. (한국채식연합 www.vege.or.kr)

요리에 대한 관심도 증대됐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즐거워 진 것이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종의 창작능력도 필요하니 지루하지 않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채식식당이나, 채식음식들을 만드는 곳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채식도 하나의 문화인데,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삶에 대한 자세와 의식의 변화다.

채식은 문화이자 삶이다

좋은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얘기되는 시대다. 깨어있는 마음에 대한 관심도 높은 때다. 육류가 해악스러움만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채식을 하기 전 생선구이 매니아였던 나는 고등어나 삼치구이를 먹으며 즐거움을 누렸다). 다만 근현대에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은 저렴한 원가로 생산되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생산체계 속에서 ‘좋은 먹거리’로 탄생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이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음식 선택과 섭취가 삶의 자세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채식은 단순히 풀만 먹는 음식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먹거리를 선택해야 하고 그것이 왜 좋은지 알아야 하며 그것을 내가 만들거나 찾아 먹기 위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러한 공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채식을 하는 당위성을 돈독히 할 수 있다.

또한 일회용 제품을 쓰지 말고, 비닐봉지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좋은 음식이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과 마음씀씀이가 필요하다는 것 등, 앎의 부족으로 인해 모르고 행해왔던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되고 고치고자 하는 ‘의지’를 생성한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채식은 먹는 것을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독립적인 생활패턴이 아니라 생활의 다른 양식과 삶의 의식까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스스로를 순화시키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글을 통해 육식이 나쁘고 채식이 좋으니 꼭 채식을 해야 한다고 설득할 의도는 없다. 나는 경험에 근거해 이제 막 채식을 시작한 소심한 실천가일 뿐이다. 그런데 그 실천이 나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롭게 하고 있어, 그 이점을 살짝 알리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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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28 [00:43]  최종편집: ⓒ 일다
 
gh 06/03/28 [04:12] 수정 삭제  
  노력하는 것도 보이지만 모순도 보이는 군요.
채식이라면 콩과 야채류는 먹는다는 것인데요...
김치에도 멸치액젓이 들어가거나 다른 젓갈류가 들어가는데 이는 어찌 피하시는 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채소가 자라는 방법도 글쓴 분이 말씀하신 거와 비슷하게 말하자면 별로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콩도 대부분 수입해서 쓰는 데 이것 역시
그 지역 농민들의 희생이 아니라고는 말 못할 겁니다.

개인의 생활을 파편화해서 따지면 현대사회에서는 숨쉬는 게 죄악입니다.
그렇다고 숨안쉬고 살 수도 없고...
채식주의 전혀 반대하진 않습니다만...
그리고 한국인의 평소 먹는 음식은 거의 채식이나 마찬가지에요.

이런 글은 과량 육류를 소비하는 서양인에게 적당한 게 아닐지요.

근데 닭사육농이 전부 저런 식인가요?

그리고 채식주의를 깨어있다는 둥...정신세계와 연결하는 행태는
지양해 주세요. 그리고 멸치도 안 드시다는 데 .... 멸치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먹지말자고 하는 건 멸치잡이 하는 사람이 본다면
나쁜 짓입니다.

06/03/28 [04:48] 수정 삭제  
  채식 좋은 건 다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몸이 가벼워져서 쭉 가게된다는 친구도 있긴 했다. 나도 한 번? ^^
근데 gh님 육류 과잉 소비는 한국인도 서양인 못지 않게 바뀌고 있대요.
달봉이 06/03/28 [05:44] 수정 삭제  
  인도 음식도 먹고 싶다.
마음을 비우게 될 것 같다.
평화 06/03/28 [14:26] 수정 삭제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그리고 환경을 위해서도.
불교 신도들은 채식에 대해서 좀더 신경을 쓰면 좋을 텐데요.
대량사육시스템의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꿀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치킨홀릭 06/03/28 [16:12] 수정 삭제  
  건강한 식사습관을 가짐으로써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는 모습,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채식을 하는 것이 건강한 음식을 먹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밑에 gh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채소나 곡류 등도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체제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 정책이나 사업도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농가만을 살아남게 하는 것이고...

바른 먹거리를 먹기 위해서는 내가 먹는 이 음식이 누구에 의해서 어떤 경로를 통해 생산되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김현임 님처럼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줄곧 밖에서만 식사를 하는 요즘엔 건강한 음식 먹기는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님의 글을 보고 그래도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는 노력을 꾸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지선 06/03/29 [11:16] 수정 삭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방식이 다 다르고,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게되어서 놀랐어요.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면서, ^^
동호회 활동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채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되려고 노력중이에요.
채식을 알면 알수록 배우는 게 많고 삶이 바뀐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것 같아요.
m 06/03/29 [18:30] 수정 삭제  
  정말 쉽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채식은 단순히 풀만 먹는 음식문화가 아니에요!!

채식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달라지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도 회식문화같은 게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은 게 사실인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요. 꼭 채식을 하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요.

블루 06/03/31 [16:08] 수정 삭제  
  갈수록 환경오염이 심해져선지 먹거리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게 되긴 해요.
유기농이나 몸에 좋다는 걸 찾아먹게 되고 애들은 특히 약해서 더 신경을 써줘야 하니까요.
육식이 참 문제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요. 아토피 아이들은 고기만 먹었다 하면 당장 난리가 나고 심해지니까요. 그리고 채식을 하게 되면 좋아지고요.
눈에 확 띄는 걸 보면 고기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죠. 고기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런 거 보면 섬뜩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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