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외를 낳는 정책 이미지
건강가정지원센터 홍보 포스터
김호지 | 입력 : 2006/04/03 [19:18]
“공무원의 발상이라는 게 뭐…” 이런 생각으로 관공서에서 배포하는 표어나 포스터 등을 대충 보고 넘긴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런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정부정책이 갈수록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운영되고, 관공서의 권위적인 태도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포스터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는 대충 보고 말았죠. 여러분, 이 포스터가 우리에게 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요? “건강가정지원센터”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림이 눈에 띠는데요. ‘아들, 딸 낳아 잘 살자!’라는 표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가정지원센터 개원하면서 배포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최근 저출산, 이혼율 증가, 가족구성간 갈등 등 가정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가정문제 예방과 해결방안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한다고 합니다. “건강가정”이 뭘 의미하는 건지 알고도 남습니다.
한편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다양한 가족들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사업 대상으로 삼는 한부모 가정이나 비혼모 가정의 구성원이 이 포스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소외’라는 걸 느끼지 않을까요? 자신의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을 보면서 말입니다. 이런 그림은 관공서가 누구의 눈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취지를 보니까, 포스터 그림이 뭘 의미하는지 더욱 분명해지네요. 포스터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한 자리에 앉아서 관공서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특정 사람들의, 일부 계층의 사람들의 가족과 가정에 대한 환상’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쁩니다. 예전에 어디에나 붙어있던 ‘간첩신고’ 포스터나 표어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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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rl 2006/04/06 [16:52] 수정 | 삭제
- 보라 2006/04/05 [17:59]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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