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라는 이름의 감옥

초등학교 ‘전자명찰제도’ 도입 논란

박희정 | 기사입력 2006/05/10 [01:26]

안전이라는 이름의 감옥

초등학교 ‘전자명찰제도’ 도입 논란

박희정 | 입력 : 2006/05/10 [01:26]
지난 달 20일 서울시교육청은 KT와 ‘초등학교 정보화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소위 ‘전자명찰제도’로 알려진 이 사업은 “어린이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명분으로 등하교 시간을 체크하여 학부모 핸드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를 이용하게 될 경우 학부모는 대략 월 3천원의 이용료를 KT측에 지급하며, 시설 설치비와 각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전송하는 SMS문자서비스 비용은 KT측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기업과 손잡고 아동의 자율권 통제

양해각서 체결이 알려진 후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학부모회와 인권단체들은 “안전을 이유로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발상”이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전자명찰제도’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용 과정에서 자녀와 학부모의 인적 사항 및 학부모의 휴대폰 번호, 그리고 문자통신 내용이 고스란히 중앙서버에 집적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집적 자체도 문제지만 집적되는 양에 비례해 유출 시 위험도도 커진다. 또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위치추적” 등으로 확대가 계획되어 있는 등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분한 것으로 비판했다.

또 기업에 대한 특혜제공이라는 측면에서도 “학교를 영업장화하는데 서명한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전자명찰제도에 반대하는 모임은 “아이들에게 전자명찰을 달게 하고 KT가 수익을 챙기는 대가로, 유료인 문자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 또한 불법찬조금”이라고 꼬집었다.

8일 시 교육청 앞에서 관련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반대의지를 강하게 밝히자 시 교육청은 몇 시간 후 양해각서 해지를 발표했다.

학교, 인권취약 지대임이 드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양해각서 해지를 밝혔지만 ‘전자명찰제도’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개별 학교차원에서 도입계획이 있거나 이미 도입되어 시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내 일부 학교에서는 부산시교육청을 통해 KT가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스쿨’ 시스템이 시범실시에 들어갔다.

전자명찰제도에 반대하는 모임은 이미 개별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자명찰제도’에 대해서 교육청에서 관련사업 중지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아무리 학부모 선택사항이고, 수익자 부담으로 처리된다고 하지만, 교육청은 바람직한 인격형성이라는 교육 본래의 목적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의 자율은 최대한 보장하되, 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적을 훼손하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학교는 강력하게 지도”하는 것이 “교육청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학교폭력이 사회적 관심을 받자 교육부에서는 CCTV설치를 대안의 하나로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감시와 통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발상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CCTV설치, 전자명찰제도와 같이 인권침해적인 제도들이 ‘안전’, ‘보호’를 이유로 손쉽게 도입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 교육관계자들의 인권불감증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특히 십대들의 자율권이 보장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 인식 및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도배방지 이미지

  • 소금 2006/05/11 [10:44] 수정 | 삭제
  • 교육청이나 학교 쪽에선요.
    정말 학생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까요?
    의도 자체가 불순한 것 같군요.
    학부모를 위해서라고 생각했겠죠.
    학부모를 위하는 이유는 따로 있을 거고요.
    기업과의 관계도 그렇고...
    KT에선 계약얘기 물밑으로라도 다 해놓고
    전자명함을 개발했을 것 아닙니까.
  • ...... 2006/05/10 [13:43] 수정 | 삭제
  • 학교폭력 막겠다고 학교에 상시적으로 경찰을 들이겠다지를 않나, 학생들 감시하는데만 앞장을 서다니, 학교가 교육에 대해서 이념을 다시 정립해야할 것 같다.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언제 고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소수자 시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