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변해가는 갯벌

새만금 주민 “바다의 숨통 트자”호소

윤정은 | 기사입력 2006/06/07 [05:12]

사막으로 변해가는 갯벌

새만금 주민 “바다의 숨통 트자”호소

윤정은 | 입력 : 2006/06/07 [05:12]
“바다에 나가면 속상해서… 화병 났어요. 오늘도 오전, 오후에 나갔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갯벌이 이젠 모래사막이 됐어요. 상황이 이렇게 와버렸는데도, 내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너무 속상해서….”

새만금 계화도 주민인 이순덕(57세)씨는 절망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갯벌 여전사’라고 불릴 만큼 몇 년 동안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투쟁
에 열심이었다. 2005년 12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계화도 주민들은 10월 24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침 첫차를 타고 부안에서 올라와 청와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막차를 타고 내려가곤 했다.

당시 새만금 주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새만금 방조제 33km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2.7km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중단할 것과, 2003년 6월 정부의 기습적인 공사로 인해 막힌 “4공구를 터서, 최소한의 물길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바다의 숨통을 트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4공구를 트기는커녕, 올해 4월 21일 갯벌의 마지막 통로인 2.7km마저 막혀버렸다.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상황을 “갯벌이 죽어가고, 거대한 사막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죽어가는 갯벌 지켜보며 주민들 ‘울음’

‘갯벌 여전사’였던 이순덕씨가 갯벌이 썩어가는 걸 보고, 말이 없어진 것은 꽤 오래됐다고 한다. ‘갯살림’을 살며 “갯벌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던 그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말하는 것도 싫어, 오늘도 경운기도 타지 않고 혼자 40분을 걸어서 바닷가에 갔다 왔다. 아직은 “물이 고여 있는 고랑에는 조개가 겨우 살아있다”며, “혼자서 조개를 들쳐 업고 40분 걸어서 돌아온 걸음”이라고 전했다.

이순덕씨는 “나 같은 경우는 ‘갯벌 살려달라’고 다른 여성들에 비해 서울도 다니고, 많이 다녀봤죠. 그러나 (주민들의) 잃어버린 목소리가 어디로도 나오지 않고… 한 마디로 갯벌이 모래사막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라며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기가 막힌지 웃음마저 터트렸다.

“주민들 중에서 마음이 아파서 울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계화도 하리 부녀회장인 추귀례씨는 오늘도 갯벌에 나갔다고 한다. “물속 깊이 들어가 잡은 물생합이 5만2천원이 됐다”고 말하며, 앞으로 이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계화도 하리에 함께 사는 주민인 염정우씨는 “오늘 논에 갔다가 갯벌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를 붙들고 ‘갯벌이 썩은 내가 진동하고, 이제 어떻게 하면 쓰겄냐’고 하소연하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계화도 시인이기도 한 염정우씨는 “주민들에겐 갯벌일상이 수십 년간 삶이었고, 뿌리였기 때문에 얼마 벌이도 안되어도 요즘도 여전히 물길을 따라서 나간다”고 설명했다. 추귀례씨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었던 갯벌이 죽어가는 걸 망연자실 목도해야만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다며, “주민들로선 이렇게만 있을 수 없어서 3일 후에 주민회의를 하기로 했고, 어떻게든 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4월 21일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새만금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단체들이 관심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 갯벌을 텃밭으로 해 살아가던 생명들이 소리도 없이 죽어가고 있다. 계화도 주민 고은식(44세)씨는 “바닷물이 안 들어온 후에 두어 번 비가 왔죠. 조개들이 죽고, 또 상한 조개알을 먹은 도요새들도 죽어나가고. 생합잡이는 3분의 1정도로 줄었어요. 갯벌이 아직은 완전히 죽진 않았지만, 저희들은 이번에 장마가 오면 끝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장마가 오기 전에 뭐라고 해야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고은식씨는 얼마나 넓은 갯벌이 사막으로 변할지 “와서들 보면 입이 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개발 약속한만큼 ‘해수유통’시켜야

상황이 이럴진대, 주민들은 아직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바닷물이 막혀버렸다 넋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뭔가 희망이 있다면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살아있는 생명이 있고, 물길을 조금이라도 터주면 갯벌은 살아난다는 것이 주민들의 믿음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2.7km 구간이 막혀 갯벌이 죽어가는 문제뿐 아니라, 그 동안 줄기차게 계화도 주민들이 주장했던 ‘바다의 숨통’ “4공구를 트라”는 요구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친환경적인 개발을 약속해놓고도” 2003년 6월 해수유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4공구를 기습적으로 막은 이래로, 급격히 악화된 새만금 수질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친환경적 개발을 약속한 만큼, 바다를 완전히 죽이지 않기 위해서 “일부 허물더라도 해수유통을 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말하고 있다.

하리 주민 염정우씨는 “현재 해수유통을 위한 2개 관문으론 도저히 안 된다. 정부더러 전체를 트라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의 4공구 쪽 일부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그리도 무리한 것인가. 4공구를 일부 트고, 그 위로 교량으로 연결하면 다닐 수도 있어 관광지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물길이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썩은 바닷물이 아닌)바닷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잖냐”며,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국책사업 행정에 전혀 전달되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지역주민은 “물막이 공사를 우리가 막지 못했다고 자책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갯벌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에서 ‘물길을 트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또, “환경단체는 기록하고 조사를 한다”지만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는 정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누구를 기대하기 보다 주민들인 우리가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절감과 절망감으로 관심을 거둘 것이 아니라 “다시 갯벌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다.

환경단체, 새만금 생태변화 모니터링 시작

현재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생태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작업을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민간전문가 모니터링을 지난 주부터 시작했고, 앞으로 1년 동안 “수질, 지형 및 지질, 저서생물, 사회문화” 4개 분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전문가 모니터링과는 별도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를 6월 10일, 11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10일에는 “물새, 식물, 저서생물, 문화팀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워크숍을 하고, 11일에는 새만금 현장으로 가서 생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처장은 “지난 주 상황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갯벌의 3분의 1정도가 완전히 말라붙었고, 물이 없어지면서 갯벌 깊숙이 들어갔던 조개들이 지난번 비가 오면서 바닷물인지 알고 나왔다가 많이 죽었다. 수질로 말하면 해류 변화가 생겨 퇴적 침식의 왜곡이 일어나 적조현상이 심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환경.종교단체들이 모여있는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에서도 6월 중 순경부터 환경모니터링 사업 발족식을 가지고, 이후 조사사업을 시작한다. 박정운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방조제 안쪽의 수질문제 등과 함께 외측으로 갯벌생태계와 해안생태계가 빠르고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새만금 내외측 생태변화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넷이크 2008/11/26 [11:05] 수정 | 삭제
  • 바다가 썩고 갯벌이 죽어간다는데 정부 관계자들은 뭐하나?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만 보고있나?
    현장에 나와서 보고 확인을 해야지... 내 저놈들 모가지를...
  • co 2006/06/12 [01:51] 수정 | 삭제
  • 참... 암담하네영.... 새만금은 지켜내야 할 땅이었는데....
    물막고, 그땅의 임자인 생명체도... 사람도 몰고 나서...
    뭔놈의 개발을 할련지....
  • ..... 2006/06/08 [14:17] 수정 | 삭제
  • 눈물이 나서....
    나도 주민들과 같이 울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집안에선 아니고..)
    죽어가는 갯벌을 생각하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할 자연과 생명들을 국가가 나서서 파괴해버리다니,
    수많은 갯벌의 생태계 속 생명체들이 바다의 물길이 막혀버려 갑작스럽게
    영문도 모른 채 고스란히 떼죽음을 당해가는 상황에 있다니,
  • 모찌 2006/06/07 [16:12] 수정 | 삭제
  • 사진이랑 인터뷰로 보니까 정말로 가슴이 아프네요. 뭐라 말하기가 힙듭니다.. 주민들도 조개들도 모두 아파하는데, 그 목소리를 듣지못하는 사회때문에 말문이 막히네요
  • au 2006/06/07 [11:27] 수정 | 삭제
  • 친환경 개발이 말뿐이지 사실 어떻게 가능하겠나.
    벌써 생태계 크게 망치고 있으니 이제라도 바다를 유입시켜서 살 수 있는 갯벌을 살려야 할 것이다.
광고
녹색정치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