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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형태 어린이노동
네팔어린이 ‘가사노동’ 실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송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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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가 지원하는 희망의언덕 ‘네팔어린이노동자 학교보내기’ 프로젝트에서 올해 지원할 어린이들 대부분은 ‘돌찧는 노동’을 하고 있거나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돌찧는 어린이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생활에 대해서는 “수업 대신 돌깨는 아이들”(2005년 9월 17일)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어린이 가사노동은 현장조사와 더불어 ‘어린이와 여성인권단체 CWISH’를 방문해 그 실태를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13살의 산주 따망(Sanju Tamang)의 아버지는 이주노동자였다. 인도에서 일하던 그는 2000년 그곳에서 사망했다. 뒤어어 산주의 어머니는 가난을 비관하여 자살했다. 결국 산주는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지만, 산주와 그의 남동생까지 맡아 기르기 어려웠던 이모는 두 아이를 다른 집에 가사노동자로 보냈다. 산주는 이미 7살 때부터 그 일을 해오고 있었다.

산주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찾아갔지만 그날 아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교 친구의 안내를 따라 찾아간 곳은 산주 친구의 집. 집주인은 문을 잠가 놓은 채 일하러 나가고 산주는 친구 집에 있었다. 산주가 결석한 이유는 ‘집안 일이 등교시간이 지난 후에야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탓에 나이에 비해 훨씬 아래 학년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린 동생들과 학교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서 가끔 학교를 빼먹는다”고도 한다.

‘어린이 가사노동’(Domestic Child Labour)이라고 불리는 노동에 종사하는 어린이는 카트만두 시내에만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린이 가사노동은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에 의해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에 속하는 것으로, 앞으로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어린이 노동영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은 1)노예 혹은 빚의 담보로 잡혀와 노동을 하는 경우, 2)성매매나 포르노그라피 등을 위해 착취당하는 경우, 3)마약 제조와 같은 불법노동에 이용되는 경우, 4)환경적으로 건강과 정서를 극도로 해칠 위험이 있는 노동 등과 같은 기준에 의해 분류되고 정해진다.

빚 담보로 잡혀 일하는 가사노동 어린이

어린이와 여성인권단체인 CWISH(Children-Women In Social Service and Human Rights)의 대표 활동가인 밀란 다렌씨는 “어린이 가사노동 분야는 다른 어린이 노동영역에 비해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역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CWISH는 특히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어린이들의 가사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다렌씨는 “어린이 가사노동 영역은 감추어진 채 어린이를 착취하고 학대할 가능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린이 가사노동이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으로 인정되는 것 자체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몇몇 어린이의 경우 자기 집에서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학교에도 다니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집에서도 가사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네팔에서 가사노동이란 다른 육체노동에 비해 쉬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CWISH의 활동도 위기를 맞아 활동이 위축됐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호소를 해도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이 없어, 2000년엔 같이 일하던 사람들마저 떠나버린 것. 다행히 국제노동기구(ILO)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 가사노동에 대한 실태를 조사할 수 있었고, 지금은 많은 이들이 어린이 가사노동이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임을 인정하고 있다.

CWISH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어린이노동자 3분의 1은 부모나 가정이 진 빚이나 소작지의 대금 대신 담보로 잡혀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체 어린이의 3분의 2는 돈을 받지 않고 단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가로 일하고 있었다. 노동 시간은 다른 노동에 비해 가장 긴 편으로 새벽 5시쯤 일어나 자정이 될 때까지 집안일에 매여 있어야 한다. 돈을 받는다 해도 한 달에 겨우 300~400루피 정도(4천5백원~6천원)다.

65% 이상이 학교에 가지 못해

다렌씨는 “부모들은 가난 때문에 아이를 보낸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정에 가보면 아버지의 담배 값, 술값으로 그 이상의 돈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어린이노동자의 3분의 2에 달하는 수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렌씨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도시로 보내 가사노동을 시키면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교육의 기회도 얻길 바라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래서 CWISH는 어린이 가사노동자의 부모를 직접 도시로 초청해 ‘실제로 현실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CWISH는 가사노동 어린이들이 일하고 있는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주인에게 부탁하고 하루 2시간 정도의 비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시간은 곧 노동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숨겨진 공간에서 자신과 외부가 연결되는 시간이다”라는 말에서 이 활동의 의의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 가사노동의 경우, 집 주인이 아이를 숨겨버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도움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은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집 주인들 중에는 교육과정 중도에 “아이가 일을 그만 두었다”는 식으로 속이기도 하고, 아예 말을 바꾸어 “어린이가 없다”고 잡아떼는 집도 많다고 한다.

폭력과 ‘성 학대’에 심각하게 노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 가사노동자들이 폭력과 성적 학대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CWISH는 2004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에 대한 집 주인의 성적학대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고 보고했다. 다렌씨에 의하면 “상담을 요청하는 어린이의 절반 정도가 집 주인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하고 있는 어린이”라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언뜻 보기에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학대’에 대한 외부감시를 차단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폭력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폭력뿐 아니라 성적인 학대가 여자어린이들, 그리고 남자어린이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네팔은 생리 중인 여성을 불결하게 여겨 주방 출입을 시키지 않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여:남 비율이 6:4 정도로 남자어린이 가사노동자를 많이 고용한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주 노동연령이 월경 이전 어린 여자아이들이다.

어린이 가사노동은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개입하기가 쉽지 않고, 인권단체들이나 활동가들이 어린이노동자에게 접근하는 기회를 갖는 것조차 힘든 지점이 많다. 집 주인들이 아이를 숨기기도 쉬워서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의 하나였던 어린이 카펫노동자의 경우, 공장에 대한 ILO의 집중 단속으로 인해 네팔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 가사노동의 경우는 거의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CWISH는 ‘최악의 형태의 어린이노동’ 영역인 가사노동을 근절하고, 가사노동자를 어른 노동자로 고용하도록 하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빠르면 2007년 가사노동자조합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다렌씨는 최근 네팔 상황을 설명하면서 “현재 네팔이 민주화 되는 과정에 있고, 그 가운데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며 보다 긍정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또한 그는 이런 시기에 네팔 사회가 보다 “어린이노동자 권리와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기대를 밝혔다.


 

*네팔의 어린이노동자들을 위한 후원: 국민은행 438901-01-300620 (예금주: 바보들꽃)

*바보들꽃 홈페이지: http://book.foolwildflower.or.kr/index.php/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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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28 [06:42]  최종편집: ⓒ 일다
 
06/06/28 [15:30] 수정 삭제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이 다른 노동에 비해서 어린이들을 착취하지 않는 편이라는 인식 때문에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알려내기 어렵고 단체활동이 지지받지 못하고 고립되었었다는 얘기가 공감이 갑니다. 사람들의 통념이라는 게 참 깨기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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