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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주민들의 목소리 메아리되길
갯벌여전사 류기화씨의 부음에 부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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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새만금 수문이 닫힌 지 40여일이 지났을 때, 새만금 계화도 주민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같이 모두들 “무조건 한번 내려와서 보라”는 것이었다. 갯벌여전사로 통했던 계화도 주민 이순덕씨(57세)는 이제 갯벌은 거대한 사막이 됐다며 기가 막히다고 웃음을 터트리는데, 마음이 먹먹해 도저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계화도 주민들을 만나고 나서 ‘갯벌이 죽었다’는 절망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인간이 조금만 양보를 하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고, 생태계는 놀라울 정도의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바다에 대한 희망’ 버리지 않은 주민들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방조제 전체를 트라는 것이 아니고, 4공구의 일부를 트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다리를 통해 연결하면 차도 다닐 수 있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잖냐며, 이런 게 정부가 약속한 “친환경개발”이 아니겠는가 반문했다. 주민들 말로는 ‘4공구를 트면’ 수질개선으로 수조원이라는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고, 바다와 일부 갯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주민들로 봐서는 최소한의 요구겠지만, 정부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축조했다며 선전해대던 걸 생각하면 어찌 그 잘난 방조제에 작은 구간의 틈이라도 내겠는가. 그래도 주민들은 그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살고 있었다. 특히 갯벌에서 맨손어업에 종사하며 갯벌에 의지하면서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에 가장 열심이었던 이순덕씨와 류기화씨는 시화호와 일본 이사하야만을 예로 들면서, “왜 지금 새만금 운동에서 4공구를 트는 운동을 해야하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류기화(39세)씨는 시화호와 일본의 이사하야만을 직접 다녀오기도 했었다. 그는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해 “막막하다”면서도 씩씩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어쩌다 텔레비전에서 다른 지역의 갯벌 주민들이 조개채취하는 모습이라도 보일라치면 “너무 부러워서, 저기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며 “어디보다 좋았던 갯벌이 사막이 되어버린 상황”을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대표적인 갯벌여전사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어서 낯이 익었다. 여러 다큐멘터리 작품에서 그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대법원 판결이 나던 날, 그는 법원 건물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었다. 이때 그의 목소리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슴으로 울었고, 그 장면이 각인된 사람으로선 막상 계화도에서 만난 그의 환하고 건강한 모습은 놀라웠고, 절망감에 사로잡혀있던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 했다. 그는 다시 살아가야 할 나날들에 대해 푸념하지 않고, 성실하고 건강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계화도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화호와 일본 이사하야만의 예를 보면, 새만금 방조제가 가져올 미래라는 것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새만금 방조제를 건설한 사람들은 “유례없는 난공사”를 무사히 해냈다는 사실을 선전하며 뿌듯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 방조제가 어떤 재앙을 가져오고 수많은 사람들과 바다 생명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

시화호의 경우, 그간 정부가 수질개선대책으로 수많은 국내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을 구하고 수질을 개선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수질이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고, 이로 인해 정부의 수질개선대책은 엄청난 예산 낭비를 불러왔다. 그후 더이상의 방법이 없자 정부는 막혀있던 바다의 숨통을 텄고, 해수유통이 되면서 죽음의 시화호는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지금 생태계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다시 시화호 주변으로 개발업자들이 달려들어 이런저런 개발을 하겠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모양이다.

일본 이사하야만 주민들은 10년 전 물막이공사가 끝난 후 어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담수호 및 바닷물이 오염돼, 지역주민들은 지금까지 10년째 ‘방조제를 트자’는 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사하야만에 관련해 운동하고 있는 일본 한 환경운동단체와 학자는 <일다>를 통해 ‘새만금은 이사하야만의 전철을 밟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방조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갯벌과 바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

계화도 주민들이 오랫동안 ‘4공구를 트라’고 외롭게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질개선대책이라는 거창한 논리와 1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아니라 “가장 값싼 비용으로 바다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이 내놓는 답이다.

누가 뭐라해도 지역 주민들이 바다와 갯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물론 개발이익에 혈안이 되어있는 개발업자와 수천억,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바쁜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도, 또다른 의미에서 전문가들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지역에 살면서 갯벌과 바다를 통해 터득한 지혜는 단기간 개발이익을 챙기려 달려든 사람들이 전문지식을 들이대며 천문학적인 예산 놀음하는 것과는 다르다. 지역주민들은 앞으로 투여될 1조가 넘는 그런 돈이 얼마만한 액수인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역발전 운운하는 지자체 공무원들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지역에 대한 산지식이 있고,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학자들에 비할 수 없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혜와 연륜이 있고, 또한 자연 속에서 자립해 살아가면서 얻는 정직함과 강인함이 있다. 우리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지역 주민들만큼이나 자연을 의지해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식과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국책사업은 건설업자들에겐 장기간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하는 다시없는 절호의 사업이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이나 단체장들에게는 ‘지역 발전’이라며 주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줄 수 있고, 막대한 정부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좋은 명분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에게는 ‘지역 감정 해소’나 ‘균형 발전’이라는 선전용으로, 지역표심 잡기에 적극 활용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묻히고 만다. 개발을 둘러싼 막강한 정치 권력과 세력들에 의해 정작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무참히 짓밟히는 수많은 사건들을 봐왔다. 우리는 외롭고 작은 절규들을 무시하고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하고 나서야, 엄청난 환경재앙을 겪고 나서야, 그때서야 깨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때는 정치권이 또다른 정치적 명분을 들이대며 약속을 걸고 나와 사람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데도, 우리는 거기에 의지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난 12일, 갯벌여전사로서 열심히 투쟁했던 류기화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 전날 비가 많이 올 것을 예상해 한국농촌공사가 수위조절을 하기 위해 수문을 열어 방조제 안의 물을 대거 빼냈다. 물이 빠지자 주변으로 갯벌이 드러났고, 다음날 류기화씨가 다시 갯벌을 찾았을 때는 수문을 닫은 상태여서 물이 많이 차있었는데, 수문조작에 대한 사전 정보가 미처 없는 상태에 갯벌에 나갔던 류기화씨가 갯고랑에 빠져 익사했다.

‘갯벌배움터 그레’의 상용 간사는 “그간 새만금 운동에서 (류기화씨의) 역할과 자리가 워낙 컸던지라,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달 전만 해도 만났을 때, “앞으로 ‘4공구를 트는’ 운동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며 바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던 류기화씨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그의 빈자리가 크지만, 고 류기화씨와 주민들이 외롭게 외치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끝내 방조제를 허무는 거센 운동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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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19 [03:09]  최종편집: ⓒ 일다
 
오렌지 06/07/19 [07:19] 수정 삭제  
  너무 마음이 아프군요.
J 06/07/19 [14:30] 수정 삭제  
  주민들 심정이 어떨까요, 더욱 막막할 것 같아요.
계속해서 길을 제시해주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06/07/21 [02:19] 수정 삭제  
  갯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갯벌주민들이 제시한 해결책다운 '명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아까운 인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인의 마음이 바다에 고스란히 실려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독자 06/07/25 [00:29] 수정 삭제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조금 거슬리는 게 있어서...꼭 '여'전사라고 해야 하나요?
KTX'여'승무원도 그렇고. 남전사, 남승무원이라고 하지 않는데, '여'자를 붙이는 것..
남자들이 만들어낸 성차별적 관행 아닙니까?
일다만이라도 그렇게 하지 말아주시길..
벨라 06/07/28 [02:14] 수정 삭제  
  글을 읽으니 더 가슴이 미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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