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시선 >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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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묘하다’는 말 속에 담긴 의미
평범한 사람일 뿐인 나의 경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좋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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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깨닫고, 이를 인정하게 되기까지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쳤던 내가, 한 사람의 동성애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동성애자로서의 경험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올라가지만, 내가 동성애자라는 고민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다닐 때였고,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인정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다. 참고로 나는 1980년생이다.

지금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이반(동성애자)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사회적 편견을 잊고, 나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 집에서부터 동성애자에 대한 멸시를 마주쳐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자꾸만 죄책감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관련한 검색을 해보면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되는 게 많은데, 나의 가까운 가족이나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동성애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들은 적이 없는 것처럼 딴 세상에나 존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커뮤니티 통해서 동성애자 친구들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나 스스로도 딴 세상에 갔다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가 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나를 가장 속상하게 만드는 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해괴한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거나, 심지어는 원조교제를 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얘기하면서, 더 이상 문란할 수 없다는 둥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해괴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나의 이반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동성애를 하는 것은 대상이 여자냐, 남자냐의 차이일 뿐 이성애를 하는 것처럼 내겐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동성애는 원조교제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고, 동성애자라고 해서 문란한 것도 아니다.

며칠 전에 동성애 관계에 대해서 ‘기묘한 관계’라고 표현한 글을 읽었는데, 그 글은 내 기분을 기묘하게 나쁘게 했다. 전혀 기묘한 관계가 아닌 것 같은데, 동성애 관계란 이유만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문란하다거나 해괴하다는 인식보다야 훨씬 나은 것이겠지만, 좀 깨였다 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내면엔 동성애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

동성애자 중에도 이상한 사람도 있고 안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성애자 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있고 안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적어도 나는 내 경험 상 평범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별나고 싶어도 그럴 자질이 없다. 그런 내가 동성애자란 이유만으로 세상의 편견에 시달리면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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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01 [23:03]  최종편집: ⓒ 일다
 
cav 06/08/02 [13:50] 수정 삭제  
  영화나 소설 얘기 하면서 그런 말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말 싫어요.
그렇게 쓰여진 소설이나 영화따위도 싫구요!
moon 06/08/04 [14:29] 수정 삭제  
  물론 좋은 친구들이요..
dark 06/08/07 [15:10] 수정 삭제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담아둘 공간이 없나보다
까마종이 06/08/22 [22:23] 수정 삭제  
  어제 읽던 책에 백석의 나타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작가가 말미에 허준을 언급하더니 아무리 그래도 동성애까지 몰고가는건 모욕이니 이쯤에서 그만 이라길래 확 덮었더랬죠
정말 싫어요!
이진희 07/04/12 [23:56] 수정 삭제  
  저도 아는 사람 중에 동성애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이 몇 있답니다.
나도 모르게 주눅들고 아무 죄 없이 죄인이 된 듯한 기분. 정말 찝찝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시각이 옮아버린 듯한 느낌. ................ 미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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