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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기 좋아하는 사람과 인연
연화정 팽주 이지영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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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면 여느 전통찻집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일반인이 가서 차 한 잔 값을 내놓고 마실 수 있는 곳인가 의심하면서도, ‘차 마시는 곳’이라는 안내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낯선 풍경에 모두들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면 방 한가운데 앉은 팽주(차를 우려내는 사람, 주인)가 “들어오세요”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들어가서 다탁(찻상) 앞에 앉아있는 그와 마주 앉게 되고, 곧바로 찻잔이 바로 앞에 놓인다.

“보이차에요.”

맨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 “들어와서 차를 마시라”는 말 다음에 들은 말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 여 동안 말없이 앉아서 팽주가 정성스레 선보이는 보이차와 여러 차들을 마셨다. 그러다가 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질문하면 된다. 그래서 첫날 ‘보이차가 몸에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보이차의 생산, 유통 과정과 보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됐다.

차를 우려내는 사람

이곳에서 마시는 차들은 중국차들이 대부분인데, 중국에서 공부하고 계신 스님이 직접 다니시면서 좋은 차들을 선별해서 보낸 것들이다. 이곳 팽주는 아주 “귀한 차”들을 한 번씩 들르는 사람들에게도 아끼지 않고 내놓는다. 그리고 듣는 이에 질문에 따라 차에 대해 초보적인 지식뿐 아니라 전문적인 정보까지 안내를 해주는데, 그렇게 마셔보고 그냥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마신 차 중에서 특히나 마음에 드는 차가 있으면 직접 살 수도 있다.

“‘보시’라고 생각하고 하는 거죠.”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팽주, 이지영(36)씨의 말이다.

“불교경전에 연화정이라고 차 마시는 장소에 대한 언급이 있어요.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가볍게 들어와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함께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곳의 이름을 연화정이라고 지었지요.”

그는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고, 몸담고 있는 연화정에 대해 애정을 듬뿍 담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연화정을 책임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차를 구해서 보낸다는 “스님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집안에서 자랐고, 어렸을 적부터 스님을 알고 지냈다. 부모님이 가던 절의 주지스님이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는 그와 스님과의 관계가 각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 스님을 만났는데, 이내 두 사람은 차에 대한 마음이 똑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산이 고향인 그는 망설임 없이 서울로 올라와서 연화정을 책임지게 됐다. 스님은 차를 구하고, 이지영씨는 차를 보시하고.

“스님과 똑같은 마음이었죠. 인연이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난해 연말 스님을 다시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그는 일본에서 6년간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온 걸음이었다. 일본어를 공부하러 갔다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일본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은 차 문화가 일상화되어 좋아하던 차를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보이차는 한 10년 전에 접했을 때부터 즐기기 시작했던 터였다. 그러다가 스님과 만난 것이다. “스님이 중국으로 유학을 가셔서 중국차를 접했는데, 중국의 차 문화가 너무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3년 전부터 스님이 중국에서 구한 좋은 차를 이곳으로 보내주시는 거죠.”

스님과 함께 ‘차 마시는 곳’을 제공하는 연화정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중국 차 문화를 보급한다는 취지와 함께, 차를 마시기 위해 연화정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시를 하기도 하고, 또한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운영하는 경비와 사람들의 임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장학기금으로 보내진다고.

“하루 일과가 만족스럽다”

“사람들은 왜 다른 공부를 하고서는 차를 따르는 일을 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라’라고 얘기해줘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지, 라고 말하죠. 저는 이곳을 통해 좋아하는 차에 대해 더욱 전문적으로 깊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말 그는 현재의 삶에 대해 너무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공간 안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물어봤다. 어렸을 적부터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옛날엔 길거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주머니를 다 털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걸어서 집에 오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곳의 하루 일과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이서 좋단다. 특히 산속에서 공부하는 가난한 스님들을 위해 가끔은 무료로 좋은 차를 제공할 수도 있고, 차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와서” 차를 마시고 갈 수 있도록 “베풀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가족이 함께 쉬는 휴일에도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잖아요. 그런데 차를 마시려면 이렇게 마주 앉아야 하잖아요. 요즘 같이 바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단 30분이라도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면 서로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되고, 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아요.”

그는 차의 좋은 점에 대해선 몸에 좋다고만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차 문화가 “정신 건강”과 “인간관계”로 이어지고, 도움을 준다는 점을 더욱 중요하게 설명한다.

그는 연화정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러나 기대는 안 하는” 태도를 익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욕심을 부리면 더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리곤 차를 따르면서 “최선을 다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두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흘리듯 말했다.

조금 더 설명을 요구하자 “아마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부분일 수도 있다”며 20대일 때는 “자신감도 있고, 내가 잘났다는 의미로 ‘내가 나인데’라는 생각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20대에 꾸었던 꿈은 피아노학원을 갖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하는데 “일단 크게 하는 것”이었다고. 일단 하려면 “크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크게”라고 말할 때 손짓을 해가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솔직히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꿈을 꾸었다고.

우리 차 문화를 위해서

“차는 먹기 편하고, 접하기 쉬우면 돼요.”

차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차를 우려내고 따르는 순서와 행동에 따라 “예를 지키고 안 지키는 식으로 다도를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자신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자신도 그런 식의 다도에 대해선 많이 들었지만 “그건 행동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틀에 걸쳐 그를 만나면서 각종 귀한 차들을 음미해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덤으로 우리의 차 문화는 가야에서 출발하고 고려 때에 널리 성행했지만, 조선에 와서 유교 문화가 유입되면서 억불정책으로 차 문화가 그 맥이 끊기게 됐다고 얘기해 주었다. 제사상에 술을 따르는 유교식 의례 이전에는, 제례 시 상에 우리 차를 따라 올렸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나의 형편과 눈높이에 맞추어 안내를 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유난히도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마음도 일으키기가 쉽지 않은 날엔 연화정에 앉아서 차를 따르고 있는 그를 다시 찾을 것 같다. 맨 처음 낯선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날처럼.

-연화정 (02)-739-1811 서울 종로구 통의동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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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09 [04:50]  최종편집: ⓒ 일다
 
skyung 06/08/09 [18:16] 수정 삭제  
  젊은 분이 팽주시네요. ^^
사실 여기서 팽주란 말 처음 접했지만...
차는 차 마시는 데서 마셔야 제맛이 나던데,
정성스럽게 띄운~
그런 차를 함께 마시는 기분 참 좋죠..
저도 함 가보고 싶은데요.
불량 06/08/09 [20:10] 수정 삭제  
  어디로 가면 이 분을 만날 수 있는 지 알려주시면 안되나요? ^^
무신론자 06/08/10 [16:07] 수정 삭제  
  종교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그렇게 자신의 삶 속에서 그 가르침이나 정신을 지키면서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글을 통해 만나게 된 것도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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