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사람들의 편견과는 너무 다른 것이 많다. 사실은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일 텐데,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아는 것처럼 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특히 동성애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동성 간 섹스는 더할 것이다.
내가 만약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성이다”라고 한다면(특히 레즈비언의 존재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의 경우는) 아마 십중팔구 너무나 충격 받을 것이고, 충격을 수습하고 나서는 첫 번째로 우리들의 ‘섹스’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들은 어쩌면 나의 벗은 몸을 상상하며 또 다른 레즈비언 여성의 나체가 겹쳐지는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냐?”고 “세상에나!”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 혹은 “더러운 짓이다”라고 혐오감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더럽다는 것인지, 동성간의 섹스가 그렇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동성애에 대해 혐오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이 가지는 혐오감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은 적은 없다. 그들에게 내가 현재 연애 중인지, 또 연인과 섹스를 하고 사는지, 아니면 섹스 경험이 몇 번이라도 있는 레즈비언인지는 사실 중요한 관심사는 아니다. 어떻게 여자끼리 섹스를 하냐는 데 온통 관심을 집중한다. 때론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여자들끼리 어떻게 섹스를 할 수 있죠?”라고. 나는 지금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한다’고 했는데 왜 ‘섹스’부터 관심을 가지는 건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당신은 누구를 진심으로 가슴 뛰게 좋아한 적이 없는가? 사랑하는 이유가 오로지 섹스 때문인가? 당신이 아니라면, 나도 아니다. 섹스라는 부분도 사랑하는 사이에선 중요한 문제지만 오로지 섹스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왜 동성애자에게는 ‘동성간 섹스’라는 사실만 부각하며 섹스에 그리 집착하는지, 나는 그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섹스라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지, 결론이 아닌데도 말이다. 어떤 감정으로 좋아하고 어떤 관계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들을 향해 반문하는 것과 동시에 얼마 전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이런 세상 속에서 살며 방어적으로 저항한다 하더라도 함께 학습되는 것이 있더란 것이다. 동성애자인 나 또한 섹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동안 나는 스스로 몸의 욕구를 오랫동안 가두고 살았다는 얘기다. 섹스에 대해 터부시하고, 그런 욕망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이 강화되어 심지어는 한때 나 스스로를 섹스의 욕구가 별로 없는 사람인줄 착각한 적도 있었다. 또한 관계에서도 섹스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으려고 했다. 만약 나의 욕구를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닥치면 당황해 하고, 사귀는 사람과도 분위기가 형성될라치면 엄청나게 긴장을 하곤 했다. 그런 긴장감이 상대에게도 전해져서, 분위기는 이내 가라앉곤 했다. 어떨 때는 마치 그것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관심도 없는 양 은폐하기도 했다. 나의 욕구는 언제나 보다 자유롭지 못했다. 어쨌든 동성애를 혐오하는 세상이나 레즈비언인 나나, 섹스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다. 나는 예전보단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의 편견을 먼저 시인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편견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기를 꿈꾸니까 말이다.
이 기사 좋아요 2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소수자 시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