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국적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가 아시아 10개국 2천100명 대상으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이 한국은 1%에 그쳤다. 이는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형수술을 고려했다는 응답은 53%로 높았는데, 아시아 1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굳이 설문조사 결과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여성들은 외모에 대한 집착 혹은 열등감, 수정 욕망이 강한 것 같다. 국내 케이블 TV의 모 채널에서 유행한 성형프로그램의 신청자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 탓에 집밖으로 몇 해나 안 나간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여성들은 왜 몸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나 내가 아는 스무 살짜리 한 친구는 요즘 다이어트에 한창이다. 볼살 때문에 얼굴이 동그랗고 커 보여서 싫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른 체형인데, 걱정스러웠다. 주변에서 다이어트 한다는 젊은 여성들을 보면 다들 적당한 체격이거나 오히려 마른 축에 속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왜 자신의 몸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 엄마는 집에서 내 맨발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발이 ‘못생겼기’ 때문이다. 발이 큰 데다가 양말 없이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상처도 많다. 엄마는 볼 때마다 자꾸 양말을 신으라고 성화다. 양말을 신는다고 발 모양이 변하랴 마는, 양말이라도 신겨야 안심할 것 같은 눈치다. 나는 발이 좀 거칠어지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엄마한테는 “여자 발이 자꾸 흉해지는 게”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평가의 대상이 되는 신체 부위가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다리미인”, “허리미인”, “가슴미인” 이라는 말들이 익숙할 만큼 예쁜 발, 예쁜 손, 예쁜 목, 예쁜 눈, 예쁜 귀, 예쁜 코, 예쁜 입, 예쁜 허리, 예쁜 배꼽, 예쁜 엉덩이, 예쁜 종아리, 예쁜 허벅지, 예쁜 손톱… 참 세세하게도 살핀다. 그 세세한 부위마다 예쁜 기준의 “정답”이 있다. 쌍꺼풀 진 큰 눈,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손톱은 결이 고운 타원형에, 얼굴은 달걀형이고, 배꼽은 세로로 일자여야 하고, 몸매는 34-24-34라는 식. 그러니 얼굴이 예뻐도 팔다리가 길고 예쁜지를 고민해야 하고, 팔다리가 예뻐도 허리가 예쁜지를 고민해야 하고, 허리가 예뻐도 손가락이 가늘고 긴지를 고민해야 하고, 손가락이 예뻐도 피부가 희고 고운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신경 안 쓰고 적당히 살고 싶어도 옆에서 가만 놔두지 않는다. ‘취업성형’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직장을 구할 때도 외모를 요구하고, “못생긴 여자는 밤길에 얼굴이 무기”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거기에 언론들은 앞장서서 “44사이즈 열풍”을 떠들어 댄다. 그 흔한 “못생겼다”는 말 여성들에게 욕설을 할 때도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과 함께 “못생겼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페미니스트는 못생긴 여자들의 열등감의 표출”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마초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이들은 그 말을 욕으로 사용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조차 모른다. ‘사람을 외모를 조롱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 이전에 ‘여자가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것은 치욕’이라는 관념이 더 확고한 것이다. 뚱뚱한 여성들은 어떨 때 길을 걷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한다. 단지 살이 쪘다는 이유로 폭언을 듣거나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끊임없는 걱정의 말을 듣는다. 그게 꼭 건강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말들이 아닌 게 더 문제다. 보기 싫은 ‘흉물’ 취급인 것이다. 살이 찐 것, 예쁘지 않은 것을 욕하는 사회가 장애를 가진 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더 가혹할까 싶다. 몸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들과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입 당하면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과도한 열등감이나 집착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심각한 자아존중감의 결여나 성형집착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쉽사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입하면서 성형수술을 한 여성을 비난하는 아이러니도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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