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모집 때부터 거짓선전하더니

시민 안전까지 무시하는 철도공사!

이도경 | 기사입력 2006/10/24 [23:20]

승무원 모집 때부터 거짓선전하더니

시민 안전까지 무시하는 철도공사!

이도경 | 입력 : 2006/10/24 [23:20]
[필자 이도경님은 부산KTX승무지부 조합원입니다. -편집자 주]


10월 23일 철도공사의 여객사업본부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전 KTX 승무원 전직 지원을 위한 설문조사! 철도공사 측은 지난 18일에도 똑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지난 달 29일 “불법파견의 요소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땐 파견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서울지방노동청 결론이 나온 후, 철도공사는 “도의적 차원에서 전직 지원 프로그램으로 재취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서 KTX승무지부와는 한 번도 논의하지 않고 승무원 개개인 별로 의사를 타진하는 수고를 감행하고 있다.

우수인력 뽑기 위해 위장된 내용 선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지지해주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를 비롯해 철도공사 측의 입장을 두둔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정당하지 않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우리의 투쟁을 폄하하여 괴롭혀왔다. 사실무근인 악성루머를 제외하고도, 우리를 많이 당혹스럽게 한 것이 처음부터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우리는 KTX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고 정식 선발과정을 통해 입사했다. 승무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은, 새마을 열차에 탑승하는 승무원이나 항공사 승무원의 모습이었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우리는 KTX승무원이 이들과 달리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신분이란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철도공사(구 철도청)와 철도유통(구 홍익회)은 KTX 개통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KTX승무원 모집 광고를 했었다. 그건 사람들 눈에 좋은 일자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충분했고, 우린 다른 일자리보다 좋은 조건 속에 일하게 될 거라 생각하고 지원서를 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철도공사가 우수한 인력을 뽑기 위해 보다 많은 지원자를 모으려고 위장된 내용을 선전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땐 거짓선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혹자들은 우리가 정식 시험을 치지 않고 입사했으니,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된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바라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린 당시 철도공사가 내놓은 입사제도에 맞게 그 과정을 다 거치고 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과정도 시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형식적인 필기시험보다 섬세한 인적성 검사나 면접 방식이 더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서류전형 때 인적성 검사를 거쳤으며, 이를 통해 5천~6천명에 달하는 지원자 중에 7백여 명이 합격해 면접을 봤다. 면접 땐 영어구술 시험이 있었다. 우린 KTX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지원한 사람들이다. KTX승무원을 뽑는 선발과정에 필기시험이 없는데, 어떻게 필기시험을 치고 들어가란 말인가? 만약 철도공사가 선발 조건으로 필기시험제도를 두었다면, 그 시험을 준비해서 입사지원을 했을 것이다.

6개월 1년 2년… 현실은 달랐다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KTX승무원이 됐다. 철도 외주화 바람의 첫 희생양이 된 줄도 모르고, 나와 내 가족들은 무척 기뻐했다. 입사할 때 철도유통 직원들도 ‘준공무원 대우 해준다’, ‘정년 보장한다’ 말했고, 입사 후 교육을 받을 때도 우리를 지도한 철도공사 소속 관리자들이 ‘교육과정 거치면 정규직 될 거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우리로선 당연히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딴판이었다. 철도공사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된 열차팀장과 차량관리장, 기장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승무원의 역할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우리의 신분과 계속 마찰을 일으켰던 것이다.

‘팀장은 안전업무, 승무원은 서비스업무’라는 철도공사의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 예를 들어 KTX 고장으로 고객들이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승무원들은 환승 전 기관사와 상황을 공유하고, 안내방송을 하고, 비상사다리를 설치하고, 승강문을 수동으로 개폐하는 등 각종 안전조치를 취했다. 또한 우리는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해 철도공사 측에 보고를 했다.

이처럼 철도공사의 일을 다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철도유통 ‘1년짜리 파견계약직’이라는 고용불안의 굴레 속에 갇혀 아무 것도 개선을 요구할 수 없는 신분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승무원들이 KTX 차내에서 고객 차표변경 등의 수익금을 올리면, 그 성과급은 승무원이 아닌 열차팀장에게로 돌아갔다.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KTX를 운행하는 초기 단계니 부족한 점이 많겠지 라고 생각하며 참고 견디려 했지만, 그렇게 반 년, 1년, 2년을 보내며 개선되기는커녕 고질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오히려 월급은 깎이고, 인력은 감축되며, 고용은 불안정해졌다. 우리는 철도공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광고한 이미지와 달리, 극심한 차별과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하청노동자였던 것이다.

고객의 안전한 수송 위해 ‘직접고용’해야

현재 승무원들의 업무와 관련해 ‘불법파견’ 소지가 공식적으로 거론되면서, 이제 KTX관광레저 소속 승무원들과 열차팀장은 서로 유기적인 승무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불법파견’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 직원과는 달리 ‘서비스’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민원도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다> 보도(“KTX지연사고 승무원들‘안전업무’했다”, 10월 18일자)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KTX관광레저 승무원이 열차가 10대 이상 고장으로 지연됐던 지난 13일 안전업무를 담당했다고 스스로 밝힌바 있다. 승무원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때문에 KTX승무원에게 있어 안전교육이 기본이며 최우선이다. 고객의 안전이 보장되어야만 최상의 서비스도 있을 수 있다.

철도공사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도 없애버리고 잦은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조차 개선하지 않고 있다. KTX승무원 모집 때부터 거짓 선전을 하더니, KTX는 안전하다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KTX는 우리의 가족과 지인들, 친구들 모두가 이용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KTX로 돌아가 승무원으로서 일하고 싶다.

우리는 철도공사가 우리의 정당하게 일할 권리와 국민이 안전하게 KTX를 이용할 권리를 모두 인정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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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ust 2008/10/06 [10:56] 수정 | 삭제
  • 제가 시립도서관에 계약직 사서로 근무하게 될때 들었던 소리와 똑같군요.
  • roud 2006/11/21 [22:58] 수정 | 삭제
  • 뻔한 거짓말과 잘못이 시정되지 않는 사회.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qorudtjs 2006/11/12 [21:06] 수정 | 삭제
  • 기자님! 직장내 성추행에 관한 문의를 할 수있을까요?
    지금 입장에 무슨말을 올릴수는 없고 상담을 하고싶습니다.
    영일육구삼칠오사일오사입니다.
  • 흠.. 2006/11/01 [14:42] 수정 | 삭제
  • 찌지리 불법회사도 아니고 철도공사가 그럼 안 되지.
  • 돋보기 2006/10/25 [13:38] 수정 | 삭제
  • 이 영화가 생각나는 군요.
    철도공사 하는 짓에 한숨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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