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주영님은 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반디’(www.paxasiana.net)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원정 성매매’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경찰청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2개월에 걸쳐 성매매 집중단속을 벌여 1만5천여 명의 성구매자를 포함하여 모두 1만9천여 명의 성매매 관련 범죄자를 검거했다. 특히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검거된 비율은 전체의 60%를 넘는 1만1천여 명에 달했으며, 성매매 집결지에서 검거된 경우는 1천여 명 남짓으로 10%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성매매 ‘양상’이 변하고 있다 1961년 사회악 일소를 명목으로 제정되어 40년 이상 존속되어 오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 남짓 지난 지금, 성매매 지형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경찰청 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자활지원사업과 단속의 영향으로 성매매 집결지는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는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발효된 이후 성매매 ‘총량’의 증감 여부는 누구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성매매 ‘양상’이 변화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짐작할 수 있다. 성매매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시민들의 인식이 일정 부분 수준이 높아졌다는 변화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즉, 성매매의 폭력적 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조금씩 확산되고, 성매매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성매매를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라고 믿는 많은 남성들이 법망의 허점과 단속의 사각지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상품화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남성들의 집착이 줄어들지 않는 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성 산업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 그 ‘시장’을 넓혀갈 것이다. 몇 년 전, 티켓다방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업소 밖으로 ‘차’를 배달하는 영업을 하는 곳에 청소년 고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 대신 ‘죽’을 배달하는 일명 ‘티켓죽방’이 생겨났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성의 손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는 일명 ‘대딸방’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실상 법률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완전무결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며, 허점을 노리는 교묘한 시도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형태의 ‘변종 성매매’의 출현을 두고, 성매매 방지법의 실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금지주의에 근거한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실효성 논란은, 그 내용상의 문제보다는 다분히 여성 상품화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 남성 대중들이 법에 대해 갖는 부정적 감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살인, 강도 등 많은 범죄가 형법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가 근절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형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즉 여성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이유로, 또는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매매 방지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의 근저에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숨겨져 있다. 동남아시아 ‘원정 성매매’ 나선 한국남성들 성매매 방지법이 아무리 강력하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남성들의 인식이 바뀌고 성매매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성매매 시장은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계속 확산될 것이다. 몇 년 전 성매매 관련 취재차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기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강력한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 단속이 약하거나 합법화된 네덜란드, 독일, 태국 등으로 ‘해외 원정 성매매’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일본인에 의한 ‘원정 성매매’가 “기생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적이 있으며, 이제 한국남성들 역시 경제적 여유와 환율 차이에 기대어 성매매 단속과 처벌을 피해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찾고 있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성’이 사고 팔리는 시장 역시 더 이상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생겨나 자본의 흐름을 따라 확산될 뿐이다. 모습을 바꾸고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되고 있는 성매매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의 발생과 흐름을 파악하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남성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타인의 성을 상품으로 인식하게 되는지, 성을 사기 위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매개가 되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여성의 해외 인신매매, 한국 남성의 해외 ‘원정 성매매’ 등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그 실태와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은 더 이상 약소국도 피해국도 아니며, 자본으로 무장한 ‘남성’의 얼굴을 가진 채 그들의 삶을 착취하고 파괴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 생기지 않도록 ‘성구매 예방교육’ 필요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시행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매매 예방교육은 대부분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 산업에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시키거나, 성매매 피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가르치는 것에 초점 맞추어져 있다. 즉, 남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 구매자가 되지 않도록 교육시킬 수 있는 자료는 거의 개발되어 있지 않으며, 남학생을 대상으로 특화된 성구매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도 거의 없다. 경찰 단속에 걸린 성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존스쿨 교육 프로그램’이 최근 도입되었지만, 성 산업의 수요자가 되기 전 ‘예방’차원의 개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성매매 수요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성매매 문제는 너무 가까이 있거나 아니면 너무 거대해서 그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행동의 지평을 국경과 법률의 틀 안에 가두어서는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으며,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 지금 수요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성 산업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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