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희생자 유가족들이 분향소에 도착하면서 유족들의 오열하는 모습과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 등 현지의 가족들에게는 연락이 취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에 체류 중이던 유가족들이 뉴스보도를 보고 여수에 내려와 있는 상태다.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었다가 고인이 되어버린 희생자들을 대신해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한국 사회는 (우리를) 사람취급하지 않았다”고 침통하게 입을 열고 있다. 유가족들의 분노 아래에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겪는 노동권과 인권문제가 고스란히 놓여있다. 체불임금 받아주지는 못할망정 가두다니… 특히 희생자 김성남(52, 중국 연변)씨의 형인 김성태(61)씨는 김씨가 여수 외국인보호소에 강제구금된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성남씨는 지난 2005년에 ‘건축업, 서비스업종’에만 종사해야 하는 비자를 가지고 한국에 입국했다. 유가족인 김성태씨는 “(성남이는) 처음에는 건축업에서 일했지만 일거리가 없어서 다른 일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찾은 일자리가 양식장이었다. 그러나 건축업과 서비스업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김성남씨는 양식장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형 김성태씨는 “사장이 임의로 건설업으로 신고해 일을 했다”고 말했다. 즉, 사장은 김성남씨를 고용하기 위해 ‘건설업’으로 허위로 신청해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김성남씨는 이런 경위로 양식장에서 일했지만, 사장은 외국인노동자의 취약한 신분을 이용해 김씨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렇게 밀린 임금이 1천만 원을 넘었다. 김성남씨는 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진정을 했고, 다른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부 근로감독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주는 김성남씨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유가족인 김성태씨는 “임금도 못 받고 있었는데, 여수 출입국관리소에서 연락이 와서 가니까 불법이라고 잡아서 가두었다”고 전했다. “건축업으로 신고하고는 다른 일을 한 사실”이 적발되어 불법체류가 된 것이라는 것. 이것이 고 김성남씨의 지난 2여년 간의 한국체류기, 즉 불법체류자가 되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사연이다. 이런 상황은 이번 참사로 인해 사망한 김성남씨뿐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도 유사하다. 김성태씨는 “다른 직종에서 일했다고 불법인가? 왜 동포들은 불법이라고 잡혀가고, 사장은 처벌받지 않는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유가족인 김성태씨가 제기하는 것처럼 ‘다른 직종에 일했다고 체포해서 강제 추방하는 것은 너무 무거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임덕기 간사는 “고 김성남씨는 체류기간도 남아있었고, 1년마다 하는 연장 수속을 다 밟은 사례”라고 말했다. 범죄 아닌 범법, 처우는 훨씬 열악해 정정훈(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또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은 맞지만 강제퇴거 대상으로 결정할만한 사안이었는지는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이런 사례가 발생한 경우 “법무부가 외국인들에게는 강제퇴거”로 엄격하게 단속하는 한편 “법을 위반한 고용주의 경우는 벌금 정도를 물리는 처벌을 하고 있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로 낙인찍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반면 “벌금을 무는 정도의 처벌임에도 고용주를 처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 현재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을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단속과 추방의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이주노동자의 방화로 인해 일어난 화재사건”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사건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출입국 규약을 어긴 것은 범죄가 아닌 범법”이라면서 “이주노동자들은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한국에선 모든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에 대한 처우보다 못한 처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며 한국정부를 비난했다. 또, “항상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단속에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하고, 단속된 후 열악한 시설과 반인권적 관리태도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및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유족 및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대책위원회(가칭)’를 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과 공동으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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