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팬이 우스운가

동방신기 콘서트 소동을 보며

박희정 | 기사입력 2007/03/02 [00:37]

십대 팬이 우스운가

동방신기 콘서트 소동을 보며

박희정 | 입력 : 2007/03/02 [00:37]

2월 23일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콘서트가 끝난 후, 관객들의 소지품 반환이 늦어지면서 대부분이 십대인 관객들이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이튿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와 동방신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당시 피해를 겪은 십대 관객들은 지속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한밤의 소동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관객들의 불편을 야기한 공연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만을 얘기했고, 모 언론에서는 “연예인 초상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기획사의 잘못은 그렇게 시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정작 문제의 근원인 초상권 침해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며 관객들의 책임에 무게를 실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직접 겪은 기자로서, 언론들의 이야기엔 십대 관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십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번 사건은 미숙한 공연진행이나 초상권 보호만의 문제로 한정 지을 수 없는 지점들이 읽힌다. 십대 팬들은 ‘초상권이 뭐기에 우리 물건을 빼앗았냐?’는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공연을 보러 간 관객’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연락 수단인 핸드폰이 압수된 상황에서 부모님과 연락할 수도, 택시를 탈 넉넉한 돈도 없는 십대들이 새벽까지 얼마나 불안에 떨었겠는가. 지방에서 온 관객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아수라장이 된 물품보관소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십대 관객들의 항의에, 공연 진행 스태프들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고 경호원들은 막말과 거친 행동을 보였다. 한 경호원은 몰려 있는 인파 사이로 바리케이드를 밀기도 했다.

자정이 훨씬 넘어서 자녀들이 걱정되어 찾아온 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그때서야 기획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관객들을 공연장 스탠드 석으로 이동시킨 뒤,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던 물품을 번호순으로 불러주는 조치를 취했다. 동이 틀 무렵에야 사태가 간신히 정리되었다고 하는데, 기자도 새벽 1시 경에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우리 나라 공연 기획사들이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팬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일이 종종 있지만, 20대 30대 이상의 성인 팬들을 위주로 기획된 행사였다면 과연 이 정도로 불성실한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상이 십대들이기 때문에 귀가 길을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십대들이기 때문에 늦도록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방송국 녹화나 각종 공연장들을 찾는 십대 팬들은 매니저, 방송국 관계자, 경호팀 등으로부터 욕설과 거친 말뿐만 아니라 손찌검을 당하는 일도 많다. “아이돌 팬질에 매질은 기본”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특정 기획사 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십대를 상대로 하는 연예사업 관계자들의 마인드가 십대 팬을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이 일시적 해프닝으로만 불릴 수 없는 것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물론 일부 돌출 행동을 하는 팬들, 스토커에 가까운 팬들의 태도는 문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전체 십대 팬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정당화되는 이유로 사용될 수는 없다.

아끼는 스타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강한 아이돌 팬들은 스타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기획사 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나서서 항의하거나 문제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분노를 표출하는 십대 관객의 목소리는 기획사들의 “십대 팬 막 대하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십대 팬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엔 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들이 많고, 사회적으로는 보호가 필요한 약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십대들은 주 고객으로 하는 연예기획사 및 관계자들에게도 좀더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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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24 [16:53] 수정 | 삭제
  • 맞아요 ,
    정말 이땐 말이아니였어요
    사람들이 서로 물건 찾으려고 난리중에 경호원들이 밀치고
    팬들한테 화내고 ,
    급기야 자녀걱정이되서 오신부모님들이 보다못해 화를내고 관계자와 싸우는것도 목격했었어요 ,
    "너희들이뭔데 우리딸들이렇게 함부로 대하냐 "
    이런말들 ?
    정말 대책도없이 막 걷어가고
    항상끝에는 "저희는 관련없구요 ," 이말뿐이구요
    쇼케이스때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방팬들이 얼마나 손해를 많이 봤다구요 ,
    foor석 맨 앞줄 당첨되서 기뻐서 차대절하고갔더니만 내자리에 다른사람들이 앉아있고 , 스텝한테 따져보니 지방사람들이 늦게와서 다 앉혔다하고 "저희와 관련된게아니라서 어떻게 할수없어요 "
    항상 이말뿐이라 -,.-
    우리가 10대라서 손해보는거 별로 크게 생각안하시는것 같아요
    우리가 당하고만 있어서 자꾸 이런일이 생기는것 같아요
  • 2007/03/08 [17:52] 수정 | 삭제
  • 10대에서 벗어났을 때에는, 나도 이젠 사람 대접 받으면서 팬질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 어쩌면 조금 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매니저들이나 경호업체 사람들의 막말은 여전하고,
    오히려 머리가 굵어지니까 '나이차이 얼마나 난다고 반말이야?' 하는 생각도 들구요.
    참... 밑에 어떤 분 말처럼
    왜 존중받지도 못하는 짓을 계속 하는지 답답했다는 말이 공감이 가네요.
    저도 제가 답답하기도 하구요~
    이런 글 반갑네요 그래도 ^.^
  • N 2007/03/07 [16:30] 수정 | 삭제
  • 아래 폰폰볼님 이야기에 동감이 되네요.
    저도 십대 시절 그룹 가수에 열광했고,
    지금도 그런 면이 많지만^^;
    가끔은 만약 내게 더 많은 것들이 주어졌다면
    다른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예 산업은 십대를 가장 큰 발판으로 하면서도
    십대를 이용해 먹기만 하고 존중해주지 않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연예 산업만이
    십대가 참여하고 십대가 주도해도
    별 문제 없는 분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십대들끼리 미술관에 간다거나
    십대들끼리 집단 행동이나 결사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문화이니까요.
  • 미니 2007/03/06 [04:35] 수정 | 삭제
  • 팬들이 20대만 되었어도 상황이 그 지경은 아니었을 것 같네요.
  • 일다애독자 2007/03/04 [15:23] 수정 | 삭제
  • 동방신기 콘서트 뒷얘기를 일다에서 보다니 너무 반갑네요. 역시 다른 관점으로, 십대들의 무시되는 권리에 대해서 지적해주셔서 고마와요. ^^
  • bin 2007/03/02 [22:06] 수정 | 삭제
  • 십대들은 사람으로 안 보였나 보군요.
    성인들의 행태가 씁쓸합니다.
  • 폰폰볼 2007/03/02 [21:59] 수정 | 삭제
  • 그래서 스타에 열광하는 친구들이 한편으론 이해되면서도 답답했던것 같아요..

    저렇게 존중받지 못하는 일을 왜저리도 열심히 하나.. 그런 답답한 느낌....

    청소년기에 좀더 다채로운 취미를 가질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렇게 스타를 맹목적으로 탈출구로 삼는 행동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 하우스 2007/03/02 [07:58] 수정 | 삭제
  • 반가운 내용을 접하네요.
    십대 여성팬들을 비하하는 사람들 안그래도 많은데 말이죠.
    제작사들조차 주요 고객이 십대들임에도 무시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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