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콘서트가 끝난 후, 관객들의 소지품 반환이 늦어지면서 대부분이 십대인 관객들이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이튿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와 동방신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당시 피해를 겪은 십대 관객들은 지속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한밤의 소동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관객들의 불편을 야기한 공연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만을 얘기했고, 모 언론에서는 “연예인 초상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기획사의 잘못은 그렇게 시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정작 문제의 근원인 초상권 침해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며 관객들의 책임에 무게를 실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직접 겪은 기자로서, 언론들의 이야기엔 십대 관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십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번 사건은 미숙한 공연진행이나 초상권 보호만의 문제로 한정 지을 수 없는 지점들이 읽힌다. 십대 팬들은 ‘초상권이 뭐기에 우리 물건을 빼앗았냐?’는 이유로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공연을 보러 간 관객’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연락 수단인 핸드폰이 압수된 상황에서 부모님과 연락할 수도, 택시를 탈 넉넉한 돈도 없는 십대들이 새벽까지 얼마나 불안에 떨었겠는가. 지방에서 온 관객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아수라장이 된 물품보관소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십대 관객들의 항의에, 공연 진행 스태프들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고 경호원들은 막말과 거친 행동을 보였다. 한 경호원은 몰려 있는 인파 사이로 바리케이드를 밀기도 했다. 자정이 훨씬 넘어서 자녀들이 걱정되어 찾아온 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그때서야 기획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관객들을 공연장 스탠드 석으로 이동시킨 뒤,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던 물품을 번호순으로 불러주는 조치를 취했다. 동이 틀 무렵에야 사태가 간신히 정리되었다고 하는데, 기자도 새벽 1시 경에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우리 나라 공연 기획사들이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팬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일이 종종 있지만, 20대 30대 이상의 성인 팬들을 위주로 기획된 행사였다면 과연 이 정도로 불성실한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상이 십대들이기 때문에 귀가 길을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십대들이기 때문에 늦도록 방치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방송국 녹화나 각종 공연장들을 찾는 십대 팬들은 매니저, 방송국 관계자, 경호팀 등으로부터 욕설과 거친 말뿐만 아니라 손찌검을 당하는 일도 많다. “아이돌 팬질에 매질은 기본”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특정 기획사 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십대를 상대로 하는 연예사업 관계자들의 마인드가 십대 팬을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이 일시적 해프닝으로만 불릴 수 없는 것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물론 일부 돌출 행동을 하는 팬들, 스토커에 가까운 팬들의 태도는 문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전체 십대 팬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정당화되는 이유로 사용될 수는 없다. 아끼는 스타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강한 아이돌 팬들은 스타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기획사 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나서서 항의하거나 문제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분노를 표출하는 십대 관객의 목소리는 기획사들의 “십대 팬 막 대하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십대 팬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엔 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들이 많고, 사회적으로는 보호가 필요한 약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십대들은 주 고객으로 하는 연예기획사 및 관계자들에게도 좀더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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