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폭행까지” 피해여성 인권위 진정

청주보호소, 중국인 여성들 강제 격리시켜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3/09 [21:00]

“화재에 폭행까지” 피해여성 인권위 진정

청주보호소, 중국인 여성들 강제 격리시켜

윤정은 | 입력 : 2007/03/09 [21:00]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에 대해 법무부가 비인간적으로 대처하는가 하면, 피해자들의 후유증 호소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다가 최근에는 피해자들에게 폭력까지 행사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억지로 갈라놓으려고 폭행…이해할 수 없다”

3월 7일, 청주보호소 측이 이곳에 남아있는 화재사건 피해자들 중 여성 2인을 격리하기 위해 강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피해자들은 “제발 같이 있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보호소 남성 직원들에 의한 폭행이 이뤄지는 등 강제 격리가 이뤄졌다.

피해여성 중 한 명인 장동향(21세, 중국인)에 의하면 “둘이 같이 아픈 마음 위로해주면서 형제처럼 견디어 왔는데, 7일 갑자기 ‘갈라지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장씨는 또 다른 피해여성인 김홍매(28세, 중국인)씨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남자 직원 열명 정도가 들어와 두 사람을 “억지로 갈라놓으려고 폭행”했다는 것이다.

물리력으로 인해 장동향씨의 옷이 다 찢어지고, 김홍매씨의 옷이 벗겨지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결국은 한 남자가 발로 차는 등의 폭행을 가해 김홍매씨가 쓰러지자, 남자 직원 4명이 김씨의 팔, 다리 들어 옆방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고 장동향씨는 진술했다.

이에 대해 청주보호소 경비실장은 “보호외국인의 안전이나 질서유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였다”면서, 이날 발생한 폭력문제에 대해서는 “전방조치는 규정상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조치였는데, 보호외국인들이 저항했다”고 말했다.

장동향씨와 김홍매씨는 화재참사의 처참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다. 여수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충분한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화재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일시보호해제 신청을 내놓은 상황이다. 두 사람을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 또한 “매우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소 측이 휴유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치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해 또 한번 인권침해와 비인간적 처우를 행해 시민사회단체의 분노를 사고 있다. 8일 현재 장동향씨는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한 상태다.

장동향씨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면서 “안 그래도 여수화재 때문에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데, 이렇게 같은 동포 위로하며 살아가는데 왜 굳이 폭행을 하면서 갈라놓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수화재참사 공대위는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강제격리 조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더 강력한 항의를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각인권위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여성들에게 벌어진 인권침해 사항을 밝히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해제를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악몽, 공포,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 심해

공대위는 또한 이번 사안의 피해여성들뿐 아니라 “화재참사 피해자 46명을 전원 보호해제 할 것”을 법무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들 전원에 대해 건강검진과 함께 충분한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성피해자 2인에 대한 강제격리 외에도, 그동안 법무부는 화재 사고의 휴유증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나 치료는커녕 비인간적인 대우를 일삼아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계속적인 항의를 받아왔다. 심지어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화재 부상자들에게조차 수갑을 채우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중상자들을 다시 보호소에 구금하기도 했다.

현재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경우, 신체적인 부상은 경미하더라도 화재사고 당시 입은 충격과 공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인해 비슷한 처지에 있던 외국인들이 철창 속에 갇힌채 ‘살려달라’는 아우성치고, 죽어가면서 지르는 비명을 모두 들었던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중상뿐 아니라 경미한 신체적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도 현재 “악몽, 두려움, 작은 것에도 깜짝 놀라는 증상, 불면증 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문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무섭고, 속도 답답하고 어지럽다. 약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게 어디 약 먹는다고 괜찮아질 일인가?” (청주보호소 수감자 00씨)

“주위에서 소리가 나고 냄새가 나면 무섭고 공포감에 떨린다” (청주보호소 수감자 김00씨)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숨도 쉬기 어렵고, 가슴이 답답하고 놀라서 손과 발이 저린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 중이고, 저녁에 무서워서 잠이 안 와 답답하여 플라스틱 음료수통을 벽으로 던졌는데, 보호소 직원이 수갑을 채우고는 ‘독방으로 보내버린다’고 협박을 했다. 고함 소리, 철창문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청주보호소 장00씨)

따라서 여수화재참사 공동대책위는 “피해자들 전원인 46명에 대해 건강 검진과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보호 해제”하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16명과 현재 재구금된 2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보호해제와 함께 G-1 비자(치료, 소송 등의 사유로 3달 이상 머물러야 할 경우 사유가 해결될 때까지 내주는 비자)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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