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9.8% ‘맞을 이유 있을 것’ 응답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 점검

고유영아 | 기사입력 2003/07/01 [23:56]

경찰 39.8% ‘맞을 이유 있을 것’ 응답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 점검

고유영아 | 입력 : 2003/07/01 [23:56]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5년이 지났건만, 가정폭력사건은 끊이지 않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유명 개그우먼 이모 씨가 남편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무차별 구타 당해 무려 전치8주의 중상을 입었는가 하면, 남편의 폭행을 피해 아파트 창 밖으로 투신하여 끝내 죽음을 맞이한 여성도 있었다.

과연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지켜주었는가?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을 맞아 그 실효성에 대해 되돌아 보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려는 자리가 1일 서울여성의전화 주최로 마련되었다.

‘가정폭력방지법 시행 5주년, 현주소와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피해 여성들의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시행 초기에 비해 높아진 반면, 경찰의 처리방식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성의전화가 對여성범죄 취급 담당 경찰관과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고한 적이 있는 피해자는 1999년 37.2% 에 비해 2003년 현재 54.9%로 높게 나타났으나,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을 경우 즉시 출동한 경우는 65.9%로 시행초기인 1999년의 70.4%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또한 경찰의 처리방식에서도 피해자의 고소여부와 상관없이 가정폭력 사건 처리과정을 밟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고소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피해여성과 경찰 간 깊은 간극

폭력피해여성이 경험한 경찰의 사건 현장처리는 현장을 모두 기록하고 접수한 경우가 1999년 35.1%에서 2003년 44.7%로 높아져 부분적으로 나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같은 질문에 경찰은 매우 다른 응답을 보여 주어 양측간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 줬다. 경찰 측은 무려 66.8%가 현장을 모두 기록하고 접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경찰 중 그냥 듣기만 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듣기만 하고 접수시키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11.6%이고 ‘집안일이니 잘 해결하라’고 한 이들도 5.8%를 차지했다. 이들이 그냥 듣기만 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접수시키겠다고 응답한 이유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서’(41.7%), ‘가해자와 피해자가 곧 화해하는 경우가 많아서’(28.7%)라고 답했다. ‘가정폭력은 집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이도 11.1%에 달했다.

서울여성의전화 정춘숙 부회장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검찰이나 법원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을 뿐 경찰에서 피해자의 의견대로 사건을 처리하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오히려 경찰은 “가해자의 협박이나 위협 등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여성의 경우 대부분 오랜 기간 폭력에 시달려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경찰의 강력한 법 집행이 피해자의 신고의지를 높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체 경찰 응답자 중 가정폭력 사건을 경찰서나 검찰에 보내지 않은 경우는 14.4%, 담당한 사건의 10% 정도만 검찰로 보낸 경우가 28.1%로 가장 많은 응답 수를 차지했다. 이 역시 ‘가정폭력방지법’의 처리과정을 따라 진행된 사례는 극히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또한 ‘피해자의 의견을 먼저 청취한다’는 조항에 98.6%의 경찰이 적절하다고 봄에도 불구하고, 피해여성들의 가장 큰 불만이 경찰이 출동 후 가해자의 말을 먼저 듣고 가해자의 말만 듣는다는 것이다. 서울여성의 전화 이미혜 인권운동센터장이 발표한 사례를 보면 인식과 실제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폭력피해자 임모씨의 긴급한 요청을 받은 여동생이 대신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으나 부인이 술에 만취되어 잠들었다는 가해자 남편의 말만 듣고 돌아가 버려 이미 뇌출혈로 쓰러진 임 모씨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매맞는 아내는 맞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해 조사대상 경찰의 39.8%가 그렇다고 응답해 오히려 일반인 28.8%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對여성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혜 인권운동센터장은 이를 우려하며, “가정폭력 상담관 제도 등을 잘 정착시키고 여성단체와의 적극적 협력관계를 통해 경찰과 사회전반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시우 2008/10/31 [16:55] 수정 | 삭제
  • 저는 14년만에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이 경찰이기때문에 못했었고,
    남편이 경찰이기때문에 했습니다......결과는 위와 같습니다...
  • bangi 2003/07/02 [21:39] 수정 | 삭제
  • 가정폭력 신고를 하려고 할 땐 경찰이 정말 무서워요.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 토니 2003/07/02 [02:41] 수정 | 삭제
  • 친구의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친구의 어머니를 팹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딸을 목숨보다 더 아낍니다.

    친구는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저런 사람이 가정폭력 사건을 어떻게 다룰까 생각했습니다.

    맞을 이유가 있으니까 맞은 거라고 하겠지요?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인데 왜 신고하냐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