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여성의 홀로서기

양팔에 한 가득 자유를 만끽하며

안도 야스코 | 기사입력 2007/04/26 [22:36]

81세 여성의 홀로서기

양팔에 한 가득 자유를 만끽하며

안도 야스코 | 입력 : 2007/04/26 [22:36]

<일다는 2007년 4월 일본을 방문하여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부인민주신문)과 만나 기사 제휴를 하기로 했습니다. 필자 안도 야스코님은 ‘페민’의 회원으로, 80대 여성으로서 처음 독립생활을 시작한 소감을 기고했습니다. -편집자 주>



나는 7형제에서 셋째였다. 대가족 안에서 자랐다. 결혼한 이후에도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 20년 전에 남편이 죽었는데, 그 무렵엔 이미 아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내가 혼자서 스스로 월세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인생에서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올 2월에 갑자기 아들 집을 나오겠다고 결심했다.

손주들도 많은 와중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역으로 만년이 되어서 홀로서기를 한 것이다.

뭐 특별한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들 집에서 집 앞 도로까지 나가려면 24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그것도 내가 불안을 느낀 이유 중 하나였다. 남편을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병원까지 데리고 갈 당시 느꼈던 무서움도 생생했다.

나를 둘러싼 공기가 참을 수 없이 느껴진 적도 있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자수나 수예 등의 일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했는데, 가족들이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공기가 어떤 때는 나의 파장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홀로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나이 들고 나니 참을성이 없어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어쨌든 건강에 여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지금이 바로 자립의 기회라고, 무엇인가 내 마음 속 바램이 나의 등을 밀었다. 이사를 할 땐 주위의 자원봉사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양팔에 한 가득 자유를 만끽하며 온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페민 제공, 조이승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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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구 2007/04/28 [14:42] 수정 | 삭제
  •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파장이 맞지 않았다는 게 어떤 것일지 짐작이 가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갈망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 m 2007/04/27 [17:00] 수정 | 삭제
  • 온화한 나날이라는 말에서. 온화한 나날이라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 2007/04/27 [01:04] 수정 | 삭제
  • 짧지만 안도 야스코님의 생활을 조용히 떠올려보게 하는,
    '양 팔 가득한 자유'가 느껴지는 듯한
    글이네요.
  • 미라 2007/04/27 [00:41] 수정 | 삭제
  • 우리 할머니와 연세가 비슷하시네요.
    할머니도 꽤 독립적으로 살아오신 분이긴 한데, 경제적으로 너무 궁핍하고 주위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서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아들의 집에 생활공간을 두지 않는 할머니가 노후에도 당당하게 살아가시는 것이 저에게 역할모델이 된답니다.
    물론 다른 친척들은 그렇게 보지 않지만요. 할머니가 여자로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집을(월세든 전세든) 가지고, 생활의 결정권한을 가지고 산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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