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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갯벌은 여전히 말한다
달맞이잔치 벌인 ‘그레’ 사람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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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어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주말, 새만금 갯벌에 다녀왔다. 그 곳에 한 번 다녀오면 할 말이 많아진다. 얼마나 갯벌이 빠르게 사막화되는지, 어민들의 삶이 어떻게 힘겨워지는지, 정부 정책이 시화호나 ‘평화의 댐’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는지, 물막이 둑을 다시 틔우고 갯벌을 살리는 희망을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

내 말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너를 믿기 때문에 네가 새만금 이야기를 하면 믿긴 하지만, 솔직히 혼란스러워. 주변 사람들이랑 언론에서 하는 말이 너무 다르니까, 내가 새만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은 그 갯벌 근처 사람들이 다 보상금도 받았고 간척사업을 찬성한다고 해. 자연이 파괴되는 거야 알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이미 끝난 거 아니냐고 해.”

말로는 전하기 어려운 안타까움

친구가 같이 갯벌에 가보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주변의 혼란스러움을 나에게 전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주변에게 자신의 말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갯벌에 서서 같이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갯벌과 올리브 나무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새만금 갯벌은 이미 갯벌이 아니라 사막이었다. 갯벌이 살아 있을 때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생명이 버글거리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쪼그라들고 말라붙어 소금바람, 모래바람이 건조하게 불어오는 쓸쓸한 사막이다. 이 소금바람 때문에 주변 농경지에도 피해가 크고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허정균씨가 이런 농경지 피해를 무마하고 은폐하려는 농촌 공사의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거적데기 프로젝트’, ‘보리 심기 프로젝트’ 같은 것으로 일단 소금바람 날리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데, 이 사업에 어민들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거적데기 프로젝트란 말라붙은 갯벌에 거적데기를 덮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이다. 보리 심기란 소금기 많은 땅에 비교적 잘 버티는 보리나 염생식물 씨를 뿌려 갯벌의 제 모습을 잃게 하는 사업이다.

갯벌의 뭇 생명들이 사라져 삶의 터전이 없어진 어민들이 이런 사업에 공공근로 일당을 받고 제 손으로 갯벌에 거적데기를 덮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소중하고 가슴 아픈 갯벌에 직접 거적데기를 덮고, 갯벌을 죽인 사람들에게 일당을 받는 그 심정이 어떨까. ‘이런 치욕스러운 사업에 참여해야 하느냐’ 하는 쪽과 ‘이런 것으로도 일단 먹고 살아야겠다’ 하는 쪽으로 어민 공동체가 분열되므로, 농촌공사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조 사코의 <팔레스테인>이란 책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올리브 나무는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므로 몇 그루만 있어도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치안 핑계를 대며 집집마다 올리브 나무를 베어낸다. 이스라엘 군인이 한 팔레스타인 노인에게 가족과도 같은 올리브 나무를 직접 베어내도록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웃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 앞에서, 노인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기 손으로 올리브 나무를 자른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갯벌과 올리브 나무, 국가와 법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그 가운데 조여 들고 찢어지는 사람들의 마음.

어민들의 달맞이 잔치, 버릴 수 없는 희망

살금 갯벌에서는 대롱불에 술상을 밝히고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그레’ 후원회 발족식 겸 달맞이 잔치를 열었다. 밀물과 썰물로 갯벌을 만든 달, 그 달을 맞는 잔치다. ‘그레’는 갯벌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어민들이 조개를 잡는 간단한 모양의 도구다. 또한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계화도의 활동모임 이름이기도 하고, 이 모임의 갯벌배움터 공간 이름이기도 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인데도, 계화도 주민들은 풍성한 잔칫상을 차려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종일관 마이크를 자기 손에 틀어쥐기도 하고 남의 손에 쥐어주기도 하면서 신명 나게 노래했다. ‘그레’는 공간을 넓히고 새로 안팎을 꾸몄다. 마침내 새만금 방조제가 터지고 바닷물이 다시 갯벌을 적시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렇게 나가다간 생물종이 40% 멸종하고 수억 명의 사람이 몰살할 것이라는 예측, 2050년이면 해양생물이 거의 다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 전세계적으로 아열대성 전염병과 해충이 창궐할 것이라는 예측이 신문을 뒤덮는다. 가만 두어도 지금 인간이 이미 만들어낸 온실가스와 오염물질과 사막만으로도 파국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갯벌을 둘러싼 바다와 땅이 모두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갯벌도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애써 보호해도 예전 같지 않을 갯벌을 공들여 죽이려고 하는 이 난감한 상황에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것이다.

자기 무덤을 제가 파고 있는 그 손을 붙들고서,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라고 호소하고 무덤을 파지 못하게 말리는 사람이 제 정신 박힌 사람들이라고 평가되는 날이 결국은 올 것이다. ‘이상주의자’라거나 경제를 모르는 환경론자라거나 원시 시대로 후퇴하려는 사람들이라는 비난 대신, 진짜 똑 부러진 현실주의자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내 친구의 주변 사람들이 ‘어? 그 때는 왜 새만금 갯벌이 살아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몰랐지?’하고 어리둥절해할 날이 올 것이다. 실뱀장어가 더 많이 돌아오는 것이 진보이고, 백합이 더 많이 올라오는 것이 진보라고 받아들여지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그레’에서 할 일은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게 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그레의 후원금은 새만금 방조제를 트고 갯벌을 되살리는 활동, 계화도 마을 공동체를 지키고 어민들의 생계수단을 마련하는 운영, 새만금의 진실과 갯벌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교육을 위해 쓰이게 된다.

갯벌배움터 그레 후원회 www.nongbalge.or.kr 063-583-3985
후원: 우체국 401976-02-049676(염영식) 016-623-7658(고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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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08 [02:05]  최종편집: ⓒ 일다
 
필식 07/05/08 [12:51] 수정 삭제  
  더 빨리 왓으면 좋겠네요
이런얘기가 똑부러지는 현실주의자로 인정받는 세상 멀게느껴지긴하지만
우리사는 이세상이 그랬음 좋겠어요-
doll 07/05/08 [14:22] 수정 삭제  
  어리석은 정치꾼들과 무지한 여론도 오래 가지는 못하리라 믿어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새만금의 수문도 결국은 다시 열게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을 앞당기려고 하는 것.. 갯벌사람들도 그렇고, 새만금 바다가 숨쉬기를 원하는 사람들 모두 그러하겠죠.

'그레' 소식이 마음을 즐겁게 하네요~

보름 07/05/09 [01:11] 수정 삭제  
  생명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씀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1년전만 해도, 생명이 사는 갯벌이었던 곳이, 이제는 사막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네요.

그 곳에 살던 생명들, 그리고 그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던 어민들의 삶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찹하네요.
강백호 07/05/09 [08:19] 수정 삭제  
  눈앞의 이익때문에 점점 파멸로 가고있는 한편의 식상한 영화를 보는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참 답답하네요
다들 함께 살아가면 좋겠는데...
큰현우 07/05/09 [21:39] 수정 삭제  
  자신들의 한 평생을 배부르게 살기 위해서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을 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갑갑합니다. 조금 덜 배부르더라도 뭇 생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리고 상대방을 죽이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수문이 꼭 열려서 갯벌이 살아 숨쉬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동소심 07/05/10 [10:45] 수정 삭제  
 

mms://mms.plsong.com/plsong/spdream/kyehwastory.wma
새망금 07/05/10 [11:07] 수정 삭제  
  인간비유 똥구멍을 막으면 어떻게 되나...썩어서 죽는다.

갯벌은 모든생명의 안식처요...정화조역할을 한다.
이탈한 자가 문득 07/05/10 [17:23] 수정 삭제  
  갯벌과 뭇생명들이 신음하는 그곳에서, 함께 했던 이의 글이라 관심 깊게 읽었습니다. 제목도 사진도 글도 모두 마음에 들어요. 한편 이런 글이 나온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요. 제가 수업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뜻 있는 활동가들과 목소리 같이 내지는 못하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입니다. 글의 힘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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