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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여성어민들의 자립을 돕자
방조제 완공 1년…‘갯벌여전사’들의 현재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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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여성어민들의 투쟁이야기를 담은 이강길 감독의 다큐멘터리 <살기 위하여>의 스틸 컷

‘방조제가 완공되고 새만금의 바다가 막힌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풍요롭던 갯벌은 빠른 속도로 죽음의 사막이 되었다. 그러나 해수유통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는다면, 새만금은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에 대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는 이렇게 ‘새만금의 운명’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일, 일다에서 마련한 <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 상영회에서 새만금을 지키기 위한 계화도 어민들의 저항과 투쟁을 장기간 카메라에 담아 온 이강길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실 하나를 간과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만금을 떠들썩하게 채웠던 시민단체들도, 활동가들도 떠나고, 남은 자리를 오롯이 지키고 있는 어민들의 삶과 상처 받은 마음 말이다. 다큐멘터리에는 새만금의 ‘사람들’이 있었다.

우울증, 화병으로 시달리는 여성어민들

이강길 감독은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관객과의 대화의 자리에서나, 계화도의 여성어민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여성어민들은 갯벌을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싸웠기 때문이다. 주민대책위원회가 혼란과 갈등 속에 빠져있을 때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제안하고 이끈 것도 여성어민이었고,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맨몸으로 방조제 막기에 직접 나선 것도 그들이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대화 자리에서 이 감독은 “가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진 거라곤 맨몸과, 백합을 캘 때 쓰는 ‘그레’ 하나뿐. 무엇보다 여성어민들에게 바다는 아프고 힘든 마음을 품어주는 존재였고, 단순한 일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랬기에 여성어민들은 이권에 골몰하지 않고 갯벌을 지키겠다는 일념만으로 싸웠다.

방조제 건설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문자 그대로 ‘전쟁’과도 같았다. 어민들은 개발세력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과 전쟁을 치렀고, 주민들 간에도 내분을 겪었다. 그리고 방조제는 완공됐고, 갯벌은 말랐고, 뭇 생명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어민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몸과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을지 가늠하기조차 두렵다.

이강길 감독은 방조제 완공 이후 많은 여성어민들이 공통적인 증상을 호소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과적으로는 우울증, 쉽게 말하면 ‘화병’이다. 다큐 속에 등장하는 한 여성어민도 같은 증세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생활형편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어민들의 회복, 가장 시급한 일

지난 해 공중파 방송의 한 다큐멘터리에 본 시화호의 여성어민도 바다를 빼앗긴 뒤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익숙하지 않은 농사 일을 하면서도 ‘바다’를 떠올리며 먹먹해지던 눈. 아마도 지금 새만금의 여성들도 그런 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개발이익 때문에, 삶의 터전이자 마음의 안식처를 뺏긴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상처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국가권력이 입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충분치 않은 보상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얘기될 뿐이다. 그리고 때론 보상을 빌미로 사람들의 마음을 더 크게 헤집어 놓기도 한다.

최근 시화호의 상황이 보고되는 것을 보면, 새만금 문제도 결국 ‘해수유통’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아마도 긴 싸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를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있다면, 그 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갯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웠던 여성어민들이라는 것이다.

이강길 감독은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은 “여성어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또한 그것은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의지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어민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물론 방조제를 터서 바다를 살리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방조제를 허무는 날까지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것은 어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로부터 ‘갯살림’의 경험과 생태지식을 배우고, 방조제를 허무는 날까지 여성어민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립하여 살아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하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방법은 갯벌배움터 ‘그레’를 방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의료지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후원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 다큐멘터리 상영회는 일다 독자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영화를 보고 새만금에 대해 이야기나누길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 ‘공동체 상영’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 블로그
blog.jinbo.net/cameraeye
새만금 갯벌배움터 ‘그레’ nongbalge.or.kr/g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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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12 [00:42]  최종편집: ⓒ 일다
 
07/06/12 [12:07] 수정 삭제  
  여성어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일.!
노조같으면 부당하게 직장을 잃은 조합원들을 지원하게 되어있는데, 이런 비교 무색하지만 --그래도 여성어민들과 뜻을 함께한 집단이 대한민국에 있었나, 있다면 어디였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군요
지역과의 말뿐이 아닌 연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는 기사네요. 많이 알려지길.
그림자 07/06/13 [17:36] 수정 삭제  
  새만금의 자리에 있지 않았던 사람으로, 새만금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함께 느끼는 사람으로, 다큐를 보았는데요.
는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더군요.
새만금을 보는 시각들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특히 주민들 중에서도 바다를 살리는 것만을 생각하며 싸우는 갯벌여전사들의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토리 07/06/14 [13:39] 수정 삭제  
 
그 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새만금에 관해 잘 아는게 없어 궁금함을 풀어보고자 갔던 자리였는데..
내가 정말 무기력하고 무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무기력함들이 모여 어민들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락페스티벌 홈페이지 가봤어요.
환경, 공존,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연을 준비하고 있네요.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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