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책정,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양극화된 성차별 노동시장 개선방안

정희선 | 기사입력 2007/06/19 [05:11]

임금 책정,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양극화된 성차별 노동시장 개선방안

정희선 | 입력 : 2007/06/19 [05:11]

개인 입출금 업무를 하는 은행원과, 대출 업무를 하는 은행원 중 누가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할까. 도착할 때까지 승객의 안전과 기분을 살펴야 하는 승무원보다, 기계를 조작하는 항공기 조종사나 열차기관사의 임금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일까.

업무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역할만 담당하는 정규직 콜센터 직원이, 직접 전화를 받고 고객과 통화하는 파견직 콜센터 직원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24시간을 핸드폰을 조립해도 핸드폰 디자이너의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제조노동자의 임금은 합리적인가.

보육교사나 급식조리원 등 임금이 크게 오른 적이 없는 직업의 경우, 임금 조정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직무 별 임금, 직무평가에 의해 재조정

비정규보호법안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사회적 통념’이나 기업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졌던 임금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혁방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에서도 임금 책정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본부장은 ‘한국의 경우 임금을 결정하는 규칙이 일정치 않으며, 임금 결정 기준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직무분석 평가방법이 발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 본부장은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과 ‘제규어 자동차’ 임금체계의 예를 들었다. 제시된 임금기준표를 보면, 기업 내 다양한 직무의 최소임금과 최대임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타이피스트와 비서직을 포함하여, 직무 간 임금 격차를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주목할 만하다.

매년 임금 인상은 각 직무의 임금을 기준으로 조정되며, 해당 직무의 임금 가치는 노조가 참여하는 직무재평가에 의해 조정된다.

직무가치 산정방식, 성차별 통념 깨야

한편, 임금결정 기준인 직무의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이 그동안 산적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2007 적극적 조치 포럼’에서 김경희 중앙대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남녀 간 임금격차’를 줄이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국에선 이 원칙이 실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려면 무엇보다 직무분석을 통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직무평가가 시도된 바 없기 때문이다.

김경희 교수는 한국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 특히 남성다수 직종과 여성다수 직종 간의 임금격차는 직무분석을 통한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분히 사회적 편견과 성차별 통념에 의해서 고정된 것이라고 보았다.

즉,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은 중요한 직무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섬세하고 빠른 손놀림을 요구하는 일은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 보살핌 노동이나 가사노동이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처럼 취급되는 것은 공정한 직무평가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김경희 교수는 남녀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 현상을 막기 위해, ‘직무평가’가 중요한 도구라고 꼽았다. 특히, 여성들이 지배적으로 수행하는 직무는 반드시 남성들이 지배적으로 수행하는 직무와 비교되어야 하며, 평가 결과 서로 비등한 가치의 직무에서 임금 격차가 확인되면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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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리 2007/06/21 [12:27] 수정 | 삭제
  • 빈부격차가 이렇게 심각한데....
    최저임금만 책정하는게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이 어느 정도는 표준화되어야 할 것 같다.
    꼭 규격화하라는 건 아니지만, 격차가 너무 크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임금을 공개하고, 임금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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