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장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장애여성이 말한다①

이희연 | 기사입력 2007/07/09 [22:35]

당신은 장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장애여성이 말한다①

이희연 | 입력 : 2007/07/09 [22:35]

<장애여성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주변에서 장애여성을 많이 만날 수 있나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거리에서 장애여성을 만나는 것이 낯선 일인 듯 합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장애여성을 대할 때 당황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고, 장애여성들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다에선 장애여성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필자 이희연님은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장애여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장애여성운동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과 경험을 통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꼭 생각해보아야 할 장애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러운 이유

얼마 전에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 예매를 하려고 공연 사이트에 접속했다. 어디 보자, 예매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어? 그런데 장애인 할인은 전화 예매만 가능하다. 언어장애가 있는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말을 하다 보니 그 쪽에서도, 내 쪽에서도 답답함을 느껴 결국 옆에 있던 엄마에게 부탁해 통화하도록 했다. 사실 이런 일을 워낙 많이 겪은 지라, ‘이번에도 어김없다’라는 마음으로 전화 내역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지정하는 순서가 오자, 예매를 담당하는 사람이 곤란한 목소리로 “저희 공연장 2층에는 휠체어 석이 없는데요.”라고 이야기한다. 괜찮다고 하고 예매를 마치는데,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이 공연장에는 장애인 시설이 거의 없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다시 한 번 그 사람에게 괜찮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이 친절한 설명 때문에 잠시 씁쓸해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분명 그 사람은 장애인이 공연을 보겠다고 하면 휠체어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묻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꼭 휠체어만 타고 있는 것은 아닌데, 그리고 필요하면 휠체
어 석으로 달라고 얘기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휠체어 석이 없다고 말하는 담당자의 친절이 약간 과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건 최근에 겪은 일이지만, 내겐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아주 많다. 식당에 가면 묻기도 전에 “포크 필요하죠?”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묻지도 않고 포크를 내놓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음식의 양을 조절하기엔 젓가락이 포크보다 훨씬 편하다. 계단이 앞에 있을 때 내가 멈칫하면, 저기로 돌아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한다. 그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나오기 때문에, 계단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말이다.

은행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려고 하면, “글씨 쓰는 거 도와드릴까요” 하기도 한다. 버스에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여기 앉거라” 하며 일어나시는 바람에 당황한 적도 있다. 나를 대하는 말투가 마치 어린애를 다룰 때처럼 달라지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일화들은 끝도 없다.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절대 나쁘다거나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보고 어느 부분에 도움이 필요한지 몰라, 생각나는 대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 그런 행동들이 무척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신체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 장애여성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애는 다양하다, 그러나

나는 뇌성마비를 지니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좀 답답해하는 언어장애가 있긴 하지만, 보행에는 거의 불편이 없다. 요즘 몸이 무거워지는 덕분에 예전같이 뛰기는 어렵지만, 둔턱과 계단을 자랑하는 서울 거리에서도 웬만한 길은 다닐 수 있다. 중심을 잘 못 잡아서 자전거는 그만두었지만, 그 외의 가벼운 운동은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

컴퓨터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눈은 점점 안경 도수가 높아지고 있지만, 귀는 너무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상태다. 오른손은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고, 왼손은 주로 물건을 드는데 사용할 정도의 힘이 있다. 지능은? 이 글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내 몸의 상태를 왜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하는지 의아하겠지만, 이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제멋대로 나의 장애를 판단하곤 하기 때문에 굳이 사족을 달아 놓는 것이다. 장애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장애가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대로 나를 바라 보고, 자기들의 방식으로 나를 대한다.

특히 뇌성마비는 정신지체도 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난감하다. 나의 말을 들어줄 생각도 하지 않고서 말을 잘라 버리거나, 자신이 마치 다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어린아이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 경우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정말 어렵다.

또 중복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눈과 귀는 괜찮은지? 어디 병은 없는지? 일상생활은 제대로 하는지 등등.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내 눈에 보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앞에 써놓은 것처럼 내 몸의 상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설명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내가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신장 장애를 지닌 사람은 체력이 무척 약하다. 내가 아는 장애여성은 신장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이 힘들 때가 많다. 길을 가다 숨이 차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고, 지하철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도 노약자석에는 앉지 못한다는 것이 이 장애여성의 고통이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 이상 없어 보이니, 노약자석에 앉으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호통을 친다고 한다. 때로는 “임산부야?”하며 물어보기도 한다고. 그런 질문을 받으면 복지카드라도 이마에 붙여놓고 다니고 싶다고 얘기한다.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장애는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그 형태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그 다양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노골적인 호기심도 불편하고 과도한 친절과 관심도 부담스럽다. 그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관심과 도움인 경우 더욱 더 난처해진다. 그건 나에게나, 상대에게나 부담스러운 관계다.

더 많은 이야기와 대화가 필요해

많은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지내게 되면서 차츰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에게 나를 대할 때는 어떻게 해주었으면 한다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이 사람들과 장애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도 좋다는 생각과 함께.

이 글을 쓰기 전에 몇몇 비장애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대하기가 괜찮았냐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답변을 들어보니 다들 갑갑했다고 한다. 가끔 불편한 것이 눈에 보이는데 도와줄 방법을 몰랐다고, 그래서 자신들이 생각한대로 도와주려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장애여성의 이미지와는 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여성은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인 성격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여성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비단 내 주위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에 대한 생각들을 좀더 드러내고, 묻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다양한 장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들이 하나 둘 진행된다면, 장애에 대한 많은 오해나 편견도 사라지고 서로의 대화와 소통이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2007신문발전기금 소외계층 매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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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쁘리 2007/07/18 [22:57] 수정 | 삭제
  • 사회적 인식이 바뀌려면 역시 정규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한 점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러질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도 이번 글을 보고 적지 않은 바를 느꼈지만 막상 다시 장애인분을 만나면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행동하겠죠.
  • pink 2007/07/18 [12:10] 수정 | 삭제
  • 이 글을 읽고 보니, 제가 장애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장애에 대해서 아는 만큼 장애 차별도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 강희 2007/07/17 [04:58] 수정 | 삭제
  • 그러다보면 이해에 기반한 대화도 할 수 있게 되겠죠?
  • 김도희 2007/07/16 [09:59] 수정 | 삭제
  • 저도 뇌병변 2급입니다. 남이 보기에 부담스러워 보일진 몰라도 일상생활이나 내가 하고자하는 일을 70-80%정도 해낼 수 있다. 윗 분 글에 십분 동감한다. 대부분 비장애인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속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까지 과소평가 할 때가 많다. 손과 발의 행동능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능까지 모자란 것은 아니란 말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저씨가 거스름돈을 주지않으시는거다. 그래서 조목조목 따져서 거스름돈을 요구했더니 그제서야 겸연쩍게 웃으며 돈을 주더군요. 그다음부터는 물건을 사면서 꼭 스스로 계산을 하며 장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또 비장애인도 악필은 많지만 장애인의 그것과는 또 다른 평가를 받는다. 한마디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순간이 치열한 편견과의 싸움이다.
  • nyma 2007/07/14 [13:54] 수정 | 삭제
  • 희연은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여자,
    가끔 넘어지는 것만 빼면 =)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해요-
  • 2007/07/12 [14:36] 수정 | 삭제
  • 장애 여성에 대해 말할 때, 저도 모르게 섣부르게 단정지어 버릴 때가 있어요.
    구체적인 사례 덕분에 더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기사 정말 좋아요!
  • other 2007/07/10 [09:28] 수정 | 삭제
  • 중간에 찔리는 대목이 있네요.
    꼭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
    많이 배워야겠네요.
  • 하디 2007/07/10 [08:59] 수정 | 삭제
  • 다양한 장애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죠. 지체장애와 정신지체도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인 차별 해결을 장애인의 몫으로만 넘기지 않으려면, 일반 시민들이 장애에 대해서 많이 배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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